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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롱 Nov 20. 2023

안식년 2주차: 뜨개질 홀릭

성취감이 조금씩 쌓여간다

뜨개질에 조금씩 관심을 쏟기 시작했던 것은 퇴사를 결정한 즈음부터였다.

일에 지쳐서 아무런 생각을 하고 싶지도 않았고, 근데 또 한편으로는 '내가 내린 결정이 맞는 것인가?'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면 그 생각을 더 깊이 하고 싶지 않았다. 새로 몰입할 수 있는 뭔가가 필요했던 것 같다. 손을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는 뜨개질은 그야말로 '딱'이었고.


사실, 동영상을 보며 따라 하려고 하다가도 잘 안되니까 짜증이 나서, 처음 몇 부분만 하고는 코바늘이 끼워진 채로 1년 넘는 시간 동안 서랍에 처박아 두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없어지니까, 뜨개질하며 어려운 부분이 나오거나 잘못해서 전부 풀고 다시 처음부터 하는 상황이 와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되었다. 몇 주전까지만 해도 뭔가 조금만 잘못되어도 화가 나고 울어댈 정도로 '부서지기 쉬운 상태였던 나'였는데 참 신기한 일이었다.


그렇지만 이번 2주차 계획으로 뜨개질에 빠지기로 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성취감'이었다.

아무 계획 없이 퇴사하고 1주차를 보내면서 약간은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매일 이메일을 처리하고, 동료들의 질문에 답을 하고, 문제가 있으면 해결방법을 찾아내고 하는 과정들을 통해 알게 모르게 뿌듯한 기분을 느꼈던 것 같은데 그게 빠진 것이었다. 뜨개질은 돌돌 말려있는 실이 뭔가 쓸만한 것으로 탄생하는 것이어서, 눈에 보이는 아웃풋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지금의 나에게 딱 필요한 것이었다.


취미의 순기능, 아니, 소비만 하는 것이 아니라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경험을 통해 성취감을 조금씩 쌓을 수 있었던 뜨개질의 순기능을 깨닫는 안식년 2주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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