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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종명 May 24. 2017

찻잎 아가씨와 소금 총각이 쌍무지개로 환영해주는구나

민가 체험과 라싸 도착 - 최종명의 중국 대장정(14)

티베트 사람에게는 차와 소금이 매우 중요했다. 그래서 쑤여우차에는슬픈 사랑의 이야기가 전설로 전해져 온다. 옛날 옛적에 A촌락의 토사(土司) 아들 원둔바(文顿巴)와 B촌락의 토사 딸 메이메이춰(美梅措)는 ‘서로서로 사랑을 했더래요’. 두 마을은 오랫동안 원수 집안이었으니 문제였다. 결국, 딸의 아버지가 사람을 시켜 원둔바를 살해했다. 원둔바의 장례가 화장으로 치러지는 때 메이메이춰는 불길로 뛰어들어 순정(殉情)하고 말았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둘이 죽는 것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중국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사랑의 힘이 놀랍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듯 결말이 좀 신비하다. 중국 4대 전설인 ‘양산백(梁山伯)과 축영대(祝英台)’는 결국 한 쌍의 나비로 승화한다. 

쑤여우차 마시는 티베트 민가의 어머니

티베트는 훨씬 강렬한 감동이 있다. 산화한 처녀는 차나무의 찻잎이 된다. 먼저 죽은 총각은 염호의 소금으로 환생한다. 티베트 사람들이 매일 쑤여우차를 만들 때마다 서로 다시 만나 하나가 된다. 나비보다 훨씬 아름다운 사랑의 결실이 아닌가? 천추에 길이 빛날 영수불후(永垂不朽)라 할만하다. 

티베트 민가의 어머니와 아들의 목완
티베트 민가체험 중 만난 소녀의 미소

쑤여우차는 버터 향 짙은 미숫가루 같다. 하루에도 50잔 이상 마시는 게 보통이다. 티베트 사람은 집에서나 외출할 때나 틈만 나면 마시기에 잔도 늘 들고 다닌다. 두루마기에 모시고 다니며 한평생 사용하는데 대부분 목완(木碗)을 사용한다. 나무 사발은 신랑을 만나 종신계약에 사인하는 신부와도 같다. 그래서 재미난 민가도 있다.


연인과 함께 하니 부끄럽고 带着情人吧害羞,

연인과 헤어지려니 애타네 丢下情人吧心焦.

연인이 목완과도 같다면 情人如若是木碗,

가슴에 품어야 더 좋으리라 藏在怀里该多好.

티베트 민가체험 중 찾아온 친척과 동네사람

이제 행정구역으로 라싸 시에 속한 모주궁카(墨竹工卡)를 지난다. ‘먹으로 그린 대나무’와 ‘용왕 거주지’라는 복합적인 뜻인데 연상도 어렵고 이해도 불가! 국도에서 5km 남쪽에 자마샹(甲玛乡)이 있다. 서기 617년 티베트 왕 쑹첸캄포(松赞干布)가 태어난 곳으로 자그마한 왕궁(王宫)도있다. 

라싸로 가는 길의 모주궁카 부근 들판

외아들인 쑹첸캄포는 부유한 환경에서 후계 교육을 받고 자랐다. 어려서부터 총명하고 다재다능을 드러냈으며 도덕적으로도 완벽했다. 12세에 아버지 남리쑹첸(朗日松赞)이 살해당하고 귀족과 결탁한 주변 왕국의 협공으로 위기를 맞지만 왕위에 오른 후 타고난 지혜와 통솔력으로 사태를 진정시킨다. 곧바로 군사력을 결집해 인근 왕국을 평정하고 티베트 일대를 통일한다. 알룽창포(雅鲁藏布) 강을 건너 아름다운 초원이 펼쳐져 있고 유리한 지형 조건을 갖춘 라싸로 천도한다. 

라싸로 가는 길의 라싸허

티베트 고원의 왕국 숨파(苏毗)와 샹숭(象雄)을 복속해 청장고원(青藏高原)을 통일한다. 네팔의 앞선 문명을 받아들이고 당나라와도 화친 결혼을 통한 외교정책을 펼친다. 칭하이 성과 간쑤 성 일대의 선비족 토욕혼(吐谷浑)과 강족 일파인 탕구트(党项)까지 복속해 굳건한 제국을 건설하지만 안타깝게도 서기 650년, 33대 티베트 왕이자 최초의 제왕은 34살로 요절한다. 

라싸로 가는 길의 다체 부근
라싸로 가는 길의 다체2호터널

이제 봉건시대 티베트 최고의 제왕을 따라 라싸로 들어간다. 미라산을 넘어서부터 라싸까지는 라싸허(拉萨河)가 계속 따라온다. 하늘은 강물에 투영돼 밝게 빛나고 있다. 라싸의 동대문인 다체(达孜)를지나니 터널 3개가 차례로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산 너머 강렬한 햇살이 쏟아지고 있다. 구름도 숨을 곳을 찾는다 싶었는데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온다. 조금 지나니 구름을 뚫고 내리쬐는 햇볕이 보기에도 따갑다.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올 때마다 풍광이 새롭다. 여전히 터널 속인가 싶을 정도로 하늘이 까맣게 변한다. 하늘의 조화인가 환영 인사인가?

라싸로 가는 길의 변화무쌍한 하늘

마지막 터널을 나오니 햇살도 보이고 먹구름도 보인다. 멀리 서봐도 비다. 라싸대교(拉萨大桥)를 건널 때는 날도 갠 상태다. 도무지 한눈을 팔기 어려운 변화무쌍이다. 갑자기 창밖에 펼쳐진 엄청난 ‘환영(幻影)’에 차에서 벌떡 일어설 뻔했다. 


“무지개다! 쌍무지개!!”


누군가 외쳤다. 이 화려한 ‘환영(欢迎)’을위해 그다지도 오랫동안 오락가락 천변만화(千变万化)했단 말인가? 대기 중의 자연현상 무지개, ‘물이 펼쳐진 문’이어서 무지개라 하던가? 중국어로 차이훙(彩虹)이라 한다. 쌍무지개는 그냥솽훙(双虹).‘빨주노초파남보, 빨주노초파남보’ 떠올리다가 다채롭고 찬란한 색채빈분(色彩缤纷)을 연상한다. ‘빈분’은 ‘손님과의 연분(宾分)’이‘실(糹)’로 묶여있는 꼴이다. 새로운 세상에서 만나는 손님과의 인연, 어찌 오색찬란하지 않을 소냐? 


드디어 도착한 티베트 수도 라싸다. 쑤여우차에들어온 찻잎과 소금이 된 듯 흥분된다.

라싸대교에서 만난 쌍무지개
티베트 민가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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