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추가 체포동의안,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헌법적 의미와 내년 총선과의 관계
안녕하세요. 김평호 변호사입니다.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를 두고, 친명계 김용민 의원은 "당내 배신자들은 프레임을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배신자로 규정했고, 비명계 조응천 의원은 "방탄 프레임에 딱 갇혀서 꼼짝달싹 못하니 그런 것. 총선까지 이게 이어진다면 어떻게 되나 하는 위기의식, 절박함의 농도가 진해진 것들이 반영되지 않았을까 한다"며 총선 승리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취지로 말하였습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023. 2. 16. 주간조선 인터뷰에서 "민주당에서 이 대표 방탄을 치면 치는 대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을 보면, 검찰은 이재명 대표에 대하여 추가 구속영장도 청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추가 영장이 청구되었을 때 더불어민주당은 체포동의안에 동의하여야 할까요?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과 더불어민주당 내년 총선 승리 상관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추가 체포동의안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데(헌법 제44조 제1항)이 불체포특권은 영국 제임스 왕이 1600년경 의원을 체포하여 구금하는 등 자의적으로 사법권을 행사하자, 영국 의회가 1603년 이에 대항하여 제정하였습니다. 즉 불체포특권은 의원 보호를 통하여 행정부나 사법부로부터 국회의 권한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이러한 불체포특권의 헌법적 의미를 고려하면 국회는 행정부 또는 사법부가 반대파 정치인을 탄압하기 위하여 자의적인 권력을 행사한다고 의심되는 경우(국회는 조사권이 없고 수사기록이 모두 공개되지 않으므로 자의적인 권력행사라는 증명을 기준으로 삼기는 불가능함) 부결을, 정치적인 탄압과 관련 없는 개인 비리라고 보이는 경우 가결을 시키는 것이 상당해 보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유럽의회의 처리 사례를 참고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유럽의회는 혐의에 관한 명확한 증거가 제시되었는지, 얼마나 과거의 행위에 대한 수사인지 또는 선거기간에 수사·기소가 이루어졌는지, 정치적 반대자나 익명 인물의 고발 등으로 수사가 촉발되었는지, 같은 사건의 다른 피의자들에 대한 수사 기소와 비교, 체포·기소의 의도에 심각한 의구심이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앞선 글에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현재까지 언론에 보도된 바로는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범죄사실을 뒷받침할 명확한 증거는 없어 보입니다.
https://brunch.co.kr/@newslaw/39
성남 FC 사건, 대장동 사건(지난 구속영장 범죄사실), 추가 영장 범죄사실로 거론되는 백현동 사건은 모두 2015년경 일입니다.
성남 FC 사건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성남시장 선거, 성남시 수정구 지역구에 출마한 장영하 변호사가 2018. 6. 고발하여 수사가 시작되었습니다. 대장동 사건은, 이재명 대선후보 캠프에서 2021. 9. 28.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의 "(유동규 씨를 들며) 현재 이 지사 캠프에서 활동 중"이라는 발언에 대하여 공직선거법위반으로 고발하자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 배임 수사가 시작되었습니다.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중, 국민의 힘에서 탈당한 곽상도 전의원은 2023. 2. 8. 서울중앙지방법원(부장판사 이준철)에서 아들 50억 퇴직금 혐의에 관하여 무죄를 선고받았고, 나머지 대장동 50억 클럽에 대하여는 "의혹 본류를 수사한 뒤 조사하겠다"며 검찰이 현재까지 조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MBC 2023. 2. 8. 보도).
위와 같은 점들을 보면, 이재명 대표에 대한 추가 체포동의서가 청구되더라도 명확한 증거가 없다면 정치인 탄압을 위한 자의적인 권력행사로 의심되므로 국회에서 부결시키는 것이 불체포특권 헌법정신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과 총선 상관관계?
정당은 정권 창출을 목적으로 하므로, 더불어민주당은 불체포특권의 헌법적 의미는 물론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정치적인 고려도 하여야 할 것입니다.
총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무엇일까요?
싱가포르의 국부이자 많은 국가 정치지도자에게 영감을 준 리콴유는 "진짜 문제는 민주주의냐 권위주의냐와는 상관없이 그 나라의 정치체제가 모든 사람을 위한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에 필요한 정책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느냐 그리고 이러한 기본 정책을 큰 탈 없이 일관성 있게 이행할 수 있느냐의 여부이고", "경제에서 성과를 제대로 이뤄내지 못하는 정치체제는 더 생산적인 정치체제에 결국 자리를 내주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리콴유가 말하다 누가 No1이 될 것인가? 중국인가, 미국인가?, 그래엄 앨리슨, 로버트 블랙윌, 행복에너지).
중요한 것은 경제라는 것이지요.
우리나라는 최근 1년 반도체 경기 둔화 등으로 대규모 무역 적자가 누적되고 있고 원화가치 하락하여 물가가 상승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 보호무역 등으로 에너지와 곡물 가격이 상승하고 우리 기업들의 활동이 위축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경제 상황이 상당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위와 같은 경제 상황은 내년 총선에서 집권 여당에게 매우 불리하게 작용할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방탄 프레임에 갇혀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합니다. 하지만 핵심은 민주당이 '일자리 창출', '경제 성장'에 더 생산적인 정당으로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요?
이재명 대표 혹은 더불어민주당이 '일자리 창출', '경제 성장'에 관한 비전을 제시한다면 이재명 대표에 관한 체포동의안을 거듭 부결시키더라도 내년 총선에서 좋은 성적표를 받을 것이고 아무런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이재명 대표에 대한 당의 보호를 전적으로 포기한다고 하더라도 비리 범죄자 정당이라는 이미지와 함께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 채찍을 피하지 못할 것입니다.
집권당은 인기 없는 주제로 추진하기 어렵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의 장점을 살려 미래 세대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연금 개혁, 노동 개혁 등에서 과감하게 비전을 제시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정당 인기는 선거 전까지 회복하면 늦지 않습니다.
김평호 변호사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