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다는 것, 사랑한다는 것

리쾨르와 프로이트가 말하는 삶의 과제

by 백건


어른이 된다는 것, 사랑한다는 것 – 리쾨르와 프로이트가 말하는 삶의 과제

“어른이 된다는 건 뭘까요?

나이를 먹는 걸까요? 경제력을 갖추는 걸까요?

아니면 상처를 숨기고 웃는 걸까요?”

오늘은 철학자 폴 리쾨르의 말을 빌려 우리 삶의 속살을 들여다보려 합니다. 폴 리쾨르는 『해석의 갈등』에서 말합니다.

우리는 삶을 해석하며 살아간다고요.

그런데 그 해석에는 늘 갈등이 따라옵니다.

'나'라는 사람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내 감정의 진짜 의미가 뭔지, 심지어 내가 왜 사랑하는 사람을 미워하는지도 쉽게 해석되지 않죠.

리쾨르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을 ‘의심의 철학’이라고 부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말하는 것, 생각하는 것, 사랑하는 것의 이면에는 감춰진 욕망과 상처가 있기 때문이죠.


남녀가 사귀다 보면 종종 이런 일이 생깁니다.

여자는 남자가 자기에게 관심이 줄었다고 느끼고,

남자는 여자가 자꾸 집착한다고 느낍니다.

여자는 말합니다.

“너 요즘 나랑 있으면 핸드폰만 보잖아. 나 싫어진 거야?”

남자는 대답하죠.

“그만 좀 의심해. 왜 매번 이런 얘기만 해?”

싸움이 반복됩니다.

리쾨르식으로 해석해보면, 이 갈등은 단순한 오해가 아닙니다. 그 밑에는 자신도 인식하지 못한 불안과 욕망, 상처가 깔려 있습니다.

여자의 말 뒤에는 “나는 사랑받고 싶은데, 버려질까 봐 무서워.”

남자의 말 뒤에는 “나는 인정받고 싶은데, 계속 비난받는 느낌이야.”라는 무의식이 숨어 있는 겁니다.


어느 날, 한 남성이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퇴근합니다. 집에 오자마자 어머니가 말합니다.

“너 요즘 왜 이렇게 무기력하니? 밥은 제대로 먹고 다녀?”

남자는 말합니다.

“좀 내버려두라고요. 언제까지 간섭하실 거예요?”

어른이 된다는 건 독립하는 것 같지만,

감정적으로는 여전히 부모의 시선과 말 한마디에 흔들리는 아이입니다.

리쾨르는 말합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기 내면에 숨겨진 상처를 직면하고 해석하는 것”이라고요.

프로이트에 따르면 우리의 많은 갈등은 과거에서 반복되는 감정 패턴, 즉 반복강박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리쾨르는 그걸 ‘상처받은 상징’을 해석함으로써 삶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사랑이 어려운 이유는, 우리가 상대방을 통해 나 자신과 싸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른이 되기 어려운 이유는, 우리가 아직도 과거의 해석 안에 갇혀 있기 때문입니다.

리쾨르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너는 너 자신을 올바르게 해석하고 있는가?”

해석 없이 성장은 없습니다.

상처의 진짜 의미를 해석하고, 욕망의 방향을 바꾸는 것. 그게 진짜 어른이 되는 길이고, 사랑을 지속하는 기술입니다.


제 사견을 보태자면 어른이 된다는 건 대타자에게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다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벗어나는 것에 있다고 봅니다.

사랑한다는 건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사랑해 줄 타인을 기대하는 게 아니라 불완전한 나를 받아들이고, 함께 해석해가는 것이라고 봅니다.

인생은 해석의 연속입니다.

그리고 그 해석의 심도와 벡터가, 당신의 삶의 깊이와 방향을 결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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