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에 관한, 부끄러운 나의 기억
중학교 1학년 때의 일이다.
쉬는 시간에 앉아 있는데, 누군가 부른다.
반장! 어떤 남자애가 꽃다발을 들고 찾아왔어!
중1, 이성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는,
예민한 사춘기 시절이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
잔뜩 기대한 표정의 친구들 틈을 헤치고...
애써 담담한 척,
(그러나 사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복도로 쓱~ 나가보았다.
거기에 정말 있었다, 꽃다발을 든 남학생이.
하지만 불행히도 난
그 남자애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나를 보자마자,
키가 좀 작던 그 남학생은
황급히 도망치기 시작했으니까.
아니야! 얘가 아니라구!
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아니라
얼굴이 하얗고 예쁘장했던,
우리 반 부반장을 만나려던 거였다.
(부반장을 반장인 줄 착각했던 모양이다.)
지금까지도
교실이 떠나갈 듯 깔깔대던 친구들의 웃음소리와
잘 익은 토마토가 되어
어디론가 흐물흐물 사라져버리고 싶었던,
그날의 일이 어제처럼 생생하다.
꽃다발로 좋아하는 소녀에게 고백을 하려 했던,
한편으로는 조숙했으나,
한편으로는 철이 없던,
얼굴도 모르는 그 남자애는...
내게 그렇게 잊지 못할,
강렬한 기억을 선물해 주었다.
(잘 지내니? 고맙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