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취약계층 취재기
기후위기의 여파로 여름이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달 전국 평균 최고기온은 28.2도로 30년 전과 비교해 2.7도나 올랐다. 폭염 일수도 지난 1995년 10.4일에서 지난해에는 30.1일로 늘었다.
재난 같은 더위다. 그리고 재난은 결코 평등하게 찾아오지 않는다. 나날이 뜨거워지는 여름은 노인과 저소득층 등 신체·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취약계층의 생명을 위협한다. 누군가는 쓰러지고 누군가는 목숨을 잃는다.
이들을 취재하고자 최고기온이 35도를 기록한 날, 한 주택가를 찾았다. 촬영 준비를 위해 5분 정도 바깥에 서 있었는데도 숨 쉬기가 벅찰 정도로 더웠다. 목뒤로 쏟아지는 햇볕은 뜨겁다 못해 아렸다.
올해 89세인 송동분 어르신은 손자와 단둘이 산다. 집에 들어가자 후덥지근한 열기가 나를 감싼다. 집안 온도는 32.8도. 바깥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데 집 구조상 바람이 들지 않아 바깥보다 덥다.
에어컨이라도 한 대 있으면 금방 시원해질 텐데 에어컨은 보이지 않는다. 어르신은 손바닥 크기의 선풍기로, 손자는 바깥에서 주워 온 선풍기로 더위를 버틴다.
넉넉하지 않은 가정 형편에 에어컨은 사치기 때문이다. 수십여만 원의 연금으로 생활비와 병원비 등을 감당해야 한다. 선풍기만으로 도저히 더위를 견딜 수 없을 때는 찬물을 끼얹어 열을 식힌다고 한다.
"아이고. 내 정신 좀 봐. 마실 거라도 내드려야 하는데 미안해서 어쩌나."
인터뷰 중 어르신이 중요한 걸 깜빡했다는 듯, 말을 꺼내셨다.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도 나를 챙겨주시는 따듯함에 마음이 일렁인다. 괜찮다고 설득하는 데만 몇 분이 걸렸다.
인터뷰를 마친 뒤, 선배님께 2분만 기다려달려고 한 뒤 가장 가까운 카페로 뛰어갔다. 재빠르게 쿠키 세트를 사서, 다시 어르신을 찾아갔다.
"어르신. 오늘 인터뷰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시원한 거라도 사드리고 싶은데 제가 시간이 없어서요. 이거라도 먹고 힘내세요. 건강 잘 챙기시고요. 무슨 일 있으시면 명함 번호로 연락 주시고요."
돌아오는 차 안에서 생각했다. 내 보도가 어르신의 더위를 해소해 줄 수 있을까. 아마 그러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르신 같은 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것이고 전할 것이다.
이런 삶이 있다고. 이들을 외면해서는 안된다고. 지자체가 불필요한 예산만 줄여도 여름이 이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계절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도 이후에도 어르신의 초라한 선풍기가 마음에 걸렸다. 일주일 뒤, 선풍기와 수박을 사서 어르신을 찾아갔다. 혹여 불편하실까 선풍기 조립만 하고 나오려 했는데 어쩌나 보니 30분이나 있다 왔다.
손자에 대해 어찌나 얘기할 게 많으시던지. 친구들과 선생님들에게 인기도 많은데 좋은 대학 입학도 따놓은 당상이라고 연신 자랑을 하셨다. 그 기쁜 마음이 전이돼 덩달아 웃음이 났다.
집을 나오며 어르신이 오래오래 행복하시기를 진심으로 빌었다. 몸이 덜덜 떨릴 정도로 찬 물을 들이붓지 않아도 편안한 밤을 보낼 수 있기를.
관련 기사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L6cI11O7x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