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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삶조각사 이지원 Nov 11. 2022

알아두면 쓸모가 있는 심리적 저항 : 상대성의 원리

지금의 50대가 너의 30대에게

절대적이라는 말과 상대적이라는 말의 뜻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떤 의미인지 모두들 다 안다.

하지만, 우린 매번 일상에서 위 두 가지 때문에 봉변을 당하거나 어려움을 겪는다.

분명히 '상대적'이고, '절대적'은 현실에서 존재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매번 상대적인 상황을 절대적이라고 믿으며, 산다.


그 결과가 어떨지 예상하는 건 어렵지 않다.


그럴 일이 일어나지 않을 확률이 99%, 일어날 확률이 1%!

그런데 꼭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내게 일어난다.

99%의 확률을 뚫고, 1%의 확률로 내게 찾아오는 것이다.

확률이 99%, 확률이 1%니까 내가 1% 일리 절대 없다고 철석같이 믿는다.


살펴본 사례들을 놓고 아마도 사람들은 '알았어, 절대라고 믿는 게 잘못이라는 건 이제 충분히 알았다.'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곧 뒤돌아 서서 생각을 이렇게 합리화한다.

"이건 해볼 만한 싸움이야, 일단 나 말고도 99명이 있잖아."

순서로만 따져도 내가 1%에 속할 확률은 한 50번째쯤?

그러니까 처음 하는 내가 당첨될 확률은 거의 없어.

이건 절대적이지.

그리곤 지지리 운도 없는 우린 딱 첫 번째에 당당히 99명을 제치고, 당첨된다.


분명히 논리적으로 따지면, 아니라는 걸 아는데, 우린 심리적인 저항에 부딪힌다.


사실 논리적으로 따지면, 만원은 만원일 뿐이다.

그 돈을 어디에 쓰든 말이다.

어쩌다 1억짜리 자동차를 사는 김에 200만 원짜리 CD 체인저를 사는 건

어쩌다 20만 원짜리 체크 남방을 사는 김에 200만 원짜리 CD 체인저를 사는 것과 똑같은 거다.

그런데 우린 이걸 다르다고 느낀다.


평소 일어날 일 같진 않지만, 이런 사례를 들어보자.


그동안 봐왔던 태블릿을 하나 구입하려고 한다.

그래서 큰맘 먹고 알뜰살뜰 돈을 모아 판매점으로 향한다.

그동안 인터넷으로 따져 봤던 상세 스펙인데도 선뜻 구매 결정을 하지 못하고,

과연 최선의 선택인지 이리저리 재어 보고 뜯어본다.

"88만 원!"

어느 정도 마음을 굳힌 것 같은데 가격표 앞에서 망설이자 이를 눈치챈 점원이 조용히 귓속말로 속삭인다.

"사장님~, 다음 동네에 가면, 태블릿이 10만 원 싼 78만 원이에요. 펜슬도 선물로 준대요."


자! 이쯤에서 생각해보자.

다음 동네로 이동하려면, 1시간이 걸린다. 기름값도 기름값이지만, 1시간, 왕복 2시간을 써야 한다.

시간과 이동하는 데 들어가는 기름값을 합해 투자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까?


대부분 이 질문에 사람들은 '그렇다.'라고 답한다.


다음은 냉장고가 너무 낡아서 새 냉장고를 사러 출발하기로 했다.

보니까 요즘 냉장고, 좋아도 너무 좋다.

다양한 제품 사양에 디자인도 과거의 냉장고와는 천지차이다.

그런데 가격이 조금 비싸다. 580만 원!

그런데 이번에도 착한(?) 점원이 조용히 다가와 귓속말로 이야기한다.

"사장님~, 다음 동네에 가면, 냉장고가 10만 원 싼 570만 원이에요. 락앤락도 선물로 준대요."


자! 이쯤에서 또 생각해보자.

다음 동네로 이동하려면, 1시간이 걸린다. 기름값도 기름값이지만, 1시간, 왕복 2시간을 써야 한다.

시간과 이동하는 데 들어가는 기름값을 합해 투자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까?


그런데 이 질문에는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대답한다.


위 두 가지 경우 모두 우린 제시된 절대적 가치, 즉

1시간 동안 차를 타고 이동해서 절약하는 10만 원을 제대로 된 가치로 보지 못한다.

88만 원에 대한 10만 원과 580만 원에 대한 10만 원으로 인식한다.


도대체 우리 머리에선 어떤 일이 일어나는 걸까?

우리 머린 대체 어떤 심리적 함정에 빠진 걸까?

78만 원짜리 태블릿이 88만 원짜리 태블릿에 대해 갖는 상대적인 이득을 생각한 다음

1시간이라는 이동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다.

그런데 우리 머리는 갑자기 570만 원짜리 냉장고에서 580만 원짜리 냉장고가 갖는 상대적인 이익을 하찮게 여긴다. 거기엔 1시간이란 이동 시간을 전혀 투자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다.


상대적으로 따지면, 전자는 11.3퍼센트가 절약되고, 후자는 1.7퍼센트 밖에 절약되지 않는다.

아니 안 된다고 느낀다.

절약되는 돈은 더도 덜도 말고, 10만 원! 두 경우 모두 동일하다.


평소 일어날 일 같지 않은 이와 같은 일이 일상에서 종종 일어난다.


1억 원짜리 자동차를 사는 김에 구입하는 200만 원짜리 CD 체인저는 아무렇지도 않게 옵션으로 사는 사람이 마트 전단지 할인 상품을 체크해가며 쇼핑을 하고, 이왕이면 조금이라도 더 싼 제품을 찾으려 애쓴다.


심리적 저항으로 불리는 상대성의 원리가 작동하는 것이다.

이 원리가 작동하면, 보통 대규모 구매일 땐 결정을 빠르게 내리고,

소규모 구매일 땐 결정을 느리게 내리게 된다.


당신의 지갑엔 당신의 월급 중 12퍼센트가 현금으로 들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 12퍼센트를 다시 100퍼센트로 따져 그중에서 오늘 커피를 마시기 위해 10퍼센트.

그러니까 1.2퍼센트를 쓰는 게 아니란 말이다.


지금 당신의 지갑에 들어 있는 건 5만 원권 2장, 10만 원과 1만 원권 3장, 3만 원

그리고 1천 원권 2장, 2천 원 도합 13만 2천 원이 들어 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13만 2천 원이 들어 있다.


그게 진실이다. 돈은 절대 퍼센트(%)로 당신 지갑에 들어 있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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