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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류 쓰는 병원은 반드시 약사를 고용해야 한다?

by 김진오


2025년 1월 7일 김윤 의원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내용을 보면 의료기관 내 마약류 관리 강화를 목적으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및 일부 의원급 의료기관에 ‘마약류 관리 약사’를 의무적으로 배치하도록 한 것이다.




마약류1.png 출처: 청년의사 뉴스레터 573호 중


그러나 너무나 단편적인 해결책을 제시한 것으로,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포함하고 있다.


첫째, 의사는 신뢰하지 못하고 약사는 신뢰한다?

마약류를 처방하는 의사는 환자의 상태를 평가하고 치료 목적에 따라 약물을 결정하는 전문가로서, 이미 법적·윤리적 책임을 지고 있다. 반면, 약사는 처방된 약물을 조제하고 관리하는 역할에 국한되며, 환자의 치료 과정이나 진단에 대한 전문적 판단은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를 신뢰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약사를 별도로 배치하여 마약류 오남용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만약 의사의 처방에 문제가 있다면, 이는 의료법 및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을 통한 기존 감시 체계로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 의사의 책임을 약사로 대체한다고 해서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할 수는 없다.


둘째, 약사를 배치하는 것만으로 마약류 오남용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마약류 오남용의 주된 원인은 일부 의사들의 비정상적인 처방 행태에 있다. 그러나 현재도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NIMS)을 통해 의사의 처방 내역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되고 있으며, 이상 처방이 감지될 경우 보건당국의 개입이 가능하다. 이미 구축된 시스템을 강화하고 활용도를 높이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단순히 약사 인력을 추가 배치하는 것은 행정적·재정적 부담을 증가시킬 뿐 실질적 효과에 대해서는 시행 후 판단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약류 관리 약사 4.png



셋째. 의원급 의료기관에 약사 배치 의무화는 현실적이지 않다

의원급 의료기관은 약사를 고용할 의무가 없는 상황에서, 추가 인력 배치를 강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의 다수는 소규모 운영 체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재정적 한계로 인해 약사 고용은 큰 부담이 된다. 게다가, 프로포폴 등 향정신성의약품을 단순 국소 마취제나 진정제로 사용하는 경우에도 약사 배치를 의무화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다. 의료기관의 운영을 위축시키고 의료 서비스의 질적 저하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넷째, 마약류 오남용 방지를 위한 현실적 대안이 필요하다.

단순히 약사를 배치하는 것은 마약류 오남용 방지의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현실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1.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NIMS) 고도화: 이미 운영 중인 시스템을 활용하여 비정상적 처방 패턴을 감지하고, 자동 경고 및 조사 요청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2. 의료진 교육 강화 및 처벌 엄격화: 마약류 과다 처방이나 오남용을 유발하는 의료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 처벌을 강화함으로써, 문제를 예방하고 경각심을 고취할 수 있다.

3. 의료기관별 자율적 관리체계 구축: 의료기관이 자체적으로 마약류 관리 시스템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관리 책임을 명확히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다섯째, 과도한 규제는 의료기관의 신뢰와 효율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

의사들은 이미 복잡한 규제 하에서 환자의 치료와 법적 책임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사의 역할을 약사로 대체하거나 추가적인 규제를 부과하는 것은 의료기관의 신뢰를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의료 환경을 경직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마약류 관리 약사 1.png



마약류 관리의 중요성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으나, 단순히 약사 배치를 의무화하는 방식은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다. 기존의 감시 체계를 고도화하고, 의료진의 윤리적 책임을 강화하며, 의료기관 내 자율적 관리체계를 지원하는 것이 보다 실효성 있는 방안이다.


의료 대란 문제 같은 시행착오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이런 문제 역시 발안이나 입법 전에 반드시 현장에서 환자들을 만나고 있는 실무진들, 의료진들의 의견을 듣고 결정하기를 바라며, 만약 시행하더라도 시범 운영을 한 후 그 결과를 바탕으로 다시 토의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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