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안 나는 독서가 인생의 변화를 만드는 이유

by 정헌

독서에 대해서 사람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 중 하나는 책을 읽어도 기억이 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어차피 기억도 안날 걸 읽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비단 책 읽은 것만 기억 못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일상생활 자체가 기억이 지워지는 과정이다. 지난주 목요일에 먹은 점심은 기억나는가? 내가 지난 주말 친구를 만나서 30분 후에 나눈 대화는 무엇인가? 우리는 그 대화 내용을 온전히 기억할까? 절대 그렇지 않다.


사람들은 같은 상황도 다르게 기억한다. 같이 만나 대화를 나눠도 시간이 흐르면 기억하는 것이 다르다. 심지어 자신이 한 행동도 기억하지 못할 때도 많다. 그래서 법정 증언에서 ‘기억나지 않는다’가 통용되는 것이다.


당연히 공부한 내용도 다 기억나지 않는다. 우리가 어차피 다 잊어버릴 거라면 도대체 공부는 왜 하는 것인가? 어차피 리셋 될 텐데 말이다.


우리의 인생 자체가 기억이 지워지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그 무엇도 의미 있는 것은 없을 것이다. 비단 책 읽은 게 기억 안 난다는 것만 탓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면서 하는 모든 일은 쓸데없는 짓일까? 당연히 그렇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뇌의 연결을 바꾸는 일이다. 어떤 일을 하면 뇌는 엄청난 에너지를 투입하여 뉴런의 시냅스 연결을 조정한다. 특히 책을 읽는다는 것은 뇌에게 있어 매우 흥분되는 일이다. 실제 독서를 하는 뇌를 스캔해보면 뇌의 모든 영역이 매우 활성화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동적으로 영상을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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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생소한 문자를 해독하고 그것의 이미지를 만들어 머릿속에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 과정을 거친다. 뇌의 입장에서는 실로 엄청난 작업을 하는 것이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들이 뇌의 연결을 바꾸는 일이라면, 독서를 하는 것은 뇌의 연결을 매우 다채롭고 강력하게 바꾸는 것이다. 그래서 독서를 하면 반드시 변화가 일어난다. 한두 권은 큰 변화가 아닐지 몰라도 수백 권 수천 권이 쌓이면 뇌가 만들어낸 길은 실로 놀라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책을 천 권을 읽은 사람이 모든 내용을 온전히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서 책을 안 읽은 사람과 같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실제다.


기억이 안나도 이미 달라져 있다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가 매일 연습하는 것을 다 기억할까? 그 선수가 5일 전 연습 시작 후 100번째에 어떤 공을 쳤는지 기억을 할까? 기억이 안 날 것이다. 하지만 그 선수는 자신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는 알 수 있다. 세부적인 사항을 기억해서 머리에 떠올리진 못해도, 머릿속의 뇌는 몸에 반응하여, 회로를 재설계하고 패턴을 기억하고 있다.


연습을 많이 한 선수가 세계적인 실력을 갖추듯이 비슷한 원리로 독서를 많이 한 사람은 세계적인 뇌를 갖추게 된다.


독서는 뇌세포인 뉴런에 관여하는 일이다. 더 정확히는 시냅스의 연결을 바꾸는 일이다. 그것이 엄청난 세월 동안 엄청난 활자를 통해 가능한 것이고, 그것이 만들어낸 연결은 과히 상상을 초월한다. 우리 뇌에는 천 억개의 뉴런이 있고, 천조 개의 시냅스가 있기 때문이다.


그 연결이 뇌의 역할이고, 그것이 우리를 규정한다. 우리의 모든 것은 바로 그 연결에서 나온다. 세상을 바꾸고, 훌륭한 사람이 되고, 혁신을 하고 싶다면, 내가 해야 할 일은 바로 나의 연결을 바꾸는 것이다. 원하는 모든 것이 바로 그 연결의 형태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뉴런이 연결하지 못하는 것은 내 인생에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뉴런의 연결이 나의 모든 것이다. 어떤 연결을 만들어내느냐가 나의 인생 그 자체다.


그러니 책을 읽고 잊어버릴 것을 걱정하지 말고, 책을 읽지 않는 자신을 걱정해야 한다. 독서는 반드시 뉴런에 영향을 미치며, 연결을 바꾸는 작업이다. 여기서 연결을 바꾼다는 것은 나의 뇌가 할 수 있는 최상의 창조적 상태를 의미한다. 그 연결이 앞으로 내가 만들어 내는 모든 것의 힘의 원천이 된다.


기억이 안 나도 나의 뇌는 이미 달라졌다. 독서가 만든 뉴런 네트워크대로 나는 평생 작동할 것이다. 내가 움직이는 뇌의 길을 만드는 것. 우리는 그 길을 따라서만 움직인다. 책이 만든 뇌의 길이 나의 인생이다. 그래서 ‘책이 사람을 만든다’는 표현은 정확하다.


이것이 독서의 진정한 위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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