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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woo Nov 07. 2021

강점과 약점이 모호해지는 순간

[함께 자라기] 는 가능한 일인지

웹 프로그래밍을 시작한지 약 2년이 되었다. 새 회사에서 반년정도 일한 지금, 패턴화된 업무에는 제법 익숙해졌고 새롭게 만나는 과제들은 크게 수렁에 빠지지 않고 헤쳐나갈 수 있게 되었다. 입사 초반에 매일 곤란한 기분을 느꼈던 것과는 달리 최근에는 나에게 주어지는 업무난이도와 나의 역량이 잘 매치되고 있다.


프로젝트 하나를 마무리하고 나서 다음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기술적인 고민은 줄어들고 일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 늘어난다. 이런 고민을 하던 중에 동료분께 <함께 자라기> 라는 책을 추천받아서 읽었는데, 어느 한 대목에서 충격에 휩싸여서 그 부분에 대해 기록해보고자 한다.



품질은 상대적이다


저자는 미국의 컴퓨터 과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제럴드 와인버그 의 말을 인용했다.


품질이란 누군가에게 가치가 되는 것이다.
Quality Is Value To Some Person


그리고 자신의 일화를 추가로 제시하면서, 설득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결국 의사결정에는 사람의 감정과 직관이  역할을 하는 만큼 신뢰를 쌓아야한다고 주장했다.  주장은 옳거나 그르다고 판단할  있는 이론적 주장이나 철학적 주장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의 많은 경험에서 도출한 실무적인 노하우에 가까웠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사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곧바로 수긍하기는 어려웠다.

반드시 납득할 수밖에 없는 객관적인 자료를 제출하는 것보다 상대의 감정과 성향을 이해하고 그가 좋아할 만한 키워드로 설득하는 것, 한발 앞서 사전에 미리 상대방과 신뢰를 쌓아두는 것이 나의 작업물을 더 좋은 품질로 받아들이게 하는 데 결정적이라는 이야기는 내 사고방식으로는 너무 이상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계속 쓰게 되는 어플리케이션


어플리케이션에게도 삶과 죽음이 있다면, 그 라이프사이클은 설치부터 삭제까지일 것이다. 나는 좋은 어플리케이션이란 사용자의 휴대폰에 지속적으로 살아있고 계속 쓰게 되는 어플리케이션이라고 생각한다. 품질이 높은 앱이 오래 살아남을 것이다. 나는 앱개발을 시작한 이후로 서비스 품질에 대한 기준을 몇가지 갖게 되었다. 주로 QA 기간에 배운 것들이다. '친근한 진입화면', '버그 및 오동작 최소화', '크래시 최소화', '직관적이고 쉬운 플로우', '버튼 잘 눌림', '기다리게 하지 않음(뭔가 다른 거라도 볼 수 있도록 함)'. 그리고 코드품질에 대한 기준도 갖게 되었다. '최대한 거의 모든 코드가 예상하고 컨트롤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음', '간결한 구조와 동작속도가 빠른 함수 선호', '서로 이해하기 쉽도록 약속된 규칙(컨벤션) 따르기'.


의견이 충돌되어 서로를 설득할 때, 대부분 길게 논의하다보면 사실은 디테일한 부분에서 서로의 기준에 차이가 있는 경우가 많았다. 모든 기준을 세세하게 규칙으로 만들 수는 없기 때문에 당연했다. 바로 이런 순간을 맞닥뜨릴때마다, 나는 시간 제약이 있을 때는 가지고 있는 근거 안에서 결정하되, 만약 시간이 충분하다면 각자 자신의 의견을 뒷받침할 근거를 좀더 모은 후에 결정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해왔다. 더 많은 사람들이 따르고 있는 방식이라거나, 우리에게 좀더 익숙한 패턴이라거나 하는 중요한 근거들이 우리의 작업물의 품질을 지켜줄 거라고 믿었다.  



함께 자라고 있는 팀이 있을까?


사이드프로젝트 작업물이 아니고 실제 론칭하는 서비스에서 과연 최대한 많은 정량적인 근거를 확보하지 않은 상대방의 설득에 안심하고 수긍할 수 있을까? 서로를 신뢰하며 함께 자라고 있는 팀이 있을까? 나는 상상하기 어렵다. 팀원과 나의 실력에 대해 아무리 믿어도, 매 순간의 의사결정에는 실수가 발생할 수 있는데, 어떻게 신뢰한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물론 저자는 다른 챕터에서 '자유롭게 실수할 수 있는 환경', '테스트환경'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책 한권을 다 읽고 나면 각 챕터에서 가질 수 있는 대부분의 의문은 해소된다.


이런 형태의 팀과 저런 형태의 팀에서 내가 가진 특성은 강점이 될 수도 있고 약점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진 예민함과 근거에 대한 추구는 함께 자라는 팀에서는 독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팀에서는 매순간 근거에 의존하는 방식이 아무리 생각해도 가장 합리적으로 보인다.


팀의 형태가 평범한 모습에서 좋은 모습으로 지속적으로 변화하는(자라나는) 것인지, 아니면 평범한 팀과 좋은 팀이 처음부터 결정되어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내가 강점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특징이 어느 날 약점으로 작용하게 된다면 그때의 나는 또 어떻게 해야 되는지도 가늠할 수 없다.


답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다.





Photo by Sharon McCutcheon on Unsplash


참고서적

<함께 자라기, 애자일로 가는 길> - 김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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