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운명일까?

도로시 테노프의 사랑론

by 백건

여러분은 사랑이 운명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중첩된 우연의 결과라고 생각하시나요?

미국의 심리학자 도로시 테노프는 사랑에 대해 가장 폭넓고 심도 있는 연구로 유명합니다. 그는 우리가 누군가에게 마음을 주게 만드는 요인이 무엇인지 연구하기 위해 수백 명의 연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설문조사를 실시했으며 때로는 연인들이 건네준 일기

장을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테노프는 사랑이 싹트는 중요한 포인트는 늘 똑같다고 주장합니다. 우리는 자신에 대한 상대방의 관심을 알아차린 순간 사랑에 빠진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관심의 시작이 남성의 지위나 여성의 풍만한 가슴 등이 아니라, '스스로가 욕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에 욕망이 깨어난다는 것이죠. 우리는 상대방이 좋아한다는 신호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믿을 때 좋아한다는 신호를 보냅니다. 그 신호를 받은 당사자도 감정이 고조되면서 정열에 휩쓸리게 된다고 테노프는 주장합니다.


물론 상대방이 최소한의 외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어야 하겠지만, 상대방이 우리의 이상형에 부합하는가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상대방과 내가 어떤 심신 상태에 있는지의 여부입니다. 둘 사이에서 불꽃이 튀려면 둘은 같은 시점에 사랑을 주고받는 상태로 전환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다른 일에 바빠서 보통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제3자의 눈에는 모든 것이 맞는 것 같아 보이는 남녀도 정열은 두 사람 사이에서 그리 쉽게 불타오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보면 쌍둥이들이 자신의 쌍둥이 형제(자매)의 배우자에게 호감을 느끼지 못했다는 연구 결과나 중매쟁이들이 선을 볼 후보들에게 상대방이 그들에 대해 얼마나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지를 말해주곤 하는 이유를 쉽게 공감할 수 있습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정환(류준열)은

"운명의 또 다른 이름은 타이밍이다."

"나빴던 건 신호등이 아니라 내 수많은 망설임들이었다"라는 내레이션을 통해 이루지 못한 첫사랑의 이유를 자신의 망설임과 용기의 부족이 문제였다고 자책을 합니다. 테모프의 이론에 따르자면 정환의 실패는 망설임이 아니라 적절한 시기-덕선의 경제적 안정과 외로움-에 그녀의 곁에 있지 못했던 것에 있습니다.


결국 사랑도 타이밍이고 우연일 뿐입니다.

우리는 모든 일에서 규칙을 찾고자 하고 그리하여 우연은 인연으로 동시 발생의 사건을 인과관계에 의한 것으로 행운을 능력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뭔가가 우리 마음에 강하게 어필하는 경우 우연이라 생각하기 싫어합니다. 로맨틱한 순간에는 누구나 연인이 자신만을 위한 사람임을 확신합니다. 거기에 이르기까지 지나왔던 모든 미로를 잊어버린 채 말이죠. 그러나 뒤돌아보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삶의 동반자를 만나고 싶다면 어쩌면 우리는 전적으로 운명이 아닌 우연에 맡길 수밖에 없습니다. 두 사람이 동시에 안테나를 세우고는 다른 사람의 제스처를 칭찬으로 알아듣거나, 착각하기만 하면 두 사람은 결국 가까워지게 되어 있고 그러면 이야기는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는 법을 배우게 될 테니까요.


아직도 여러분의 지난 사랑이 운명이었다고 생각하시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