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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꽃바람 Jul 30. 2022

경찰국 신설과 장관의 브레인 스토밍이 위험한 이유

영화 <1987>로 돌아보는 경찰, 30년 전과 같은 것과 다른 것

"경찰 중립화의 역사와 현 제도는 민주주의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 합니다."


전국경찰서장회의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대기 발령 조치를 당한 전 울산 중부경찰서장 류삼영 총경은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경찰 조직 차원에서 경찰국 신설을 막을 수 있는 사실상의 방법은 없다며 국회와 국민에게 도움을 청했다.


1987년 민주화투쟁의 과정에서 경찰은 국민을 억압하는 독재정권 폭압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다. 전두환의 후계자였던 노태우 정부에서조차 경찰개혁은 피할 수 없는 화두로 떠올랐다. 경찰의 중립을 이루기 위한 조치로 1990년 정부조직법에서 내무부 장관의 업무에서 '치안'이 삭제되었고, 1991년 내무부 산하의 치안본부가 떨어져 나와 경찰청으로 독립했다.


법치를 소중히 여긴다는 윤석열 정부는 행정안전부 안에 경찰국을 신설하는 안을 국무회의에서 전광석화처럼 통과시켰다. 행안부 장관이 관할하는 사무에 경찰과 치안에 대한 내용이 없으므로, 상위법인 정부조직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이는 명백한 위법이다. 역사의 시계를 30여 년 전으로 되돌리려는 시도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법하다.



그래서 다시 돌려보게 되는 영화 <1987>. 


박종철 열사의 사인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책상을 탁! 치니, 학생이 놀라 억! 하고 죽었다'는 경찰의 그 유명한 해명 장면도 인상 깊지만, 그보다 더 기억에 남는 영화 속 장면은 따로 있었다. 치안본부장(우현)이 윗선의 전화를 받고 안절부절못하는 모습과 치안감 박처원(김윤석)의 지시에 언제나 "받들겠습니다!"를 외치는 남영동의 부하들의 모습이다.


영화는 박종철 열사가 물고문으로 사망한 1987년 1월 14일을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언급되지 않는 사건 하루 전날, 당시 내무부 장관 김종호가 남영동 대공분실을 다녀갔다는 증언이 최근 나왔다.


고문치사 사건 당시 심문과정에 관여해 실형을 살기도 했던 전직 경찰관 A씨는 JTBC 취재(지난 7월 26일 <뉴스룸> 보도 https://www.youtube.com/watch?v=g-b2WvLHytA&t=2s )에 응했다. 그는 당시 내무부 장관이던 김종호 장관이 대공분실을 찾아와 술과 점심을 사주고 격려금을 주고, 대통령의 임기가 1년밖에 안 남았으니 대학교 개강 이전에 사건을 마무리하라는 메시지를 남겼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신설되는 경찰국이 인사권을 이용해 과거처럼 수사에 개입할 수도 있다며 지금 전개되는 상황을 우려했다. "경찰이고 조직에서는 인사권이 최고 아니냐, 정치적으로 이용 안 한다는 보장이 어디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민생과 무관한 집단행동을 하는 것은 직무유기이자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꼬박꼬박 받는 이들의 배부른 밥투정으로 보일 뿐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경찰국 신설에 대한 경찰의 내부 반발을 '배부른 밥투정'이라고 비판했다.     


비아냥거리듯 그가 던진, '밥그릇'이라는 말 속에 어쩌면 이번 논란의 핵심이 담겨져 있는지도 모른다. 검사처럼 퇴직 뒤 변호사를 개업할 수도, 전관예우를 받을 일도 없는 경찰은 눈 앞의 승진과 인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공무원들이기 때문이다.


30년 전의 상황과 지금은 많이 다르기에 경찰국 신설에 대한 비판은 지나치다는 것이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입장이다. 그는 최근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 때 경찰특공대 투입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경찰 고위 간부에게 내려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논란이 되자 그 발언은 브레인 스토밍 차원의 이야기였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바로 그 '브레인 스토밍'이 1987년 윗선의 '격려'와 '걱정'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는 걸 정말 모르는 것일까.     


30년 전과 비교해 많이 달라진 것이 있기는 하다. 촛불광장이 증명하듯 한 세대를 거치는 동안 더욱 성숙해진 시민의식과 더 이상 정권의 하수인이 되어 국민을 등지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일선 경찰들의 인식이 그것이다.


"경찰은 국민들한테 칭찬받고 사랑받는 조직이 되고 싶습니다. 장관 한 명한테 사랑 받아가지고 출세하고 싶지 않습니다." 

(마산동부경찰서 양덕지구대 류근창 경감의 JTBC 뉴스룸 인터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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