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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종명 Mar 24. 2017

차마고도 요충지 동죽림 지나 바이마 설산 넘다

티베트 사원 동죽림과 바이마 설산 - 최종명의 중국 대장정(03)

샹그릴라 고성에서 214번 국도를 따라 서북쪽 방향 289km를 가야 옌징(盐井)이 있다. 도로 상태가 좋아 7시간이면 충분히 도착한다. 그 옛날 차마고도를 개척한 마방은 얼마나 걸렸을까 궁금하다. 직접 말을 몰고 가지 않고서야 고단한 여정을 어찌 알 수 있겠는가? 


랜드크루저로 달린 지 1시간 즈음 시구이대교(西归大桥) 앞에서 멈춘다. 맞은편 민둥산에 자란 나무가 푸르러 그나마 산답게 보인다. 뱀이 다닌 것처럼 하얗게 닦아놓은 길이 아마도 마방의 길인 듯. 협곡을 따라 산을 넘어가야 했던 차마고도의 흔적이다. 작은 가게 옆에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는 아이에게 인사를 한다. 낯선 이방인의 말투가 낯설었는지 아이는 그저 표정이 없다. 

차마고도에서 만난 아이들

얼마 지나지 않아 번쯔란(奔子栏) 마을에 다다른다. 티베트 말로 ‘금색의 모래섬’이라고 한다. 이름이 입에 잘 붙어서인지 마을이 친근하다. 차마고도의 요충지로 행정구역상 진(镇)이다. 기초단위인 향(乡) 보다는 좀 크다. 식당에서 주문한 점심을 기다리는데 승려의 어슬렁거리는 모습이 보인다. 쏜살같이 차가 달려오는데도 무심하게 도로를 가로질러 가는 모습이 여유로워 보이고 평화롭기조차 느껴진다. 낯선 지방에서 맛보는 여행자의 특권이기도 하리라.

차마고도 흔적
번쯔란 거리의 승려

구불구불 좌우로 달리는 차에서 오른쪽 창문을 연다. 가파른 산비탈에 유난히 반짝이는 금빛 건물이 보인다. ‘신선이 기르는 학이 노니는 호수’라는 별명이 붙은 동죽림(东竹林)이다. 마을 가운데 자리 잡은 사원의 지붕이 대낮의 햇살을 제대로 흡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람막이인 설산을 등지고 있어 ‘겨울에 춥지 않고 여름에 덥지 않은 명당자리’라고 들었는데 딱 그렇게 위치한다.


수쑹촌(书松村) 마을답게 아담한 사원답게 입구도 투박한 나무문이다. 안으로 들어서니 마니룬(玛尼轮)도 5개뿐이다. 빙글빙글 돌리고 들어선 마당에 서니 4층 높이의 목조건물이자 본전인 대경당(大经堂)이 자리 잡고 있다. 백토의 벽 창문의 가림 천 문양은 봉건시대 정전제 봉토처럼 아홉 등분된 모양이 이채롭다. 실내는 송경처(诵经处)인데 양팔로 껴안아야 할 만큼 커다란 나무기둥이 82개가 조밀하게 박혀 있다.

동죽림의 마니룬

정면에는 겔룩파의 창시자인 총카파(宗喀巴)와 제자인 자차오제(嘉曹杰)와 커주제(克珠杰) 불상이 위치하는데 이를 ‘사도(师徒) 삼존’이라 부른다. 많은 문하생이 있었지만 ‘8대 제자’가 유명하다. 그중 수제자들이다. ‘달라이라마’는 16세기의 정교합일의 법왕 소남가초(索南嘉措, 3세 달라이라마)가 당대 최고의 실력자인 몽골 칸을 방문했을 때 얻은 존칭이다. ‘가초’를 몽골어로 위대하다는 의미를 내포한 ‘달라이’라고 하는데 이는 ‘바다’라는 뜻이다. ‘라마’는 스승이니 소남가초를 예우했던 표현이다. 이후 후계자인 롭상가초(罗桑嘉措)가 티베트를 통일하고 정식으로 달라이라마 5세라는 칭호를 사용한다. 거슬러 올라가 총카파의 8대 제자 중 겐둔드룹(根敦朱巴)을 1세 달라이라마로 소급해 존칭 했다. 

동죽림의 대경당
동죽림의 승려가 거주하는 건물의 무대

동죽림을 ‘동쪽에 있는 대나무 사원’이라고 직역하거나 오해한다. ‘자기를 이롭게 하고 타인도 이롭게 한다.’는 이리(二利)의 사상을 담고 있다. 활불이 10명이 넘고 승려 700여 명이 거주한 사원이다. 사원 3면은 승려가 거주하는 공간이다. 오래된 사원답게 시설은 초췌하다. 대경당과 마당을 사이에 두고 한가운데 자리 잡은 무대는 낡았지만 노랗기도 하고 갈색이 연하게 번져 담백한 단청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고풍스럽고 따뜻해 보인다. 백열전구가 곳곳에 걸려 있다. 램프로 바라본 사원 휘장이 투명하다.

해발 4,292m 바이마설산 고개

바이마 설산(白马雪山)을 관망하면서 차가 달린다. 해발 4,292m 지점에 이른다. 음료와 과자를 파는 가게 창문에 걸터앉은 소녀는 사람들에게 관심도 없다. 사면 사고 말면 말라는 식이다. 불경을 새긴 오색 천이 만국기처럼 긴 줄에 나부낀다. 이를 타르쵸라 부르는데 불심이 널리 초원에 퍼져나가길 염원하는 것이다. 티베트 문자로 ‘옴마니팟메훔’을 색색이 새긴 마니석도 놓여 있다. 이 고개가 샹그릴라와 옌징이 있는 더친(德钦)의 경계다. 어느덧 오늘 일정의 반을 달려왔다. 

바이마설산 고개의 가게
옴마니팟메훔 새긴 마니석
번쯔란과 동죽림 지나 해발 4,292m 바이마설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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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억과의 대화 http://www.youy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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