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내 기억으로만 남게 될 순간들
<Watering the Flowers> (1911), Albert Roelofs(Dutch)
"교수님, 저는 제 딸의 옆모습을 볼 때
할머니가 되면 어떤 모습일지
제가 없을 때 어떻게 살아갈지
걱정이 됩니다."
딸이 태어나고 100일이 막 지났을 때 즈음
내가 출강하고 있는 학교의 스승님께 드렸던,
한 치의 농담도 섞이지 않은
심심하고 절절한 고백을 했다.
"(엷은 미소를 띠며) 그거, 너무 앞서간 거 아니냐?"
그래, 누구든 들으면 그렇게 생각할 거다.
그런데,
내가 보는 모든 게 한 번뿐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에,
어머니를 잃어 보았기 때문에 나는
시간이 얼마나 빠르고 덧없이 흐르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지금 낮잠에 든 내 딸의 옆모습도
한 번뿐이고,
엄마 옆에서 엎드리고 자는 저 모습도
나만 볼 수 있었던,
내 생에 딱 한 번 허락된 순간이란 사실을
나는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곧 기억에서 사라지고 지워지더라도
내 눈과 가슴에 꼬깃꼬깃 넣어놓으려고 한다.
Gabrielle Frederic, the Artist’s Daughter (1907), Léon Frédéric (Belgian, 1856–1940)
사진을 많이 남기지만,
기억을 떠올리는 역할을 할 뿐
순간에 가졌던
감정의 잔상은 사진으로 떠올리기 힘들다.
어쩌면 이런 순간은
기억에서 쉽게 사라지고
온전히 가질 수 없기 때문에
더욱 아름답게 남을 수 밖에 없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