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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삶조각사 이지원 Jun 06. 2023

후회에 대한 고찰

새삶조각사 이지원

살면서 후회를 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크고 작고의 차이일 뿐 후회는 우리의 일상이고, 아주 가끔은 그 강도가 너무 쎄서 매우 아픈 흉터를 마음 깊숙이 남긴다. 후회는 또 양면성을 가졌다. 후회를 하고 난 후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결과가 아주 많이 달라지기 때문에 후회는 누가 하느냐에 따라 우리에게 정말 예기치 못한 것들을 가져다 준다.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라는 시 첫 구절을 보면 "숲 속에 두 갈래로 길이 났었다."라고 시작한다. 한국인들에게 꽤 유명한 시다. 그러니까 두 갈래로 난 길을 인생이라 치면, 어찌됐든 우린 선택한 길 외에 가지 못한, 가지 않은 길에 미련이 남게 되고, 우린 가보지 못한 길을 후회한다. 그래서일까 이 시는 인생의 후회를 다룰 때 빼놓지 않고 등장한다.


문학작품에서만 그런건 아니다. 우린 누구나 인생이란 길을 걸으면서 다양한 종류의 후회를 하게 된다. 글쎄 유아시절엔 그 선택의 많은 부분을 부모가 대신하면서 시작되고, 입학을 하면서 또 입사를 하면서 또 결혼을 하고, 일상에서 무언가를 비교해 고르면서 숱한 그리고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서 가장 아름답고 자신이 원한다고 생각되는 하나의 길을 선택해 부지런히 걸어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외롭지만 그래도 기억에 남을 만한 아름다운 선택과 여정도 있었고, 오늘 이야기 하는 후회막심한 순간도 있었다.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동경을 떨칠 수가 없다. 아쉽지만 매우 안타깝지만 우리 인생은 그렇게 시작되고, 저물어 간다.


그냥 미루지 말고, 신체검사를 받고 군대를 갔다면 단기 사병이었을텐데 좀 더 미루고 싶은 마음에 학교를 핑계로 망설이는 선택을 하다가 병역 기피 의심 대상으로 찍혀 통합 병원에 모아 두고 모두 현역병 입대를 때린 조치에 강원도 그것도 최전방으로 끌려갔다. 회사를 다니던 때는 어떻던가 구조 조정을 당할 뻔 하던 후배 대신 신청을 했다가 연쇄적으로 일어났던 일들을 생각하면, 오늘 밤새 이야기 해도 모자랄 것이다. 우린 항상 우리가 가지 못한 길에 대해 후회와 갈망으로 목말라 한다. 그러면서 매 순간 다짐한다. 아마 앞으로 직면할 수많은 선택의 두 갈래 길 앞에서도 과거의 후회를 떠올리며 가장 최선의 길을 선택하자고.


우린 왜 후회라는 것을 할까?


그건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막연한 동경 때문이다. 아니 그렇게 단정 지을 순 없지만, 뭔가 하나를 선택해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한다면 그 이유는 막연한 동경 바로 그것 때문이다. 시처럼 우린 두 갈래의 길이 있었을 때 나름대로 다양한 직감으로 왼쪽 길을 택했고, 가지 않은 오른쪽 길을 막연히 동경한다. 대부분 처음엔 모르다가 차츰 선택한 왼쪽 길을 걸으며 가시밭길과 역경을 겪게 되고, 우린 서서히 그리고 아주 조금씩 후회라는 것을 하게 된다.


바로 그 순간 스멀스멀 하나의 생각이 우리의 평점심을 방해한다. 그때 선택을 포기했던 오른쪽 길이다. 막연한 동경은 바로 그 길에 대한 아쉬움이다. 직접 걸어보진 않았으니 아쉬움이 남게 된다. 그 길을 선택했다면 아마 지금 겪고 있는 이 고난과 역경은 없었을 거라는 뭐 그런 막연한 동경 말이다.


레드카펫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 독일 아우토반처럼 시원하게 모든 것이 해결되리라 믿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어떤 길을 선택했든 분명 그 길 안에는 좋은 날이 있고 나쁜 날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인정하기가 싫은 건지 단지 내 상상 속에서 새로운 제3의 길을 창조해내는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왜? 가보지 않았으니까. 우린 그런 확증편향에 빠져 있게 된다.


그럼 이렇게 과거의 선택에 얽매여 후회만 하고 산다면 어떻게 될까? 그건 바로 인생을 허비하는 것이다. 인생에 후회가 없을 수 없다. 그렇다고 지금 내가 걷고 있는 길이 무의한 것은 아니지 않는가. 우린 지금의 선택 속에서 의미를 찾아가야 한다. 누구나 동시에 두 갈래 길을 걸어갈 수 없다. 선택과 판단의 순간에 최선을 다했다면, 그 다음부터는 그 길을 닦아가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 아니 임무가 아닐까?


만약 우릴 주저 앉히는 가지 못한 길에 대한 너무 많거나 막연한 후회와 동경이 있다면, 얼른 그 사실을 떨쳐 내고 마음을 가다듬은 다음 자신이 선택한 주어진 길을 묵묵히 걷는게 바람직하다. 때로는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처럼 말이다. 물론 그 길이 지름길이 아니거나 조금 더 빠른 최적의 길이 아니어도 충분한.


아무튼 우린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 책임을 막연한 동경과 후회로 시간 허비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그러니까 무언가를 선택해 책임이란 것을 져야 한다는,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망설이지 말고, 지금 즉시 당장 하라. 그냥 당장 지금 바로 1초의 망설임도 사치고, 아까운 시간의 허비다. 생각이나 각오가 생겼다면 즉시 행동에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는 우리 인생에서 절대 늦은 시간이란 없고, 잘못된 선택이란 없다는 것이다. 물리적인 시간이란 절대 거꾸로 흐르지 않는다. 우리가 "할까? 말까?" 망설이는 그 순간에도 당신 인생의 시계추는 재깍재깍 멈추는 법이 없다. 울쩍한 마음이 들 때 즐겨 듣는 "고장난 벽시계" 유행가 가사가 생각난다.


"세월아 너는 어찌 돌아도 보지 않느냐, 나를 속인 사람보다 네가 더욱 야속하더라, 한두 번 사랑 땜에 울고 났더니, 어느 새 흘러간 청춘, 고장난 벽시계는 멈추었는데 저 세월은 고장도 없네." 그렇다. 고장난 벽시계는 멈추었건만 이 놈의 시간은 멈추질 않는다. 그러니까 후회와 막연 동경으로 우리 시계를 멈추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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