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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롱 Jan 01. 2024

A to Z로 돌아본 나의 2023년

엊그제인가 한국경제 신문에 'A to Z로 돌아본 2023년' 기사가 한 면을 차지했다. 이렇게 정리해 본 적은 없는 것 같아서 나도 따라 해 보기로 했다(매우 뜬금없기는 하지만).


A: Alone time 혼자 시간 보내기 레벨업

- 올해 상반기까지는 2주, 3주씩 해외 출장을 가다 보니까 혼자 있는 시간이 참 많았다. 퇴사한 후에는 사람을 잘 만나지 않기도 하고, 혼자 여행을 떠나면서 그렇기도 했다. 혼자 하는 일들이 많아지면서 이제는 혼자가 더 익숙해진 것 같다. 혼자타임 레벨 업된 한 해였다.  


B: Books 많은 책들과 함께

- 내가 안고 있는 문제, 걱정들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고 그 어느 때보다 책을 많이 읽었다. 회사생활하면서 점심시간에도 혼자 카페에 가서 책을 읽기도 하고, 책 빌리려고 도서관도 참 많이 다녔다. 그렇게 책과 같이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지혜가 마구 쌓이거나, 내가 찾고 있는 답을 아직 얻은 것은 아니지만 책과 함께할 수 있어 행복한 한 해였다.  


C: Coffee 하루 1 커피는 기본, Cafe 도장 찍기

- 커피 한 모금도 마시지 않던 내가 작년즈음부터 조금씩 마시기 시작해서, 올해는 정말정말 많은 커피를 마셨다. 하루 3-4잔까지 마시기도 했다. 이제는 커피를 마시지 않는 날에는 두통이 심할 정도이니, 나의 심장이 괜찮을까 싶기도 하다. 그렇지만 혼자, 혹은 가족들과 카페 도장 깨기를 하는 것이 어쩌면 유일한 올해의 재미거리가 아니었나 싶다.


D: Desk 내 방 책상과 함께

- 사실 프로젝트 업무 특성상 한국 사무실에 출근할 필요는 없었지만, 상반기까지는 그래도 꽤 출근을 많이 했다. 그러다가 잦은 출장으로 힘이 빠져서는 재택근무를 많이 했다. 그리고 퇴사한 후에는 계속 나의 책상과 함께 했다. 작년에 구입한 책상과 조명이 제값을 톡톡히 했던 한 해였다.


E: Elementary school 사랑하는 조카의 초등학교 입학

- 사랑하는 나의 조카가 벌써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아직도 나의 사진첩에는 애기 때 사진이 가득한데. 너무 훌쩍 커버린 것 같아 괜히 아쉽다.


F: Family 봄과 가을의 가족여행 

-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도 참 많은 한 해였다. 우리 가족여행은 보통 매번 가을에 강원도였는데, 올해는 봄이 추가되었다. 봄에 충청도, 가을에 강원도로 다녀왔다. 이런저런 추억을 많이 쌓았는데, 그중에 단연 기억에 남는 것은 강원도 숙소에서 새벽에 박쥐를 만난 것. 너무 무서웠지만, 이제는 박쥐 이야기만 나와도 웃음꽃이 피는 즐거운 추억이 되었다.


G: Glasses 시력 악화, 안경을 새로 맞추다

- 원래 있던 안경을 써도 잘 안 보이길래 검사를 다시 했더니 눈이 많이 나빠졌다. 그래서 안경을 새로 맞춰야만 했다. 이제는 멀리 볼 때뿐만 아니라 그냥 일을 할 때나 바깥에 나갈 때도 안경을 쓰게 된다. 시력은 참 좋았건만 슬프다.


H: Hobby 취미 찾기

- 라탄, 펀치니들, 웹툰 보기 등. 참 뭔가 많이도 시도했다.


I: International Career 전 세계 각국의 동료들과 함께

- 맡고 있던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Go-Live를 준비하는 시기였던 터라 그 어느 때보다 외국인 동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일했던 한 해였다. 가뜩이나 영어 능력도 모자란데, 여러 각국의 억양을 들으며 매일 회의를 하자니 참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참 신기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퇴사를 했지...-_-)


J: Japan 일본 출장, 고마운 일본 동료들

- 4월부터 8월까지 일본을 정말 많이도 드나들었다. 초반에는 회사돈 아낀다고 사무실에서 먼 저렴한 호텔에서 출퇴근하다가, 나중에는 팀원인 독일 언니를 따라 비싼 호텔에 3주간 머물렀다. 다른 동료 유러피언 동료들의 이야기도 듣고나니까 ‘내가 왜 그랬었을까'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걸어서 출근하는 2-30분 동안 그 거리의 풍경이 눈에 아직도 선하다.

자다가 지진이 나서 무서운 마음에 잠못 이루다가 몽롱한 상태로 출근해서 일하기도 하고, 위에서 쪼임을 당하느라 도쿄 사무실에서 야근하던 피로감이 아직도 생생하지만, 나름 재미있었다. 가라오케도 가고, 2차에 간 선술집에서는 일본 동료들이 나를 위해 주문해준 참이슬을 다같이 즐기기도 했다. 참 여러 가지로 감사했던 일본 출장, 일본인 동료들과의 시간이었다.


K: Knitting 뜨개질 입문

- 작년에 처음으로 바늘이야기 뜨개질 패키지를 하나 구입을 했었다. 그런데 동영상만 보면 어떻게 하라는 건지 이해도 잘 안 가고,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 확실하지 않아서 멀리했는데 올해는 하나의 취미로 자리 잡은 한 해였다. 실 뭉텅이가 하나의 가방으로 쓸모 있는 탄생이 이뤄져서, 자존감이 뚝뚝 떨어지던 시기에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었다. 덕분에 올해는 참 많은 가방이 생겼다.


L: LOEWE 처음으로 외국에서 산 비싼 가방

- 대학생 때부터 그렇게 많이 해외를 나갔어도 명품에 관심이 없어 뭔가를 산 적이 없었건만, 올해 스페인 출장길에는 처음으로 비싼 가방을 구입해 봤다. 매장에서 고군분투 끝에(?) 나이 많으신 셀러분을 통해 FTA서류도 챙겨 받고 해서 관부가세도 내고. 하나의 경험이 또 추가되었다.


M: Mileage 항공 마일리지 탈탈 털다

- 마일리지 털어 가족여행 숙소로 사용하고, 탈탈 털어 여름휴가로 캐나다도 다녀왔다. 얼마 전에는 정말 1 마일리지만 남겨놓고 다 써서 내년 태국여행을 예약했다. 마일리지 다시 쌓을 일이 있을 수 있기를.


N: Newspaper 신문구독

- 대학 졸업 후 처음으로 종이 신문을 구독했다. 한국경제신문으로다가. 제주도 2주 다녀오는 동안 쌓여서 처치곤란이 되기도 했지만, 덕분에 내가 사는 이 세상에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여러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O: Olle Trail in Jeju 제주올레길 걷기

- 매번 해외로 나돌다가 코로나로 해외 길이 막혔던 터라 몇 년 전 처음으로 가 본 제주. 올해 퇴사하고 시간을 보내고 싶었던 1순위 곳이었고, 이전에는 잘 몰랐던 올레길을 알게 되어 올해 혼자 참 많이 걸었다. 별다른 준비 없이 갔던 여행이어서 올레길 한 코스를 완주하는 기쁨은 누리지 못했지만, 체력을 기르고 준비를 좀 해서 다음에는 꼭 완주해보고 싶다.


P: Photos 하루 한 장 찍기 프로젝트 80%(?) 성공

- 몇 년 전부터 야심 차게 진행했던 나 혼자 프로젝트: 1일 1 사진 남기기. 굳이 온라인에 올리지 않아도 소장용으로 한 장씩 일기처럼 기록으로 남기려고 시작했는데, 지난 2년이 인생에서 너무나 힘든 시간이었기에 흐지부지 되어버린 프로젝트였다. 그런데 올해는 여행, 해외 출장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약 80% 정도 성공한 것 같다.


Q: Quebec 퀘벡여행

- 좋은 기억보다 나쁜 기억이 많았던 캐나다 여행. 근데 드라마 <도깨비> 팬으로서 촬영지를 방문했던 것은 참 좋았다. 노을 지는 퀘벡의 언덕은 참 예뻤다.


R: Resignation 퇴사

- 직장생활 12년차. 이제는 예전처럼 어디 신입사원으로 들어가 새로운 일을 할 수도 없는 무거운 몸이 되었는데, 아무 대책 없이 퇴사를 해버렸다.


S: Stationery 문구류 모으기

- 원래도 문구류를 좋아하기는 했지만, 문구 관련 책도 읽고 여러 블로그 글도 접하게 되면서 관심이 많이 생겼다. 그래서 노트, 펜, 스티커, 도장까지. 참 많이도 구입했다. 이제는 돈 없으니 그만 사야지...


T: Travel 국내외 여행

- 회사 워크샵으로도, 출장으로도, 개인 휴가로도, 가족여행으로도. 비행기도, 차도 많이 탔던 올해였다.


U: Unforgettable year 잊지 못할 한 해

- 마무리 글까지 쓰는 순간까지 생각나지 않은 단어가 이 알파벳 'U'였다. 근데 이렇게 다 쓰고, 사진첩도 정리해 보고 하니까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이 해가 나의 인생을 더욱 찬란하게 만들어줄 전환점이 될지는 내가 앞으로 하기 달렸겠지만, 어쨌든 2023년 한 해는 내게 정말 잊지 못할 한 해가 될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 나가야겠다 다시 다짐해 본다.  


V: Visitors 많은 방문객들

- 대학 휴학하고 혼자 미국여행하다가 알게 된 미국 언니. 어떻게 하다 보니 인연이 이어져 지금까지 왔고 올해는 12년 만에 처음으로 언니가 한국으로 여행을 왔다. 그리고 또 올 줄 몰랐는데 여름에는 가족들과 다 같이 왔다. 언니네 가족들과 다 같이 식사도 하고. 통역하느라 정신없었지만 색다른 경험이었다.

- 한국 사무실로 출장 오는 외국 동료들도 참 많았다. 코로나가 풀리고 다들 기다렸다는 듯이 출장 일정을 잡더라. 의전하느라 피로는 쌓였지만 덕분에 맛있는 것은 많이 먹을 수 있었다.


W: Writing 글쓰기와 글씨 쓰기

-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뭔가 썼던 한 해다. 원래 쓰던 네이버 블로그는 죽이고, 새로운 아이디로 블로그를 시작한 지 딱 2년. 주로 후기 위주지만 (+주간일기) 열심히 뭔가 포스팅하고 그 덕분에 체험단도 몇 번 참여해 봤다. 그리고 이렇게 브런치도 시작해 보고.

- 손으로 글씨 쓰는 시간도 많았다. 한동안 멀리했던 손으로 일기 쓰기도 열심히 했고, 뭔가를 보다가 좋은 문장은 다이어리나 메모지에 따라 적다가 올해는 아예 필사노트도 따로 만들어 봤다.


X: XOXO 편지

- 퇴사하는 동료를 위해, 항상 나를 챙겨주는 친구를 위해 오랜만에 편지를 썼다. 그리고 편지도 많이 받았다. 이번에는 퇴사하는 나를 위해 동료가, 나의 생일을 축하해 주며 친구가, 그리고 생애 처음으로 조카가 카드를 써줬다. 이제 좀 컸다고 모은 용돈으로 이모 선물도 사 주고, 직접 손글씨로 이모 이름과 이모에게 편지를 써 주다니. 벅차오르는 순간들이 참 많았다.


Y: YouTube 유튜브 영상들과 함께

- Gen Z가 아니어서 나는 뭔가를 접할 때 유튜브 영상보다는 항상 텍스트나 사진을 선호했다. 그래서 남들이 유명한 유튜버나 유튜브 영상 이야기를 할 때 잘 따라가지 못했다. 그런데 올해 언니를 따라 유튜브 프리미엄 무료체험을 시작했다가 빠져 버렸다... 그렇다고 먹방이나 여러 유튜브 채널을 구독해서 챙겨보지는 않지만, 양브로나 하와이대저택 같은 자기 계발 관련, 혹은 석가모니 명언 등과 함께 할 수 있었다.


Z: ZZZ 잠 잠 잠

- 퇴사해서 얽매이는 게 없어서인지 잠도 참 많이 자기 시작한 한 해였다 (이제는 좀 줄여볼 계획...ㅠㅠ).



쓰다 보니까 엄청 길어졌다. 그만큼 여러 가지 힘들고 행복하고 슬프고 고마운 일들이 가득했던 한 해였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2023년은 백수가 되어 조금은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끝나지만, 안식년을 갖기로 마음먹은 만큼 2024년 내년에는 조금 더 여유 있고 마음 편하게, 활기차게 보내야겠다. 2023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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