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금고를 열다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는 2022년 6월 27일부터 2023년 9월 6일까지 40대 인천지방검찰청 검사장을 지냈습니다.
뉴스하다, 뉴스타파, 경남도민일보, 뉴스민, 부산MBC 등 검찰 예산검증 공동취재단이 정보공개 청구해 검찰이 제공한 특수활동비, 업무추진비 자료는 2017년부터 2023년 4월까지입니다.
특활비는 어디에, 무슨 용도로 사용했는지 기록을 지우고 공개했습니다. 업무추진비는 무엇을, 누구와 먹었는지 감추기 위해 먹칠했습니다.
뉴스하다는 공동취재단과 함께 그동안 시민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검찰의 민낯을 취재했습니다.
검찰총장이 되겠다는 심 후보가 검찰 예산을 오남용하지는 않았는지 파악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단서는 검사장을 맡았던 인천지검과 서울동부지검이 공개한 자료입니다.
뉴스하다는 심우정 후보가 인천지검장 시절 쓴 특활비와 업무추진비를 전수 조사했습니다. 10개월치 특활비 사용패턴과 업무추진비 위반 의혹을 확인했습니다.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가 인천지검장 시절 업무추진비 등 검찰 내부 예산 매뉴얼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 후보는 2023년 3월 29일 인천시 미추홀구 한 고급 한정식집에서 업무추진비 71만2천 원을 썼다. 사용목적은 ‘2023년도 1분기 법무행정협의회 오찬 간담회’였다.
공동취재단이 확보한 검찰 내부 예산 매뉴얼 ‘업무추진비 운영 및 지도 감독 유의사항’에는, 1회 50만 원이 넘는 업무추진비를 쓸 경우 참석자들 소속과 성명을 적어 제출해야 한다.
공직자들이 회식비 등 무분별하게 세금을 오남용하지 못 하도록 막는 최소한의 장치다.
그러나 심 후보가 사용한 간담회 증빙서류에는 50만 원 이상 업무추진비를 사용할 때 작성해야 하는 참석자 명단이 없다. 명단을 제출하지 않았다면 검찰의 업추비 집행 매뉴얼 위반이다.
뉴스하다는 지침 상 첨부해야 하는 명단이 왜 없는지 인천지검에 수 차례 질의했으나 보도시점까지 답변하지 않았다.
심 후보는 영수증도 꾸며서 제출했다. 해당 영수증에는 무엇을, 누가 얼마나 먹었는지 주문내역(메뉴)이 없고 계산금액만 찍혀있다.
뉴스하다가 입수한 법무행정협의회 오찬 간담회 주문내역에는 영수증에는 없는 메뉴와 주문시간 등이 담겨 있다.
점심식사 첫 주문시간은 10시52분. 1인분 2만9천 원인 런치 숯불갈비 점심특선 13개를 주문했다. 1분 뒤 2만3천 원 짜리 왕갈비탕 14개를 추가시켰다.
주문 시스템에서는 27명이 방문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심 후보가 참석자 명단을 제출하지 않은 탓에 실제 참석 인원이 얼마나 되는지, 누구와 업추비를 썼는지 등 진실 규명이 필요하다.
영수증 꾸미기는 또 있다. 심 후보는 2023년 1월 4일 인천시 연수구 한 고급 일식집에서 ‘중요경제범죄수사 업무 간담회’를 연다. 음식값은 45만 원.
이 영수증에도 주문내역은 없고 계산금액만 적혀있다. 뉴스하다는 이 영수증 원본을 입수했다.
원본에는 검찰이 감추고자 했던 메뉴가 찍혀있었다. 1인분 4만8천 원인 코스요리 7개, 3만8천 원짜리 코스요리 3개를 주문했다. 코스요리는 죽과 샐러드, 여러 종류의 회, 초밥, 튀김, 식사, 후식 등이 순서대로 제공된다.
영수증 상으로는 이날 10명이 식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1인당 식대는 4만5천 원이다.
행정안전부가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배포하는 세출 예산 집행 기준에 공직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한 번에 1인당 4만 원 아래로 업무추진비를 쓰게 돼 있다.
‘1인당 4만 원’이 과도한 세금 집행 여부를 따지는 기준인 셈이다.
1인당 4만 원 이하로 제한받는 지자체 공무원과 비교하면 심우정 후보가 사용한 식대는 과도했다는 지적이 나올만하다.
심 후보는 중국음식점 영수증도 꾸몄다. 2023년 1월 30일 ‘전출검사 간담회 1’를 열고 송도국제도시 한 고급 중식집에서 49만 원을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뉴스하다는 주문내역을 입수했다. 주문내역에는 10시58분 1인분 3만5천 원인 ‘런치미향A’ 14개 주문한 것으로 나와 있다.
그러나 검찰이 공개한 영수증에는 주문내역 없이 결제금액만 있다. 참석인원과 메뉴를 감추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뉴스하다는 검찰이 쪼개기 결제나 선결제, 음주 은폐 등을 위해 영수증을 조작해 온 사실을 수 차례 보도했다.
심 후보가 사용한 업무추진비 중에도 선결제로 의심되는 내역이 나왔다.
심 후보는 2023년 1월 26일 사무국 간부 간담회를 목적으로 같은 달 4일 방문했던 고급 일식집에서 49만8천 원을 썼다.
제작진이 식당을 찾아, 확인해보니 이 결제내역은 메뉴를 따로 찍지 않고 단말기에 직접 입력한 것으로 보인다.
통상 식당에서 음식을 시키면 ‘포스(POS·점포판매시스템)’라고 부르는 주문기록 프로그램에 메뉴를 입력한다.
식사를 마치면 포스와 연동한 카드단말기를 통해 영수증 발행이 이뤄진다. 이 일식집 역시 마찬가지.
반면 심 후보 업무추진비 영수증은 주문내역 등록없이 카드단말기에서 금액만 바로 입력해 결제했다. 선결제 가능성이 높다.
직원과 대화에도 선결제를 의심할 만한 대목이 있다.
“이쪽(포스)에 안 뜨는 걸 보면 단말기로(만) 결제한 거거든요. (중략) 식사를 단말기로 결제하면 (내역이) 없죠. 식사를 실제로 하면 안 되니까. 고객님이 오셨을 당시에 내역을 가짜로 만들어달라고 하셨나요?”
심우정 후보 특활비 자료는 2022년 7월부터 2023년 4월까지 남아있다. 심 후보는 약 10개월 동안 특활비 1억5천720만 원을 썼다. 한 달 평균 1천572만 원을 사용한 셈이다.
뉴스하다는 앞서 공동취재단과 인천지검 7년치 특활비 사용내역을 전수 조사했다. 전체 사용금액은 11억5천21만9천150원이다.
심우정 후보가 쓴 특활비는 전체 특활비 중 13.7%에 해당한다. 이두봉 29.8%(3억4천231만 원) 공상훈 21.23%(2억4천423만3천350원) 김우현 21.17%(2억4천351만7천800원)에 이어 심 후보는 4번째로 특활비를 많이 썼다.
심 후보는 2023년 9월 6일 인천지검장에서 퇴임했다. 공개하지 않은 2023년 5월부터 퇴임 전까지 쓴 특활비를 더하면, 월 평균 사용금액(1천572만 원)을 기준으로 2억 원 안팎에 예산을 특활비로 썼을 것으로 추정된다.
심우정 후보는 특활비를 특정기간 몰아쓴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2월 22~28일 1천150만 원을 사용했다.
2023년 2월 23일과 28일에는 단 한 건에만 500만 원씩 특활비 지출이 있었다. 28일에는 500만 원과 추가 50만 원을 더해 550만 원이나 썼다. 2022년 8월 10~12일 사흘 동안 600만 원을 사용했다.
뉴스하다는 업무추진비 등 검찰 내부 예산 매뉴얼 위반에 대해 묻고자 심 후보에게 수 차례 연락했지만 닿지 않았다.
홍봄 기자 spring@newshada.org
이창호 기자 ych23@newshada.org
오나영 데이터기자 zero@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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