한의플래닛, 처방사전2.0 업데이트
한의플래닛(www.haniplanet.com)의 새로운 업데이트를 홍보하기 위해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씁니다.
거의 매달 새로운 기능을 오픈하던 한의플래닛이 지난 7월19일 '한의학소식' 업데이트 이후에 거의 두달 동안 새로운 소식이 뜸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어제, 9월5일에 새로운 처방사전과 함께 돌아왔습니다.
새로 업데이트된 처방사전을 둘러보면서 울컥 쏟아질뻔한 눈물을 참느라 힘들었습니다. 그동안 반복된 기대와 실망에도 불구하고 울컥한 마음이 들었던 것도, 이렇게 늦은 새벽까지 잠을 못이루면서 처방사전의 오류를 수정하고 있는 것도, 이게 저의 오랜 꿈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업데이트가 단순한 기능 추가 이상으로 저에게 간절하게 다가오는 이유를 무려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장황하게 설명드리려고 합니다.
숱한 유급위기를 넘기고 무사히 한의사가 되어, 공중보건의 대체복무를 하며 꿀빨던 던 어느날... 최첨단 기기인 아이패드에 빠져있던 저는 우연한 기회로 이 영상을 보고 충격에 빠졌습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IDEO가 만든 이 컨셉 영상은 강원도 화천 산골마을에서 넘쳐나는 에너지와 무료함으로 힘들어하던 저에게 큰 영감을 주었습니다.
'그래, 이게 책의 미래지... 단순히 종이책을 전자기기 화면으로 옮긴게 전자책이 아니라, 이렇게 저자와 독자가 소통하고, 독자끼리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 이런 인터렉션이 가능해야 진정한 전자책이지...'
당시 아이패드가 만들어낼 컨텐츠 소비 방식의 변화에 부푼 기대를 가지고 있던 저는 한의계에도 이렇게 서로 소통하면서 토론하고, 아닌것은 아니라고 비판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언제까지 400년전의 동의보감을 진리로 받들고 살게 아니라 아닌것은 아니라고 비판하고, 저자와 독자가 함께 대화하고 토론하면서 매일매일 업데이트 해나가는 진정한 의미의 한의학 전자책을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통된 레퍼런스가 필수라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얘기하는 마황탕과 저 사람이 얘기하는 마황탕이 다르면 안되니까요... 그래서 동의보감 종이책을 전자책으로 만들기 위한 DB정리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10000개가 넘는 조문 한줄 한줄마다 번호를 붙이고, 4000개가 넘는 처방을 잘게 쪼개서 3000개가 넘는 본초와 서로 연결하는 작업을 혼자서 거의 매일, 하루 10시간씩 2년의 시간동안 진행했습니다. 후에 이 진행과정에 대해 설명을 누군가는 김정호의 '대동여지도'가 떠오른다고 말했습니다. 정말 엄청나게 무식하고 미련한 방법이었지만, 이런 우직한 노력이 지금 제 인생에 큰 밑걸음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준비 과정을 통해 2015년부터 본격 사업화를 위해 닥터스랩이라는 이름으로 개인사업자도 설립하고, 당시 한의대 학생이었던 친구 이동제 원장을 부대표로 영입하면서 본격 사업화를 꿈꿨습니다. 아래는 당시 사업계획서에 있던 내용들입니다.
버키에 합류하고 1년도 더 지난 시점인 작년 10월 16일. 처방사전과 세미나 모집 기능을 가지고 한의플래닛의 베타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한의플래닛을 시작하고 10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온갖 시행착오를 겪으며 늦어지는 일정, 부푼 기대와는 달리 실망스런 시장의 반응에 상처도 많이 받고, 화가 나기도하고 울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를 탓하는 사람은 절대로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끊임없이 반성하고, 더 많은 얘기를 듣고, 더 냉정하게 판단을 내리면서 한발짝씩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밑빠진 독에 물붓기처럼 돈을 계속 투자하면서, 저보다 더 답답하고 힘들겠지만 항상 믿고 기다려주시는 오너 이상영 원장님께도 항상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아무튼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한의플래닛의 핵심기능이라고 할 수 있는 처방사전이 이번에 업데이트 되었습니다. 그와 함께 새로운 로고도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저희 디자이너 김하은님께서 한의계의 구성원들이 서로 손을 맞잡고 대화하고, 화해하고, 토론하는 이미지를 형상화 해서 새로운 로고를 만들었습니다.
나로 인해 한의계에 새로운 문화가 생겨나고, 나로 인해 한의학이 더 발전하면 좋겠다는 공명심과 비현실적인 꿈으로 시작된 발걸음이 벌써 7년이 되었습니다. 혼자서 지금은 저만의 꿈이 아닌 저희 버키 직원 15명이 함께 꾸고 있는 꿈입니다. 버키에 들어오기 전까지 한의학과 전혀 관계가 없었던 우리 직원들이 이번 업데이트를 준비하면서 그들끼리 나누는 얘기들을 들으면서 여러번 감동을 받았습니다. 한의학은 한의사들만의 것이 아니고, 필연적으로 이런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 회사가 꼭 잘되어서 그런 성공사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습니다.
저의 개인적인 자아성취와 욕망 때문에, 안되는 일에 매달리면서 투자자와 우리 직원들이 헛된 힘을 빼고 있는게 아닌가 불안하기도 하고, 반복되는 기대외 실망에 지쳐서 그냥 다 때려치고 혼자 한의원 하면서 조용히 살까 생각하며 나약해지던 때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느리지만,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번에 새롭게 바뀐 처방사전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는 것을 알리는 신호탄과 같습니다. 여러분께서도 우리의 꿈을 응원하고 힘을 보태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함께 만드는 한의학. 한의계의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데 동참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