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타트업 창간기+78일째] 매일매일 고백해 볼게
*이번 편부터는 편하게, 일기식으로 써보려고 한다. 일기에선 존댓말을 쓰지 않는다.
나는 매체 창간 이전에 직접 영상 편집은 딱 한 번 해봤다.
뉴스타파 펠로우로 창간 준비를 할 때도 편집은 편집기자가 촬영은 촬영기자가 했다.
기사도 데스크가 많이 수정해서 겨우 기사의 꼴을 갖출 수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영상 촬영, 편집, 제작, 썸네일 이 모든 걸 혼자 다 하려고 하니
분명히 수명에 엄청난 영향을 줄 것 같은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예전에는 겪어본 적 없었던.
내 잘못이 가장 크지만, 왜 촬영, 편집, 이미지 제작 이런 걸 모두 준비해 두라는 말을 해주지 않았지, 창업을 지원해주고 있는 재단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물론 이런 것을 할 줄 있는 팀원이 있었지만, 재단에서 채용하는 바람에 거의 모든 일을 한순간에 내가 다 맡았다. 취재부터, 취재만이라도 제대로 배우자, 하면서 펠로우 생활을 지냈다간 수명이 많이 줄어들 수 있다. 모든 걸 다 같이 잘 배워나가야 수명이 깎이지 않으면서 창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신기한 게 다 하게 되어있더라.
직장인으로 있을 땐 아무도 알려주지 않아 어떻게 해서든 해내야 하는, 그걸 당연시하는 회사가, 그걸 또 해내는 내가 싫었는데, 대표가 되고 보니 이런 걸 해내는 나라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다. 하나씩 해내는 걸 보니 다른 산들도 넘어가 보고 싶은 욕심도 생긴다.
예전이라면 해보지 않은 건 '잘하는 사람이 빨리 해치우자'라는 생각에 할 줄 아는 사람에게 넘겼지만
요즘엔 모르는 거라도 무조건 해보려는 태도로 바뀌었다.
수업도 듣고, 틈틈이 내가 전혀 모르고 있던 분야의 글도 무작정 읽는다.
창업하고 첫 영상물을 낸 게 12월 12일이다. 조회수가 4천이 넘는 게 신기하다.
https://youtu.be/MMRUty92-Cc?feature=shared
이거 하나 제작하는 데 밤을 새우고, 주말을 다 반납했고, 피드백까지 반영하면서 거의 일주일은 걸린 것 같다. 예전에 신문의 부동산 광고 전수조사 했던 경험을 기억해 내고, 거기서 지역주택조합 아파트의 기사형 광고 문제점을 찾아내고, 피해자를 수소문하고, 지역주택조합 제도를 이해하고, 공무원들에게 묻고, 판결문을 찾아 읽고, 변호사를 붙잡고 묻고 또 묻고.. 아무튼 더더 많지만 영상제작까지 하나의 과정을 혼자 해본 것이 내게는 큰 경험이 된 것 같다.
그래서인지 두 번째 영상 아이템을 고르고, 구성안을 쓰는 데까지 큰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지주택 이전에 사기성 사업 기사형 광고 기사는 해당 사기 사업의 주체가 구속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부담도 있었고, 영상 제작도 너무나 부담이 됐기 때문에 포기했다. 지주택 건의 경우 영상 자료가 너무나 풍부했기 때문에 어디 빠져나갈 구멍도 없었다.
아무튼 오늘 두 번째 영상 기획안 초안을 써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다음 장면을 궁금해할까, 음악은 어떤 걸 써야 할까, 이미지는, 화면 구성은 이런 것들을 고민했다.
나는 오래전부터 PD가 되고 싶었는데, 이런 과정들이 좋았기 때문이다.
기자들은 하찮은 고민이라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카메라 각도, 음악.. 등등 더 많은 사람들이 보고 필요한 정보를 보게 만드는 그런 양념을 치는 마음이 나는 좋았다. 논술처럼 서론-본론 1-본론 2-본론 3-결론 등의 형식에선 느끼기 어려운 그런 노력이 나는 사람의 마음을 더 잘 움직인다고 생각했다. 뭐, 기자들도 '-이'를 쓸지 '-는'을 쓸지 이런 고민을 한다지만, 물론 나도 그런 고민을 하지만.
내게는 그런 고민보단 영상의 각도나 음악, 배경, 조명 등이 사람들에게 내 콘텐츠를 사람들이 더 많이 보게 만들고, 봐야 하지만 보지 않는 사람들도 보게끔 하는 힘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워낙 경쟁률이 높은 시험에서 가장 많은 탈락자가 발생하는 필기를 뚫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해서인지 실무 단계에 필요한 것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그때 열심히 해뒀더라면 지금 도움을 많이 받았을 텐데. 아마 그래서 매번 거의 다 왔을 때 탈락했는지도 모르겠다.
뉴스어디에서 그때 해보고 싶던 양념을 실컷 뿌려보고 싶은데, 취재에 영상 제작까지 하려니
몸과 마음이 너무 힘들다.
일단 초안은 써냈지만, 얼마나 만족스러울지는 모르겠다.
첫 번째 영상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진 게 있게만 만들어보자.
오늘 이만 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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