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종명 Mar 27. 2017

오색찬란한 룽다, 티베트 염원을 담아 초원을 달리다

메이리설산 관망대, 란창강협곡 지나 옌징 - 최종명의 중국 대장정(04)

이제 티베트 사람이 신성시하는 아름다운 메이리설산(梅里雪山)을 향해 간다. 국도를 벗어나 10여 분 달려 설산을 조망하는 관망대로 들어선다. ‘메이리’라는 말은 ‘약산(药山)’이란 뜻으로 약재가 풍부하다고 알려진다.  메이리설산은 약 150km에 이르는 산맥이다. 


주봉은 6,740m로 아직도 인류가 정복하지 못한 처녀봉이다. 누구도 쉽게 도전하기 어려운 ‘신성’한 장소이다. 관망대에는 티베트 불탑인 초르텐이 13개 서 있는데 봉우리 숫자에 맞춰 예우하는 것이다. ‘태자 13봉(太子十三峰)’이라 불리는 봉우리는 모두 해발 6,000m가 넘는다. 그래서 태자를 영빈한다는 뜻으로 ‘영빈13탑(迎宾十三塔)’이라 불린다.

메이리설산 관망대의 영빈13탑
메이리설산의 초르텐

일몰에 오면 봉우리에 비친 붉은 노을이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한다는데 아쉽게도 구름에 가려 13개 봉우리 정상을 보기 어려웠다. 하늘은 코발트이건만 풍선처럼 부푼 구름이 가리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마음이 청결하지 않은 탓인가 자책도 해본다. 메이리설산은 도보여행이나 등반 코스로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간혹 등반 사고도 전해지는데 그만큼 오르고자 하는 욕구를 가득 풍기는 명산이다.

티베트 룽다

초르텐 옆으로 룽다가 하늘을 향해 솟아있다. 붉고 파랗고 노랗고 푸르고 하얀 오색찬란한 깃발이다. 중국인은 룽다를 풍마기(风马旗)라 부르는데 바람처럼 달리는 말을 상상한 것인지 모른다. 마방처럼 달리고 싶은 룽다는 제 자리에 서서 불경의 뜻을 널리 퍼트리고 있다.


하늘 향해 사진을 찍으니 연회색의 구름이 보색의 효과를 드러내듯 더욱 선명하다. 이 화사하게 번지는 보색 대비의 룽다에 어찌 반하지 않을 것인가? 독수리처럼 하늘을 향하지만 사실은 차마고도를 따라 달리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티베트의 역사는 바람처럼 변한 적이 없는 룽다처럼 초원 위에 그대로 머물고 있는 것이니 말이다. 

란창강 협곡

다시 2시간을 달리면 란창강협곡(澜沧江峡谷)에 이른다. 윈난과 티베트를 거치며 북쪽에서 남쪽으로 나란히 흐르는 세 개의 강을 건너야 한다. 차마고도의 운명이다. 동쪽부터 금사강(金沙江), 란창강, 노강(怒江)이다. 이를 삼강병류(三江并流)라 부른다. 2003년 유네스코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산 아래로 서서히 내려가면 강을 가깝게 볼 수 있다. 높은 산에 둘러싸인 협곡, 검붉은 황토가 흐르는 강물도 시야에 들어온다. 


협곡을 만나면 말과 함께 건너야 하는 마방도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세월이 지나며 차츰 노하우가 생겨 위험천만한 일은 줄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도 가까이 가면 공포스러운데 그 당시는 어땠을까? 차마고도가 형성된 것은 당나라 시대 이후로 알려져 있다. 티베트 고원에는 야크를 비롯해 동물의 젖이 대부분이라 지방 영양분만 가득했다. 그래서 푸얼차(普洱茶)를 섞어 만든 쑤여우차(酥油茶)가 생겨났다. 비타민을 공급하는 차가 외부로부터 유입되면서 교환이 생기고 길이 생긴 것이다. 


마방은 몇 달씩 걸리는 차의 운반을 위해 지혜를 발휘했다. 발효차인 푸얼차를 둥글게 만든 병차(饼茶) 하나의 무게는 357g이다. 말의 오른쪽 왼쪽에 84개씩 각각 30kg의 무게로 균형을 맞춘다. 한번 행군으로 차를 옮겨야 했던 마방은 적은 양보다는 많으면 좋을 것일 터. 너무 무겁지도 않은 푸얼차의 표준은 곧 차마고도가 만든 피이자 땀이다. 목숨을 걸고 협곡을 넘어야 하는 말과 마방의 공로이다. 그렇게 전달된 차는 티베트 사람의 주식이 됐고 영양분이 돼 지금도 하루에 10잔 이상 마시는 음료이자 생명수이다. 

차마고도의 소금 생산지 옌징 검문소

60kg의 무게를 견디며 묵묵히 걷던 말은 이제 사라졌다. 그 옛날 굽이굽이 흐르는 란창강을 따라 힘차게 걷는 머나먼 행로가 떠오른다. 란창강을 거슬러 다시 시속 80km로 국도를 달린다. 황갈색 강물이 끊임없이 시야에 머문다. 강물 색깔은 산의 토양과 밀접하다. 누렇기도 하고 붉기도 한 황량한 산이 연이어 나타난다. 산자락에는 나무들이 거센 토양을 뚫고 푸릇푸릇한 색깔을 생산하고 있다. 그래서 황폐한 느낌을 조금 상쇄하고도 남는다. 

옌징의 밤에 바라본 민가

현지 가이드나 지인들조차 정말 옌징을 들어간다는 것인지 의심의 눈초리가 많았다. 드디어 검문을 통과해 당당하게 관문을 열고 들어간다. 어스름이 내리고 점점 날이 어두워지는데 창문 사이로 살포시 드러난 한 집안의 불빛이 아름답다. 불빛 덕분에 민속적인 문양이 완연하게 보인다. ‘금단의 땅’에 들어선 것이다. 


메이리설산, 란창강협곡 지난 '금단의 땅' 옌징에 이르다

카톡 youyue / email pine@youyue.co.kr

13억과의 대화 http://www.youyue.co.kr/

매거진의 이전글 차마고도 요충지 동죽림 지나 바이마 설산 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