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챙길 수 없는 아쉬움
작년과 올해 친구들이 결혼 소식을 많이 전해왔다.
코로나로 미뤄진 결혼, 나이가 찼을 때 괜찮은 사람과 결혼, 생각이 없다가 좋은 사람을 만나 하게 되는 결혼 등등 다양하다.
오랫동안 해외생활을 꿈꿔오면서도 가까운 친구의 결혼은 당연히 비행기를 타고서라도 챙길 것이라 다짐했건만, 고작 출석을 까다롭게 챙기는 MBA 커리큘럼과 비싼 비행기삯에 축의금으로만 대신했을 때는 씁쓸함이 몰려왔다. 다행히 친구들은 내가 해외 가난한 유학생이라며 상황을 이해해 주었지만 마음속에 서운함이 하나도 없을 순 없을 거다. 이십 대 중후반 이른 나이에 크지 않은 결혼식(작은 결혼식을 꿈꾸다가 애매한 사이즈가 되어버렸던 결혼식)을 했기에 하객으로 찾아주었던 사람들을 잊지 않고 챙기고 싶었는데, 그렇게 되지 않아 마음이 편치 않다.
양가 친척 어른들의 부고도 들려왔다. 최근 두 달 간격으로 부모님 연배의 어른들이 돌아가시고 나니 부쩍 감성적이게 되었다. 나이가 많지 않다고 믿어왔는데 덜컥 겁이 났다. 부모님이 오랫동안 건강하면서 우리가 사는 이곳도 다녀가시고, 우리가 갈 때면 반갑게 맞아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계속한다.
해외생활을 시작할 때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카카오톡과 SNS가 한국 소식을 누구보다 빠르게 전해오니 또 그렇지 않은 걸 느낀다. 연장선상에서 최근 다른 지역으로 가는 걸 고민하다가 바로 내려놓았다. 오클랜드는 한국 직항 비행기가 있으니 언제든 필요하면 12시간 만에 한국에 갈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큰 도시이면서 일자리가 많은 것도 있지만, 우리가 가고 싶을 때 비행기에 오를 수 있는 곳이기에. 오클랜드에서 앞으로도 지내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