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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나라 이상한 뒷거래 "250억 원으로 환경 지켜라"

by 뉴스펭귄
2325_6791_2033.jpg 세이셸 한 해변 (사진 flickr)/뉴스펭귄

군소 섬나라 세이셸이 미국 환경단체와 특이한 형태로 '해양보호 딜'을 했다.


유명 관광지인 세이셸은 아프리카 인근 인도양에 위치한 군소 섬나라로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한다. 섬 주변 해역에는 넓은 산호초 지대가 펼쳐져 있다.


세이셸은 듀공, 매너티 등 인도양에 자주 나타나는 해양생물 쉼터면서 특이한 모양 야자수인 코코드메르(Coco de Mer) 원산지다.

2325_6793_2113.jpg 코코드메르 열매와 꽃 (사진 flickr)/뉴스펭귄

한편, 이 곳은 어업과 관광업으로 발생한 쓰레기 때문에 몸살을 앓는 곳이기도 하다. 이 지역 산호 약 90%가 하얗게 변해 죽어가는 등 기후변화에도 취약하다.


경제적으로 어업과 관광업에 의존하던 세이셸은 국가 채무를 갚지 못하다가 2008년 IMF(국제통화기금)에서 퇴출되는 등 파산 직전에 처한 바 있다. 당시 세이셸은 전 세계 각국에 3억6600만 달러(약 4300억 원)를 체불한 상태였다.


돈을 갚을 보장이 없는 세이셸에 누군가 대규모 자금을 빌려줬다. 지금으로부터 약 5년 전인 2015년, 미국 환경단체 네이처컨저번시(The Nature Conservancy)는 세이셸 정부가 바다를 지킨다고 약속하면 일부 채무를 갚아 정부가 활용할 수 있는 돈으로 재투자하겠다며 '딜'을 제시했다.


'자연에 진 빚'이라고 이름붙여진 이 거래는 성사됐다. 환경단체는 채권자 협상, 모금, 대출 등을 통해 약 2100만 달러(약 250억 원)를 세이셸 정부에 낮은 이자율로 재투자했다. 이에 세이셸 정부는 13개 해양보호구역을 만드는 데 합의했다.

2325_6792_2034.jpg 세이셸 풍경 (사진 flickr)/뉴스펭귄

정부는 거래를 통해 확보한 여유자금 일부를 활용해 세이캣(SeyCCAT)이라는 독립 환경보전 기금을 만들었다. 세이캣은 지난 5년 간 해양보호구역 지정, 기후변화 대응 등 활동을 펼쳤고, 향후 15년 간 지속이 보장됐다. 이들 단체는 환경보전과 기후변화 대응 프로젝트에 자금을 댄다. 대표적으로 저소득층 여성을 고용해 환경 피해를 유발하는 해초를 제거하는 사업 등을 추진했다.

2325_6794_2335.jpg 세이캣 활동 (사진 Seychelles' Conservation and Climate Adaptation Trust)/뉴스펭귄

이후 세이셸 해양보전활동은 크게 진전했다. 세이셸 영해와 담수 면적 약 0.04%만 차지했던 해양보호구역이 2020년 내 약 30%로 증가할 예정이다. 이는 총면적 41만㎢로 한반도 약 4개 면적이다. 세이셸 섬 산호초 지대 면적 85%와 천해역(바닷물이 얕은 해안가) 88%를 포함한다.


해양보호구역 내에서는 어업, 석유 탐사 및 추출, 해양 개발이 금지 혹은 제한된다. 이를 어기면 높은 수준의 징역형 혹은 벌금형을 받는다.


세이셸 정부는 환경보전활동이 경제 진작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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