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발전 속도가 빠르다는 건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누구나 체감하는 현실이다. 그만큼 세상의 변화도 가속화되고 있다. 그 속도가 매우 빨라 지금껏 살아온 세대와 앞으로 살아갈 미래 세대는 완전히 다른 세상을 경험할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과거의 경험에 빗댄 조언이 미래 세대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한 티비 광고에서 딸이 엄마에게 “엄마 땐 없었잖아”를 외친다. 그 광고는 새로운 학습도구가 나왔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겠지만, 엄마 때 없었던 변화는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고 전방위적이다.
쉽게 생각해보자. 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 최신 기기의 사용과 이를 통한 새로운 문화는 언제나 젊은 세대들이 주도한다. 특히 요즘 세상은 스마트폰을 위시한 웨어러블 기기로 모든 것이 돌아가는 세상이다. 하지만 나이가 많은 세대들은 온라인 결재도 힘겨워하며, 스마트 폰의 사용도 자식들에게 물어본다. 이런 상황에서는 세대간의 기술 격차는 어느 때보다 훨씬 클 수밖에 없다. 세상의 기술 발전을 따라가기 힘겨운 부모 세대들이 자식 세대에게 앞으로 변화하는 삶을 조언해주기는 쉽지 않다.
보통 조언이라는 것은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부모세대가 살아가던 시대의 감각으로 미래세대에게 조언하는 건 자칫 아무런 쓸모가 없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오락실은 나쁜 곳이었고, 게임은 공부를 방해하는 백해무익한 것이었다. “그렇게 게임만 해서 뭐가 되려고 그러니?”라는 잔소리는 언제나 단골 메뉴였다. 그러나 어느 순간 프로게이머가 등장했고, 거대 산업이 형성되었으며, 억대의 연봉자들이 나타났다. 게임 LOL의 프로게이머인 페이커의 경우 연봉이 50억 이상일 것으로 추정되며, 중국에서 100억대의 연봉 제안을 받기도 했다. 또한 방탄소년단, 손흥민과 함께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히기도 했다. 그렇게 게임만 해서 뭐가 되나 했더니 삼성전자 임원보다도 더 많은 연봉을 받는 세계적인 인물이 된 것이다.
2000년대 초반 가장 인기 있었던 중어중문학과의 위상도 급변했다. 여러 대학에서 중문과가 폐과되거나 교양강좌가 줄줄이 폐강되고 있으며, 중국어 학원도 문을 닫고 있다. 사드 사태와 중국 정책의 영향으로 사업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한 지인은 “중문과가 이렇게 뜰 줄 누가 알았겠느냐”며, “선견지명이 있어 자식들을 중문과에 보낸 사람들은 모두 잘 풀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 10여년 만에 그 이야기는 정반대가 되었다.
MIT 미디어랩 소장인 조이 이토와 제프 하우는 “대학에 입학할 때 절정에 달한 분야를 공부하기 시작한 학생은 졸업할 때쯤에는 쇠락한 업계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가장 인기 있는 직업인 의사나 변호사 같은 전문직종이 AI에 가장 취약할 수 있다는 보고서는 지금 유망한 학과나 직업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게 된 것을 의미한다.
또한 4차 산업혁명이 화두로 등장하면서 산업 간의 경계도 붕괴되고 있다. 모든 산업들이 벽을 허물고 융합을 시도하면서, 전혀 다른 분야라고 생각했던 가구와 IT, 의류와 헬스케어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자동차가 새로운 스마트폰 플랫폼으로 변신을 시도하기도 한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은 단순히 산업의 발전을 넘어,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기술의 힘을 활용할 태세다. 그것은 기존 인간 생활 전반을 붕괴시키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려고 한다. 그것은 어쩌면 매우 무서운 미래일지도 모른다.
‘4차 산업 혁명의 충격’을 쓴 클라우스 슈밥 등 저자들은 4차 산업혁명이 결국 우리가 하는 일뿐만 아니라 우리가 누구인지도 바꾸게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사생활에 관한 인식, 소유권의 관념, 소비 패턴, 일과 여가에 사용하는 시간, 경력 개발과 기술 연마, 사람들을 만나는 방식 등 우리의 정체성 및 이와 관련된 모든 문제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호모데우스’의 저자 유발하라리는 한발 더 나아가서 인간의 존재 의미까지도 흔들릴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동안 인간은 저마다 독자적인 내면의 목소리와 경험을 소유하는 유일무이한 존재라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생명과학의 발달로 인해 ‘인간에게 자유의지 같은 건 없고, 생화학적 알고리즘만 있을 뿐.’이라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생명과학은 몸과 뇌와 마음을 설계할 수 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렇게 되면 사람의 의지를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게 된다. 즉, 우리는 자신의 욕망에 따라 행동한다고 착각하겠지만, 그것은 자유의지가 아니라 뇌가 만들어내는 생화학적 알고리즘이 지어낸 허구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가 인간의 뇌 회로를 조작할 수 있다면, 고객의 자유의지도 우리가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이 될 것이며, 사람은 자신의 욕망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 욕망을 느끼고 그것에 따라 행동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이건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나오는 너무 많이 나간 얘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인류의 과학기술은 기억을 삭제하고, 거짓기억을 생성하고, 감정과 욕망을 조작할 수 있는 초입에 와있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질병 없이 건강하고 원하는 조건의 아이를 만들 수도 있다.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 가능한 이야기다.
어쩌면 이것이 인간 윤리와 삶이 재정의 된 미래 세상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조만간 우리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 믿었던 기본과 본질마저 변하는 시대를 목격할지도 모른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알아차리기도 급급한 세상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는데, 도대체 미래 세대를 위해 무슨 조언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좋은 대학과 좋은 직장을 가라는 낡은 조언으로는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는 시대에 성공의 길을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기존에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건 이제 낡은 조언이 되어 버렸다. 과거에 배운 건 과거의 지식일 뿐이다. 그러니 함부로 조언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의 세상은 새롭게 정의하고, 새롭게 생각해야 하는 시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더욱 중요한 시대가 바로 눈앞에 도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