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수술 전 디자인 진료를 하다가 갑자기 고객 환자분이 묻는다.
"원장님 병원에 연예인들 많이 오죠?
많이 받는 질문이다.
"네. 많이 오시는 편인 것 같습니다."라고 대답하면, 항상 뒤따라오는 질문이 ‘누가 왔었어요?’다. 하지만 이 질문에 답할 수는 없다.
첫째, 프라이버시를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탈모나 모발 이식 같은 진료는 공개를 꺼리는 사람들이 많다. 치과나 피부과에 가는 것은 괜찮아도, 성형외과, 특히 모발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은 더욱 그렇다. 변호사의 비밀 유지의 의무 같은 것과 비슷하달까.
둘째, 법적인 문제가 있다. 환자의 동의 없이 진료 여부를 공개하는 것은 의료법에 위반될 수 있다. 심지어 가족이 와서 진료 내용을 물어도 본인의 동의가 없으면 진료 내용을 전할 수가 없다.
연예인들이 병원을 찾는 방식은 의외로 단순하다. 본인이 직접 검색을 해서 “평이 좋은 곳”을 찾기보다는 소개를 통해 오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신인들은 소속사의 추천으로 오는 경우가 많고, 스타급 연예인들은 연예인들끼리의 입소문으로 병원을 많이 방문한다. 연예인들이라고 해서 고민은 다른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더 예뻐지고 싶다”는 희망도 있겠지만, 사실 더 자주 들리는 건 “모발 문제만 해결되고 나면 나도 조금 더 편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이다.
조금 다른 요구 포인트라면 조명의 각도에 따라 두피가 비치거나 하는 것에 좀 더 신경을 많이 쓴다는 정도일까.
연예인이라고 해서 다른 치료나 다른 수술을 받는 건 아니다. 똑같은 치료와 수술을 받는다. 더 잘해주려고 노력하지도 않는다. 의료계에는 유명한 VIP 증후군(syndrome)이라는 것이 있다. VIP라고 해서 더 잘해주려고 평소 하지 않던 것을 하다 보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을 말한다. VIP 증후군의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평소와 똑같이 치료하고 수술한다.
“다른 사람이랑 마주치지 않게 스케줄을 잡아주세요.”라고 직접적으로 요청하는 분들도 있지만, 그런 요청이 없더라도 프라이버시를 지켜주기 위해 전 직원이 신경을 쓴다. 비밀을 유지할 수 있는 진료 환경을 조성하려면 병원 동선도 신경 써야 하고, 추가로 인력을 배치해야 하며, 진료 후에도 그들의 흔적이 남지 않게 정리해야 한다.
그래서 가끔 “연예인 DC 없냐”라고 물어보시는 연예인들에게는 “DC가 아니라 추가비를 더 받아야 해요”라고 농담처럼 말하곤 한다.
연예인이든 일반인이든, 결국 병원을 찾는 이유는 같다. 인간으로서 비슷한 고민을 안고 병원을 방문한다. 누구나 완벽해 보이는 외면 뒤에 숨은 불완전함이 있다. 병원을 찾는 연예인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아. 가끔 그런 경우는 있다. 유명한 연예인을 잘 몰라봐서 섭섭해하실 때가 있다. 그럴 때 단골 멘트.
“죄송해요. 제가 요즘 TV를 잘 못 봐서… 오늘 꼭 집에 가서 작품 찾아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