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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스펭귄 Jul 06. 2020

산 채로 바늘 꼽혀 파란 피 채혈당하는 투구게

'크루얼티 프리'가 희망이다

바늘이 꼽혀 채혈당하는 투구게 (사진 그린포스트코리아)/뉴스펭귄

투구게는 산 채로 파란 피를 추출당한다. 투구게 혈액을 대체할 물질이 있지만 비용 때문에 투구게는 여전히 고통받는다.


4억 5000만 년 동안 멸종하지 않아 ‘살아 있는 화석’이라고 불리는 투구게 혈액은 파랗다. 이 파란 혈액은 주삿바늘 박테리아 오염 여부를 확인할 때 활용된다.


박테리아에 노출되면 투구게 피는 재빨리 응고돼 박테리아가 확산되지 않도록 한다. 의약계는 이 현상을 이용해 주삿바늘이 박테리아에 감염됐는지 확인하는 LAL 검사법에 투구게 피를 활용한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투구게는 산 채로 포획돼 바늘에 꼽혀 채혈당한다. 투구게 혈액은 1.5L당 2700만 원 정도에 팔린다.


투구게는 끈에 고정된 채 두꺼운 껍질 틈새 드러난 속살에 바늘이 꼽힌다. 주삿바늘 끝으로 똑똑 떨어지는 피는 유리병에 담긴다. 파란 혈액이 병을 채운다.


채혈이 끝난 투구게는 바다로 돌아가지만 채혈 과정에서 10%가량 사망한다. 죽지 않더라도 체내 30% 혈액이 빠져나간 투구게가 정상적으로 활동할지는 미지수다. 과학자들은 혈액이 뽑힌 암컷 투구게는 번식력이 약해져 알을 덜 낳는다는 연구결과도 발표했다.


투구게 혈액을 대신해 박테리아 오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물질이 있다. 2003년 스위스 생명공학 회사 론자(Lonza)는 재조합팩터C(Recombinant Factor C)라고 불리는 물질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 물질을 활용해 파이로진(PyroGene) 검사법을 개발했다.

투구게 혈액을 대신해 박테리아 오염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약품 (사진 Lonza 홈페이지)/뉴스펭귄

지난 2018년 11월 까다로운 의약품 승인 절차로 유명한 미국 식품의약국(U.S. Food and Drug Administration)에서 파이로진을 승인했다. 하지만 투구게 혈액 대신 이 방식을 사용하는 곳은 드물다.


파이로진 자체 가격은 투구게와 비슷하지만 약품을 새로 도입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인간 생명을 우선으로 하는 관점에서 보면 투구게 희생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대체 물질이 있다면 얘기가 다르다.


이 물질을 적극적으로 채택한 제약회사가 있다. 미국 인디애나(Indiana)에 위치한 제약회사 일라이 릴리(Eli Lilly and Company)는 제품 개발에 있어 인공 검사 물질을 우선적으로 사용하도록 한다.


동물에 가해지는 가혹한 처사 없이 제품을 만들자는 ‘크루얼티 프리’가 확산된 가운데, 소비자가 우선하는 가치에 회사 정책이 움직이는 추세다.


유럽 의약계에 표준을 제공하는 유럽약전(European Pharmacopoeia)은 2021년 1월부터 이 인공 물질을 활용한 박테리아 오염 여부 검사 방식을 정식 검사법으로 채택한다. 그런 만큼 의학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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