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선거운동
뉴스 읽어주는 김평호 변호사입니다.
최근 이낙연 전 대표, 박용진 의원, 이광재 의원과 원희룡 제주지사가 네이버 제페토에 사무실을 개설하는 등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메타버스(가상현실)에서의 정치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메타버스(metaverse = 가상 meta + 세상 universe)는 일반적으로 '현실 세계와 같은 사회적 경제적 활동이 통용되는 3차원 가상공간'으로 정의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메타버스 서비스로는 미국의 로블록스와 대한민국 네이버의 제페토가 있습니다.
가상세계는 프로그래밍으로 자유롭게 만들어 갈 수 있기 때문에 현실의 법칙들이 반드시 적용되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물리법칙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캐릭터들은 시간과 공간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고 날아다닐 수도 있으며 죽음도, 노화도 없는 세계를 구현할 수 있습니다. 식량, 의류, 토지 등도 무한대로 생성할 수 있어 경제 법칙도 그대로 적용되기 어렵습니다.
오늘 생각해 볼 주제는 가상세계에서 현실 세계의 법률이 적용될 수 있는지입니다.
현실 세계에는 개인의 권리를 지키고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많은 법이 있는데 오늘은 대선 시즌을 맞아 선거법 관련해서 살펴보겠습니다.
당내 경선에서 활용 가능한 가상세계 선거 운동은?
우리 공직선거법은 당내 경선에서는 선거 사무실 개소(간판, 현수막 포함), 후보자 본인이 직접 명함을 주거나 지지를 호소하는 행위만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 외 방법으로 선거 운동(정확히는 당내 경선운동)을 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고 100만 원 이상 벌금형이 선고될 경우 당선이 무효로 됩니다.
제페토에 선거 사무실 개소 행위는 가능한가?
대통령 선거의 경우 경선 후보자는 선거사무소 1개를 설치할 수 있습니다. 공직선거법에서 선거 사무실에 관하여 정의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으나 사무실은 지역별로 설치할 수 있는 개수를 제한하고 있는 규정, 고정된 장소 또는 시설에 두어야 한다는 규정 등을 고려하면 가상 세계의 사무실은 공직선거법 상의 사무소로 보기 어렵습니다(공직선거법 제61조).
당내 경선 당선을 위해 가상세계에 선거 사무실을 개소하는 것은 선거운동에 포함되고 공직선거법이 당내 경선에서는 제한된 선거운동만 허용하고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제페토에 선거사무소를 개소하는 것은 공직선거법 위반의 소지가 있습니다.
후보자 캐릭터가 명함을 나누어 주는 행위
후보자 본인이 명함(가로 9cm 이하, 세로 5cm 이하)을 주는 선거운동은 허용됩니다. 다만, 장소적으로 각종 교통수단, 터미널, 역, 공항, 병원, 종교시설, 극장의 실내에까지 들어가서 명함을 나누어 주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후보자 캐릭터가 가상 세계에서 가상 명함을 전달하는 행위는 후보자 캐릭터를 후보자와 동일하게 볼 수 있는지, 가상 세계 명함을 실제 명함과 같다고 볼 수 있을지가 문제 됩니다.
공직선거법은 명함, 인쇄물과 같은 유형의 매체와 문자메시지, 이메일과 같은 전자적 수단을 구별하고 있으므로 가상세계의 명함은 실제 명함과 다르다고 보아야 합니다.
공직선거법이 후보자 본인이 직접 명함을 전달하는 것만을 허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타인이 대신 조정할 수 있는 후보자 캐릭터를 후보자와 동일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특히 후보자 캐릭터를 보좌진 등 다른 사람이 조정한다면 더욱 후보자가 직접 명함을 전달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공직선거법상 예비후보자가 제페토에서 후보자 캐릭터로 가상 명함을 전달하는 행위는 허용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다음에는 가상세계에서 캐릭터가 성추행, 명예훼손(모욕)을 당한 경우, 가상 세계 돈을 사기당한 경우 등에서 현실 세계의 법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인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뉴스 읽어주는 김평호 변호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