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를 성전환하는 기술로 각종 전염병을 방지하려는 연구가 속도를 더하고 있다. 하지만 모기가 멸종해 생태계 먹이사슬을 망가뜨릴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모기는 일본뇌염, 뎅기열, 지카바이러스, 말라리아 등 전 세계에서 많은 희생자를 유발하는 전염병 주원인으로 지목받았다. 암컷 모기가 피를 빨 때 혈액 응고를 막기 위해 자신의 타액을 주입한다. 이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전파된다.
이에 과학자들은 모기 개체수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그 방법으로 유전자를 조작한 불임 모기를 퍼뜨려 개체수를 줄이는 방식이 유력했다. 하지만 주기적으로 유전자 조작 모기를 방사해야 한다는 점이 실용화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지난 2015년, 모기 성별을 결정하는 중요 유전자가 발견되면서 ‘모기 멸종 프로젝트’는 새 국면을 맞았다. 성별 결정 유전자를 조작해 피를 빠는 암컷 모기를 그렇지 않은 수컷으로 대량 성전환하는 게 가능하다면 자연스럽게 모기 개체수를 줄일 수 있다. 만약 성전환한 모기가 정상적으로 생식활동을 해 조작된 유전자를 전달하면 주기적으로 유전자 조작 모기를 방사할 필요도 없다.
미국 버지니아 공대(Virginia Tech) 과학자들은 최근 수컷 모기에게서만 발견되는 닉스(Nix) 유전자를 암컷에게 주입하는 것만으로 성전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모기를 성전환하고 이를 관찰한 내용을 담은 논문을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했다.
연구진은 지카바이러스와 뎅기열, 황열을 옮기는 이집트숲모기(학명 Aedes Aegypti) 암컷을 대상으로 닉스 주입 실험을 진행했다. 이들은 모기가 성전환하는 과정을 유전자 단위로 분석한 결과, 닉스를 암컷에 주입하면 모기 염색체 안에 있는 성별 결정 유전자가 변했다.
성전환한 모기는 암컷 모기와 정상적인 생식이 가능했다. 이때 닉스 유전자는 다음 세대로 안정적으로 전파돼 둘 사이에서 태어난 암컷 모기도 수컷으로 성전환됐다.
하지만 연구진은 성전환한 모기가 날지 못하게 되는 문제를 발견했다. 모기는 먹이활동과 생식에 비행이 필수적이라 성전환한 모기는 실험실 밖에서는 불구인 셈이다.
연구진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기가 날 수 있게 만드는 유전자인 미오성(Myo-sex)을 주입해 성전환한 모기가 날게 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인공적으로 주입하지 않고도 다음 세대에 미오성이 전해져야 실용화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태다.
‘모기 멸종 프로젝트’는 말라리아 등 전염병 희생자를 크게 줄일 방안이지만 일각에서는 우려도 나온다. 일부 생태학자들은 모기가 사라진 생태계가 어떻게 동작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모기 씨를 말리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설명에 따르면 모기 유충은 물에 살며 거미, 도마뱀, 개구리, 새에게 기초 먹이가 되는 등 먹이사슬 일부분을 차지한다. 또 모기는 흡혈하지 않을 때 꽃 과즙을 먹이로 삼아 식물 수분도 담당한다.
생태학자들은 지구온난화로 모기가 창궐한 만큼, 생태계 먹이사슬을 유지하며 지구 기온 상승 억제에 힘쓰는 것도 중요하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