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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깡양 Sep 16. 2015

닭다리가 두 개인 이유

대학 2학년 때,

기숙사 생활을 하던 친구의 이야기이다.

기숙사에서 저녁에 치킨을 시켜 먹었는데...

같이 먹던 룸메이트가

닭다리 하나를 순식간에 먹더니,

남은 닭다리 하나까지 마저 집더라는 것이다.

당연히 자기 것이라고 생각했던 닭다리가

한 학년 아래의 룸메이트 입 속으로 사라지는 걸

멍~하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면서...

하지만 쩨쩨하게 보일까봐 아무 말 못했다면서...

친구는 계속 내게 툴툴거렸다.


비슷한 경험이 내게도 있다.

야근을 위해 회사 동료들과 저녁을 먹으러 온 식당,

반찬으로 새우 튀김이 올라왔다.

사람이 세 명, 튀김이 세 개...(마음이 놓인다.)

세 개... 두 개... 한 개...

저 마지막 남은 튀김은 내 몫이니까

천천히 여유 있게 먹어야지, 라고 생각한 순간,

앞자리에 앉은 동료가 냉큼 집어 먹는다.

"튀김 안 좋아하나봐? 맛있는데."


함께 음식을 먹을 때

상대방의 몫을 남겨두는 것...

누가 정해 놓은 규칙도 아닌데,

보통 우린 그렇게 한다.

그리고 그렇게 되지 않을 때

마음이 무척 불편해진다.


지금까지는 그것이

상대방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했는데...


혹시나...

무언가를 함께 하는 훈훈한 순간에도

내 것과 네 것을 구분하고

내 몫을 챙기기 위해

애를 쓴 건 아니었는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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