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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wgonus 아빠토마스 Nov 03. 2024

모르는 거 투성이다

더 이상 놓치고 싶지 않은 것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다.

결과적으로 끊임없이 뭔가를 놓치고 있다.


'남들 눈에만' 성실하게 보였던 학창 시절에 

누구나 하나씩 가지고 있던 

목표(그게 원하는 대학교든, 장래희망이든)도 없이 

시험과 입시같이 

제도에 맞춘 최소한의 내 의지하나 없이

끌려다니기만 했던 수동적인 모습이라던가,


'왜'라는 물음을 가질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나라는 존재 없이, 어떤 계획도 없이

학교입학, 군입대, 유학을

수행하며 40년을 살아왔다.


내가 정말 간절히 원해서 

부단히 노력해서 얻은 최초의 것은

빈 국립음악대학교 지휘과에 입학한 것이 

내가 기억하는 유일한 결과물이다.


돌아가신 스승님께서는,

"지휘자는 

의지로 똘똘 뭉친 인간(Wille Mensch/독일어)이다"

라는 말씀을 남기셨는데 

나는 언제 그만한 의지나 에너지를 가지고

살아왔던가?


부모님 앞에서,

누님 두 분과 함께 피아노 트리오를 연주하는 것도 

떨리고 부담스러워서 연주 전에 구토를 했던 내가

이제는 매번 낯선 사람들 앞에 서서

목소리를 내고 내 모습을 드러내서

불특정 다수의 관객들을 위해

고전을 읽어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실이

나 또한 가끔씩은 믿기 힘들다.


결혼의 시기, 아이를 낳는 시기, 유학의 시기,

음악으로 진로를 정할 시기, 

어머니에게 전하고픈 말씀을 전할 시기...

모든 것이 항상 내가 의지를 가지기 전에 

보통의 내 동료들보다 

늦어지거나 지나쳐버렸다는 사실을 

또다시 알게 되어'버릴지'

막연한 걱정이 앞선다.


그렇다고 이것저것 재고 망설이다가는

더 빨리 지나가 놓쳐버릴 것 같아서

일단 달려가면서 생각하려고

이것저것 하며 바쁘게 지내고 있나 보다.


다시 나를 다잡고 가진

이런 생각과 행동의 템포가

앞으로 다가올 기회의 속도에 비해 늦어서

또다시 놓쳐 버릴 수밖에 없다면

이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사랑할 수 있는가?

내가 원하는 학위는 '언제' 받을 수 있을지?

특별히 기록을 하고 싶은 날에

늦지 않고  글로 남길 수 있을지?

몇 살까지 지금의 평온하지만

바쁘고 성실한 일상을 유지할 수 있을지?

살면서 나에게 던져지는 계속되는 호기심과 

이를 찾아내며 진리를 추구하는 기쁨을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지?


이 모든 걸 알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 

그저,

답을 찾기 위해 부단히 걸어가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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