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라고 불러줘

젊게 살고 싶은 40대 후반의 몸부림

by 김진오

탈모와 모발이식 분야에서 오랜 시간 일하며 꾸준히 학회 활동을 해오면서 요즘 부쩍 느껴지는 변화가 있다. 나보다 어린 의사 선생님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이가 4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체감하게 된 현상이지만,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나는 직원들과 어린 동료 의사들에게 존중의 태도로 대하려 늘 노력해 왔다. 같은 학교 출신이라 하더라도 예외 없이 존댓말을 써왔다.


모래세상.png 후배님들과 함께


그러던 몇 년 전, 우연히 그동안 알고 지낸 모발이식 분야 젊은 의사 네 명이 대학 시절 내가 활동했던 동아리의 후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사실을 알고 나니, 자연스레 그들에게 말을 놓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들과의 관계를 조금 더 가까이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들에게 나를 ‘형’이라고 부르라고 했다. 하지만 처음엔 "원장님", "선생님", "선배님"이라는 호칭을 고수하며 ‘형’이라는 말을 쉽게 입에 담지 못했다. 그래서 농담 삼아 "형이라고 안 하고 원장님이라고 부를 때마다 천 원씩 벌금을 받겠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들은 슬그머니 "형님"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형님도 벌금 대상이다. 그냥 형이라고 하라"라고 했지만, 여전히 쉽지 않은 눈치였다.


행이라고 해라.png 출처: MBC 라디오스타
님빼라 행행.png 출처: MBC 라디오스타


이런 경험을 하며 자연스레 떠오른 기억이 있다. 처음 병원을 개업하던 시절, 나를 많이 도와주셨던 동문 선배님이 계셨다. 나보다 14살 나이가 많았던 그분과 어느 날 단둘이 식사할 기회가 있었다. 그 자리에서 선배님은 약간 취하신 채로 "진오야, 이제 선배님이라고 하지 말고 형이라고 불러라"라고 하셨다. 나도 기분 좋게 "알겠습니다, 형"이라고 대답하며 그날의 자리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며칠 후 학회 자리에서 다시 뵌 선배님 앞에서는 ‘형’이라는 호칭이 선뜻 나오지 않았다. 어색함에 머뭇거리고 있던 찰나, 선배님께서도 그날의 일을 떠올리셨는지 "진오야, 나이 차가 너무 많이 난다. 형이라고 하는 건 좀 아닌 것 같다"며 웃으셨다. 나는 그 말을 듣고 크게 웃으며 "네, 다시 선배님이라고 하겠습니다"라고 말씀드렸다. 그렇게 서로가 마음의 짐을 내려놓으며 자연스럽게 예전의 호칭으로 돌아갔던 기억이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지금 나를 어려워하는 후배들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 그들에게 나는 여전히 ‘원장님’이나 ‘선배님’으로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계속해서 그들에게 "형"이라고 부르라고 할 것이다. 그게 나를 조금 더 젊게 느끼게 해 주기 때문이다. 나를 형이라고 불러주는 사람이 이제 많지 않다. ㅎㅎ 때로는 호칭 하나가 세대와 경험의 벽을 허물고 사람 사이의 온기를 불어넣기도 한다. 그리고 나는 그 온기를 놓치고 싶지 않다.

삶은 나이가 들어도 끊임없이 배움과 관계 속에서 성장하는 과정이다. 오늘도 나는 후배들에게 "형이라고 불러라"는 농담 섞인 요구를 건네며 스스로를 조금 더 젊고 활기찬 사람으로 만들어간다. 그들이 여전히 어렵다면, 벌금을 더 높여야겠다.

작가의 이전글나보다 잘하는 사람은 있어도, 열심히 하는 사람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