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기자 생존기] 운동의 쓸모

공유 전기자전거 부정 이용 취재기

by 송승원 기자

지금 재직 중인 회사의 자기소개에 체력을 강점으로 썼다. 중·고등학생 때 매일 학교 근처 강을 따라 8km를 쉬지 않고 달렸기에 체력에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는 몰랐다. 도심 한복판에서 전력 질주를 하면서 취재하게 될 줄은. 그러니까 실제로 강점을 써먹게 될 줄은.


공유 전기자전거는 한 명만 탈 수 있다. 하지만 청소년 여럿이 안전 도구도 착용하지 않은 채 공유 전기자전거 한 대에 위태롭게 올라타 빠른 속도로 도로를 질주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용자와 보행자 모두를 위험하게 할 수 있는 행위이기에 문제의식을 갖고 취재에 착수했다.


이 같은 내용을 리포트로 제작하기 위해서는 청소년 여럿이 부정한 방법으로 공유 전기자전거를 이용하는 영상이 필요했다. 하지만 내 근무시간에는 청소년도 학교에 있을 시간이기 때문에 근무시간에 필요한 영상을 확보하는 건 불가능했다.


퇴근하고 현장으로 넘어갔다. 결정적인 현장을 포착하기까지 일명 '뻗치기'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 공유 전기자전거가 밀집된 지점을 오가며 한 시간 정도를 배회했다. 평소에는 잘만 보이던 위태로운 이용 행태가 그날따라 목격되지 않았다.


이날만큼이라도 위태롭게 이용하는 청소년이 없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눈에 목격되지 않았을 뿐, 위험한 방법으로 공유 전기자전거를 이용하는 청소년은 분명히 존재했다. 이에 대한 위험성을 알리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조금 더 발품을 팔아 보기로 했다.


식사 시간이 한참 지나 밥부터 먹고 하기로 했다. 공유 전기자전거가 밀집된 지점 앞에 있는 햄버거 식당에서 창가에 자리를 잡고 햄버거를 먹었다. 절반쯤 먹었을까. 청소년 두 명이 티격태격 장난을 치며 공유 전기자전거 앞으로 다가갔다.


한 명이 결제를 마쳤는지 안장에 올라탔고, 다른 한 명이 능숙하게 안장에 앉은 친구의 어깨를 짚고 배터리 칸에 발을 딛고 서 있는 자세를 취했다. 익숙한 일인 것처럼 불필요한 동작 없이 단 몇 초 안에 매끄럽게 진행됐다. 곡예단 같았다. 햄버거를 입에 욱여넣고 재빨리 식기를 퇴식구에 반납한 뒤 문을 열고 나왔다.


곡예단이 막 출발하기 시작했다. 휴대폰으로 출발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했다. 그리고 쫓아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1m 정도를 유지하며 뛸 수 있었는데 곡예단이 속도를 올리자 격차가 곱절로 벌어졌다. 세상에. 나는 공유 전기자전거가 그렇게 빠른 줄 몰랐다.


긴박했던 당시 현장.

곡예단은 빠른 속도로 보행자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지나쳐 가며 나아갔다. 인터뷰를 받아내려면 무조건 쫓아가야만 했다. 그렇게 나는 정장을 입은 채, 최고 속도를 갱신하려는 운동선수처럼 이를 악물고 전력질주를 했다.


직선 도로를 한참 뛰었다. 오아시스처럼 보이되 도달하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곡예단이 코너로 빠졌다. 이제 멈춰 서나 했는데 코너를 도는 순간 긴 오르막길이 시작됐다. "제발 멈추자." 속마음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다시 질주가 시작됐다.


오르막길을 오른 곡예단이 다시 코너를 돌았다. 이제는 정말 놓치는 게 아닌가 싶을 때, 곡예단이 드디어 멈췄다. 한 아파트 단지 입구였다. 마지막 힘을 짜내서 곡예단이 있는 곳까지 뛰었다.


"헉헉. 저기요. 제가 이상한 사람이... 헉헉. 잠깐만. 아니거든요. 혹시 공유 전기자전거 둘이 이렇게 타면 위험할 수도.. 헉헉. 위험하잖아요. 알고 계셨어요?"


곡예단은 이상한 사람이라며 무시하고 갈 수도 있었을 텐데 친절하게 답변을 해줬다.


"거리가 가깝기도 하고, 돈도 아깝고 해서."


"엄청 빨리 휴.. 빨리 가던데 그렇다 넘어지거나 부딪히면 어쩌시려고."


"별로 위험하지는 않았어요."


공유 전기자전거의 최대속도는 시속 25km다. 노약자나 어린이와 부딪혔을 때는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혼자 타도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는데 둘이 타면 대처 능력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잘못된 이용은 운행자와 보행자 모두를 위험하게 만든다.


안타깝게도 리포트 방향이 공유 전기자전거가 아닌, PM(개인형 이동장치)으로 수정돼 추격전에서 확보한 영상과 인터뷰는 쓰지 못했다. 하지만 단어 그대로 '발로 뛰는 기자'를 직접 실천해 볼 수 있는 기회였고, 체력 역시 중요한 강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느꼈다. 운동의 쓸모였다.


KakaoTalk_20260218_090235970.png 강한 기자가 되기 위해서 벌크업을 좀 해야겠다.


요령도 없고 명석하지도 않은 내가 지금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은 몸으로 부딪치는 것이다. 나에게는 체력이 곧 취재력인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오늘도 내가 낼 수 있는 최대 속력으로 뛰러 가야겠다. 그곳이 트랙이든, 현장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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