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 탁자 위에는
작은 탁상형 일력이 놓여 있다.
아기자기한 굿즈를 좋아하는 편이라
실용성 따위는 생각지 않고
그저 예쁘다는 이유로 구입한 캘린더다.
직장에 다닐 때는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바쁘게 살았으니
한 달에 한 번 넘기는 달력도
날짜가 훌쩍 지난 후에야
달력의 다음 장을 넘기는 일이 많았는데
시간이 여유로워진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게다가
하루에 한 장씩 뜯어야 제 날짜가 나오는 일력을
잊고 있다가 일주일 치를 한 번에 뜯어내기 일쑤.
하루, 이틀, 사흘, 나흘…
그렇게 뜯어낸 며칠 치 날짜의 종이는
깃털만큼이나 가볍다.
무얼 했었는지, 무슨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 특별할 것 없이 흘려보낸 하루하루.
그 하루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그렇게 보낸 하루하루가
뜯어서 버리는 일력의 종이만큼이나
한없이 가볍게 느껴진다.
당연하다고 여기는 오늘 하루가, 일상이
사실은 당연하지 않은 하루이기에
언젠가는 그리워할 일상이기에
무심코 지난 일력의 종이 한 장 버리듯
가벼이 보내진 말자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