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하다]미디어감시
조동성 경인방송 회장은 방송법 위반 혐의로도 경찰에 고발당했다. 조 회장은 2021년 8월께 지상파인 경인방송을 인수하면서 최대주주(법상 최다액출자자) 지분 38.05%로 신고했다.
방송법 8조 2항은 ‘누구든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특수관계자가 소유하는 주식, 지분을 포함해 지상파방송사업자 등의 주식, 지분 총수의 40%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조 회장, 권혁철 대표, 민천기 부회장이 작성한 ‘주주간 추가합의서(비밀계약서)’를 보면 조 회장과 권 대표 지분의 합계는 52.36%이다.
경인방송 대표직은 방송법상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자이기 때문에 두 사람 지분의 합은 40%를 넘으면 안 된다. 법 8조 2항 위반이다.
이는 방송법 182조에 따라 방송사 허가까지 취소될 수 있는 중대한 위법행위로 2년 이하 징역, 3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뉴스하다가 입수한 비밀계약서를 보면 조동성 회장과 권혁철 대표, 민 부회장 등 주주 3인은 경인방송이 발행한 보통주식 53만4천108주 중 38만7천248주(72.5%)를 사들이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1년 후 조 회장 보유주식 중 9천623주와 민 부회장 6만8천631주를 권 대표에게 무상으로 넘겨주는 권리를 보장했다.
이에 따라 조 회장, 권 대표, 민 부회장은 거래대금 8천704만1천 원과 증여세 예상액 1억4천만 원 등 총 2억2천704만1천 원을 경인방송 자금으로 보전해주기로 약속했다.
구체적 방법도 계약서에 나와 있다. 2021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권혁철 대표에게 특별상여금 명목으로 3억 원을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이 있다.
결국 방송사 인수를 위해 최대주주인 조동성 회장과 특수관계자인 권 대표 지분이 40%를 넘지 않기 위해 차명(민 부회장)으로 위장할 의도가 아니었는지 진실 규명이 필요하다.
권혁철 대표는 방송법 위반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편법이라기보다, 아주 갑론을박이 있는 조항이라고. 최대주주와 대표이사의 지분 합이 40%를 넘어서는 안 된다. 이렇게 돼 있어요. 당시에 경인방송을 인수할 때 조동성 회장과 제가 주도했는데, 이 양반(조 회장)이 저를 기어이 주주로 끼어들 게 하는 거예요. ‘당신이 주주로 들어오지 않으면 무슨 책임감으로 하겠냐? 경인방송에 참여하는 건 권혁철이라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라고요. 그래서 같이 방법을 모색해서 어쩔 수 없이 제가 주식을 취득하는 걸로 틀을 짜게 된 거다. 제가 주식을 곧바로 갖게 되면 최대주주와 대표이사 간 주식 총합이 40%를 넘잖아요. 그럼 내가 대표를 못하잖아요. (중략) 그래서 인수 당시 주식을 조동성과 민 부회장이 전체에 72%를 인수하는 모양으로 해서 ‘당신은(권 대표는) 나중에 당신 몫의 지분을 무상 증여하는 방식’으로 우리가 틀을 만들자. 이게 로펌에서 만든 아이디어예요.”
조동성 회장은 출자지분 38.05%를 두 개 주식회사로 나눠 소유했다. 2023년 경인방송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서울미래포럼이 21.14%를, ㈜서울앵커호텔이 16.91%를 가지고 있다.
두 회사는 모두 조 회장의 ‘가족회사’다. 서울미래포럼 이사장은 조 회장과 그의 아들인 조정환 씨다. 서울앵커호텔은 조 회장과 그의 아들, 조 회장 아내까지 세 명이 대표다.
뉴스하다 제작진은 두 회사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서울 신촌에 있는 주소지를 찾았다. 법인등기상 두 회사 건물은 앞 뒤에 따로 위치하지만, 서울미래포럼 건물에 서울앵커호텔 우편함이 함께 있었다.
해당 건물에는 서울미래포럼뿐 아니라 조 회장이 이사장 또는 이사를 지낸적 있는 산업정책연구원과 국제경쟁력연구원,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도 주소를 뒀다.
제작진이 건물의 모든 층을 확인한 결과 한 건물에 주소를 둔 회사 중 건물을 쓰고 있는 곳은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였다.
특히 경인방송 주식을 사들인 서울미래포럼과 서울앵커호텔의 흔적은 우편함 이외에는 찾을 수 없었다.
학교가 7층을 사무실로 썼고, 오피스텔과 주차장으로 쓰는 층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강의실이었다.
법인등기상 서울앵커호텔이 있어야 할 뒷 건물 역시 전체가 학교 강의실로 쓰이고 있었다.
학교 직원들은 서울미래포럼과 서울앵커호텔, 산업정책연구원, 국제경쟁력연구원이 어디있는지, 왜 주소지가 같은지 설명하지 못했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는 “센터(뉴스하다)가 언급한 산업정책연구원 혹은 국가경쟁력연구원은 본교와 별도의 법인 및 기관”이라는 입장을 전해왔다.
조 회장은 본인이 운영하는 연구원에 엉터리 용역을 맡기거나 아들과 함께 보수를 챙겨간 것 이외에도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를 둘러싼 사적 인맥을 경인방송으로 끌어왔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는 조 회장이 산업정책연구원을 설립하고 운영하면서 만들어졌다. 조 회장의 어머니가 초대 이사장을 지냈으며 조 회장과 그의 아들도 이사를 지냈다.
조 회장이 지분을 사들이면서 사내이사로 취임한 2021년 3월 30일. 조 회장의 아들인 조정환 씨, 민천기 부회장이 사내이사로 함께 들어왔다. 조 회장 아들은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관리처장을 지냈다.
이밖에 사외이사로는 김모 씨, 감사로는 최용주 씨가 취임했는데 두 사람 모두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관련 인사다.
김 이사는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경영대학원 부총장을 역임했다. 그는 같은 시기 경인방송 라디오에 수 개월 동안 출연하기도 했다.
최용주 이사는 같은 학교 교수이자 현재 부총장이다. 최 부총장은 감사에 이어 2023년 12월부터는 사외이사를 맡았다.
조 회장이 사내이사로 취임한 다음해 들어온 강효상 이사 역시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교수다.
강 이사는 조 회장 아들과 함께 2023년에는 경인방송 대표이사 자리까지 올랐으나, 같은 해 조 회장을 둘러싼 주주간 갈등이 드러난 이후 사임했다.
강효상 교수는 2023년 3월 경인방송 대표이사 취임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경인지역에 밀착된 로컬뉴스와 행사를 발굴하는 동시에 인적네트워크를 보다 강화합시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과 연계한 지식플랫폼과 지식포럼을 시도해봅시다.”
사학 관련 인사들을 이사회에 포진시킨데서 나아가 사업을 함께 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실제 강 전 대표가 취임하고 한 달 뒤 경인방송은 조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산업정책연구원, 서울과학종합대학원이 개최한 윤경ESG포럼 CEO서약식 기업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등 유기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조 회장은 이 포럼의 명예대표다.
경인방송은 이밖에도 최대 주주인 조 회장이 운영하는 산업정책연구원 등의 사업과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관련 기사를 꾸준히 내보냈다.
경인방송은 2021년 10월 ‘미래교육, 혁신이 답이다’는 주제의 특집대담을 여는데, 대담 참석자가 조 회장이다.
대담에는 ‘산업정책연구원 이사장’ 직함만 나오고 그가 이 대담을 주최하는 방송국의 회장이라는 소개는 없다.
경인방송은 조 회장이 전문가로 출연한 대담을 경인방송 90.7MHz를 통해 송출했고, <조동성 산업정책연구원 이사장, “교육부를 ‘평생학습부’로…전면 개혁 필요”>라는 제목으로 조 회장의 발언을 인용한 글 기사도 따로 보도했다.
조 회장이 이사장을 맡은 산업정책연구원과 국가브랜드진흥원, 해당 단체에서 발표하는 국가브랜드대상, 윤경ESG포럼 등의 홍보기사에서도 방송사 최대 주주가 운영하는 사업이라는 사실은 드러나지 않는다. 눈 가리고 아웅이다.
조 회장을 비롯해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관계 인사들이 이사회에 들어오고 나서는 사학 홍보기사가 눈에 띄게 늘었다.
학교 총장이 어린이 교통안전 릴레이 챌린지에 참가했다는 기사부터 총장 재선임, 교내 코로나19 백신 휴가 도입, 온라인 입학설명회 기사 등 지역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 수 없는 기사들이 나왔다.
이에 대해 묻고자 조동성 회장에게 수차례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남겼으나, 조 회장은 처음 연결된 통화에서 “저는 모르겠는데요. 그것은 경인방송에 확인하십시오”라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이후에도 조 회장에게 수차례 연락했으나 닿지 않았고, 경인방송과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에 찾아갔지만 만날 수 없었다.
경인방송에서 이기우 대표이사를 만났지만, 이 대표는 인터뷰를 거절했다.
조정환 부사장은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에서 이사로 근무했냐는 질문에 “등기이사죠? 무보수로 근무했다. (무보수 여부를) 다른 이사들에게 물어보면 되겠네요. 등기가 돼 있으니 근무가 됐고 회의는 나갔어요. 돈은 안 받았다”고 말했다.
회의 수당만 받으셨냐고 다시 묻자 조 부사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홍봄 기자 spring@newshada.org
이창호 기자 ych23@newshada.org
그래픽 오나영 기자 zero@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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