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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인조인간 27화

좋아해서 안긴다

(27) 인조인간

by 블라썸도윤

화려한 웅장함을 뽐내고자

천연 색색 꽃들은 본연의 자태를 으스댄다

요염을 창피 삼지 않는다

내로라하는 빛깔을

아예 바닥에 깔아 덮는다

흙밭에 안긴다


꽃바람 타러 나왔다가

좋은 말 하나 담아간다


회색 옷을 자주 입는 매형을

가장 좋아하는 태양이가

테니스장에서 쉼을 갖고 있는 팀원한테

바짝 가 양반다리 앉은 위로 안겨든다

머리부터 옷매무새까지 어쩜

좋아하는 이를 닮았단 말인가


우리도 애정하던 이의 모습과

이미지가 같다면 눈길이 가는 것마냥

흔들리는 눈빛을 갖더니

이내 꼬리가 흔들렸다


너는 강아지를 무서워하는데

강아지는 너의 가장 따뜻한 마음을 아나 봐


난 이 말이 어설프지 않게 맘에 들었다

가슴에 안고 자야겠다












그리고 넷플릭스 방송 ‘천국보다 아름다운’에서 무지개다리 건너 만나는 강쥐들의 이야기를 밤 섧도록 가슴으로 보았다. 먼저 간 승리와 재롱 많은 태양이가 화면을 겹쳐 간다.


그런데 희한하다. 오전엔 푸르고 푸른날 작가님과 답글에서 강쥐 얘기들을 했고 지금은 오늘 강쥐 얘기로 가슴에 담고 자야하는 이야길 글에 녹이고 있는데 태양이가 어느새 나의 옆으로 따뜻한 등짝을 내주며 엎드렸다.


네 얘기 써주는 걸 알고 있다는 것이지.


강쥐 이야길 안 쓸 수가 없었다. 종일 강쥐 얘기로 나의 일상이 덮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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