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기자 생존기] 사막에서 바늘(CCTV) 찾기

차량털이 현장 CCTV 확보 분투기

by 송승원 기자

월요일 오전 7시. 출근 2시간을 앞두고 낯선 지하 주차장을 분주히 뛰고 있다. 12시간 전으로 시간을 돌려보겠다.




일요일 저녁. 다음날에 제작할 리포트 아이템을 찾기 위해 2시간째 취재 수첩을 뒤적여 보지만 마땅한 게 없다. 어떻게든 찾아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극에 달하던 차에 지인에게 전화가 왔다.


"아들내미한테 들었는데 00 아파트단지 지하 주차장에서 중학생들이 문이 안 잠긴 차에서 돈을 훔쳐 갔다고 하네. 00동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느낌이 왔다. '문 안 잠긴 차량 노린 청소년들'. 시청자가 주목할 만한 주제였고, 유사 피해를 막기 위해 경각심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관문이 하나 남았다. 해당 사건으로 리포트를 제작하려면 '그림' 즉, CCTV나 블랙박스 영상이 필요하다. 방송국 사회부 기자에게 사건 영상 확보는 최우선 과제다.


전화를 끊자마자 피해가 발생한 아파트로 갔다. 먼저 경비실을 찾았다. '민원 처리 중'이라는 안내판이 걸려 있다. 30여 분 동안 피해 장소를 돌아보고 오니 안내판이 치워져 있다.


"선생님. 혹시 며칠 전에 발생한 차량털이 관련 CCTV 영상을 받아볼 수 있을까요?"


"어쩌지. 그건 저희가 함부로 드릴 수가 없는데. 당사자나 경찰이 아닌 이상은 어렵죠."


피해 차주분의 블랙박스 영상도 구할 수 없었다. 피해 차주분을 알아야 시도라도 해볼 수 있는데 경비실에서 알려줄 리가 만무했다. 사막에서 바늘 찾기,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가 따로 없었다. 포기하는 수밖에.


1시간 반에 걸친 노력은 그렇게 물거품이 됐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집으로 돌아갔다. 다른 아이템을 찾기는 했지만 자려고 누우니 찜찜한 마음에 잠이 오지 않았다.


개인정보에 대한 사회적 민감도가 높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인가 싶다가도 내 설득력과 노력이 부족한 건 아니었는지 자책감이 들었다. 다음 날 새벽에 일어나 피해 현장으로 다시 찾아갔다.


발품을 판 끝에 피해 차량 차종을 유추해낼 수 있었다. 피해 장소 근처를 돌며 해당 차종 차량들을 찾아 문자를 남겼다.


'안녕하세요. G1 방송 송승원 기자입니다. 최근 발생한 차량털이 건으로 연락드렸습니다. 혹시 피해 사례를 접하신 적이 있다면 연락 한 번만 부탁드립니다. 실례했습니다.'


문자를 남기면서도 확신이 없었다. 피해 차주분의 차가 다른 장소에 있을 수도 있고, 문자를 보셨더라도 연락을 주시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느덧 출근할 시간이 됐다. 나는 할 수 있는 조치를 다 했다. 상황을 지켜보고 필요하다면 퇴근 후에 찾아오기로 하고 떨어지지 않는 발을 움직였다.


몇 시간 뒤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왔다. 피해 차주분이었다. 보도 취지를 말씀드리자 흔쾌히 협조 의사를 밝혀주셨다. 그 마음이 감사하면서도 억울한 일을 당하셨음에 나도 속이 상했다.


KakaoTalk_20250928_233747567.jpg 우여곡절 끝에 확보한 차량털이 피해 영상.


영상 확보라는 큰 산을 넘고 나니 경찰 취재, 리포트 원고 작성 등 이후의 과정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리포트에는 피해 상황과 수사 단계, 피해 방지를 위한 주의 사항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번 사례는 지독히 운이 좋았다. 파울료 코엘료 작가의 <연금술사>에서 언급되는 '초심자의 행운'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행운이 다하더라도 보도할 가치가 있다면 실패할지언정 숱하게 발품을 팔고 땀을 흘리는 기자가 돼야겠다고 '초심자의 객기'를 스스로 새겨본다.


https://www.youtube.com/watch?v=FIgV9_Ins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