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춧대를 미국에 보낸다고?

아빠의 고춧대 소동

by 미쓰당근


얼마 전 미국에 사는 동생에게 연락했다가

코로나에 걸렸던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코로나 검사를 한 건 아니라고 하니 정확하달 순 없지만

고열과 몸살 증세가 보통 감기보다 훨씬 심했던 데다

본인이 증세가 시작된 며칠 후

와이프도 같은 증세로 앓았다면서

분명 코로나였을 거라나.


병원에 가봐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니

하루 이틀 심하게 앓았지만

해열제 먹으며 집에서 며칠 쉬었더니

이젠 많이 좋아졌다면서 괜찮다고.

“그래? 젊은 사람들은 코로나도 감기처럼

가볍게 앓고 지나간다더니, 다행이다.”

진짜 코로나에 걸렸었나 싶기도 했고,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는 말을 들으니

크게 걱정이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엄마 아빠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듯했다.

“미국엔 코로나 환자가 많아 병원 가기도 힘들다던데,

많이 아프면 어쩌냐.”

급기야 아빠는 고춧대를 구해서 보내겠다고 했다.

유튜브에서 어느 사이비 박사인지가 고춧대를 삶아 먹으면

코로나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한

검증되지도 않은 가짜 뉴스를 봤었나 보다.


“고춧대가 뭔대? 그걸 삶아 먹고 코로나가 나으면

왜 백신이랑 치료제를 만든다고 전세계가 난리겠어.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그런데도 혹시 좋을 수도 있지 않겠냐며

고춧대를 구하겠다는 아빠와 말씨름을 벌이다

결국 크게 화까지 냈다.


그 얘기를 들은 동생이 깔깔 웃으며 그걸 왜 보내냐면서

이젠 거의 다 나아 아프지 않다는 말을 듣고서야

아빠는 고집을 꺾었다.

그 대신 엄마 아빠는 미국에서도 다 구할 수 있다는 데도

생강과 도라지, 배 말린 것과 계피 등 감기에 좋다는 온갖 재료들을

고이고이 싸서 그 비싼 EMS로 보냈고,

그제서야 고춧대 소동이 마무리되었다.


아직 부모가 되어 보지 못한 내가

어찌 엄마 아빠의 마음을 다 헤아릴 수 있겠냐만

그런 비합리적인 이야기에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고집을 피웠던 건

자식에 대한 사랑과 걱정 때문이었을 거다.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믿는 것도 그렇고,

또 설령 보낸다 하더라도

그걸 요즘 어디서 구한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어

벌컥 화부터 냈었지만

정성껏 소포 꾸러미를 싸는 엄마 아빠를 보며

자식을 위해 뭐든 구하겠다고 나서는 부모가 곁에 있음에 감사했다.

그리고 오래오래 곁에 있어 달라고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