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평호 변호사 Nov 26. 2018

숙명여고 쌍둥이 문제유출, 아버지가 자백 안하는 이유?

뉴스 읽어주는 김평호 변호사입니다.


강남구 도곡동에 위치한 강남 8학군 숙명여자고등학교는 2018년에 서울대학교 합격자 17명을 배출한(전국 일반계 고등학교 3위, 여고 1위) 명문 고등학교입니다. 이 학교 시험지 검토 권한을 가진 교무부장의 두 쌍둥이 딸이 2018년 7월 각 문과와 이과에서 모두 전교 1등을 차지하면서 시험문제 유출 논란이 일었습니다. 경찰 수사를 통하여 교무부장인 쌍둥이 아버지는 지난 11월 6일 구속되었고, 두 쌍둥이 딸도 아버지와 함께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되었으나 모두 노력의 결과일 뿐이라면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숙명여고, 다음 로드뷰


유죄 인정된다면 예상 형량은?


교무부장 아버지와 쌍둥이 두 딸이 받고 있는 혐의는 업무방해죄입니다. 업무방해죄는 위계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범죄입니다. 우리 대법원은 '시험업무 자체'가 방해받은 것뿐만 아니라 '시험업무의 공정성'이 훼손된 경우에도 업무가 방해된 것으로 보아 처벌하고 있습니다. 혐의가 입증될 경우 교무부장 아버지는 위계 업무방해로 징역 2년 정도의 형이 예상됩니다.


쌍둥이 딸들의 경우 시험문제인지 알았는지와 같은 아버지와 공모 여부에 따라 처벌 여부가 결정될 것이나 혐의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소극적으로 가담하였을 가능성이 크고 미성년자이며 퇴학을 당한 점 등을 고려하면 실형은 면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자백하지 않는 이유는?

경찰은 상위권이 아니던 딸들이 짧은 시간 내에 모두 전교 1등까지 올라가는 것은 시험 유출이 없었으면 설명이 어렵고, 정답 오류가 있었던 문제에서 유일하게 오답을 적어내었으며, 주관식 문제의 답이 핸드폰에 미리 적혀 있는 등의 정황 증거들로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교무부장 아버지는 반성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더 무거운 처벌을 받을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자백을 하고 있지 않는 걸까요?(현재 재판이 끝난 것이 아니기에 교무부장 아버지와 두 딸이 정말 무죄일 수도 있습니다)


우선, 유죄가 인정될 경우 본인이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하더라도 실형 선고가 예상되고 사회적으로도 본인과 두 딸이 파면, 퇴한 등의 큰 타격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자백의 이점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시험지나 답안지를 직접 유출하는 모습이 담긴 CCTV나 증인의 진술과 같이 직접적인 증거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고 정황증거들만 존재하기에 재판과정에서 유사한 성적향상 사례 등을 찾아 정말 무죄를 받을 가능성도 작게나마 기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시험부정 사건들 계속 발생하고 있어


시험부정 사건은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대전의 고등학교에서 스쿨폴리스가 교무실에서 시험지를 유출해 징역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성남의 한 고등학교 교무부장이 같은 학교에 다니는 자녀들의 학교생활 종합기록부를 조작해 징역 1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올해에도 광주의 한 고등학교 학부모와 행정실장이 공모해 시험지를 유출하여 징역 2년을 선고받았고, 목포의 고등학교에서도 시험지가 유출되어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현재 대입구조에서 입시부정은 계속 반복될 수 밖에

업무방해죄는 현재 우리나라와 일본에만 존재하고 있는 업무방해죄 중에서도 시험 부정에 관하여는 일본도 '시험업무 자체'가 방해받은 경우만을 처벌하고 시험의 공정성에 해당하는 시험지 유출 등은 처벌하지 않으니 시험부정을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해보입니다.


은밀하게 진행되는 시험부정은 현실적으로 모두 적발하기 어렵습니다. 공정하지 못하다고 의심받는 입시 시스템에서 학부모들은 다른 사람도 공정하게 하지 않으니 우리 자녀만 손해보게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생각이 커지다보면 합법적으로 시스템의 빈틈을 찾는 것을 넘어 불법의 유혹에 빠지는 사람이 계속 생길 수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방법으로 현행 입시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인지 의문이 듭니다. 아무리 학생부종합전형이 잠재력 있는 학생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장점 등이 많다고 하더라도 현행 입시 제도가 우리 아이들에게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는 가르침을 줄 수 없다면 건강한 사회를 위하여 현 제도의 수정을 진지하게 검토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뉴스 읽어주는 김평호 변호사였습니다. 감사합니다.


뉴스읽어주는변호사 유튜브 채널

https://bit.ly/2JeeSYl

작가의 이전글 양진호 회장 예상 형량과 갑질 범죄 근절 방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