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환
어느 날 일상이 허무한 듯 시원시원은 생각에 잠긴다.
나의 삶은 어떠한가? 잘 살고 있는 거겠지.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어
오늘도 스스로를 위안 삼아 하루를 버티고 있는 시원시원은 한참을 생각하더니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한다.
어제 시원시원은 집으로 오면서 버스에 쓰여있는 글귀 하나를 봤다.
"왜 나만 착하게 살아야 해"라는 글귀인데 시원시원의 마음에는 그 글귀가 쉽게 잊히지 않았다.
시원시원은 서점에 들러 그 글귀에 나온 책을 사고 어제 하루 동안 그 책을 읽었다.
이 책을 읽고 시원시원은 새로운 걸 아는 계기가 되었지만 누구한테도 자신의 감정을 말하지는 못했다.
다음날 아침 시원시원은 직접 김승환 작가를 만나야겠다고 무작정 나섰다.
수소문한 끝에 그의 사무실을 찾아낸 시원시원은 숨을 크게 내쉬며 긴장한 마음을 달랬다.
"똑똑똑"
"작가님 저는 시원시원이라고 하는데 혹시 잠깐 뵐 수 있을까요?"
무작정 찾아간 시원시원은 김승환 작가를 만날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들었다.
뜻밖에 김승환 작가는 선뜻 문을 열어 주었고 반갑게 맞이했다.
"어떻게 오셨나요?"
뿔테 안경에 친근한 미소를 가진 모습을 하고 있는 그를 보며 시원시원은 말한다.
"작가님 책을 어제 읽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누군가에게 저의 속마음을 터놓은 적이 없어요"
"작가님에게 제 속마음을 터놓고 해답을 얻고 싶어 찾아왔습니다."
갑작스럽게 찾아왔지만 김승환 작가는 반갑게 시원시원은 맞아주었다.
"아! 그렇군요 음.... 그럼 저쪽으로 가시죠"
그는 바로 옆방에 있는 상담실로 시원시원을 안내했다.
"여기 앉으시고 잠시만 기다리세요"
"제가 하던 게 있어서 이것만 마무리하고 올게요 한 5분 정도 걸립니다."
"네 감사합니다. 작가님"
상담실은 작고 아담했다.
시원시원의 바로 앞에 커다란 글귀가 보였다
"착한 척, 괜찮은 척하느라 지쳐버린 이들을 위한 위로"
시원시원은 글귀를 보며 마음이 요동친다.
5분이 지나 김승환 작가가 들어왔다
"시원시원님 요즘 코로나로 사회가 시끄럽죠?"
"네, 전국이 코로나로 인해 조금 시끄럽네요"
"설마 코로나로 저를 찾아오진 않았을 것 같고,
"무엇 때문에 절 찾아오셨나요?"
"작가님 제가 정말 잘 살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이 요즘 들어 계속 생각이 납니다"
"작가님 책을 읽다 보며 마치 제 이야기를 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찾아왔습니다."
자신의 책을 공감해주는 시원시원이 그는 고마웠다.
"잘 오셨어요, 시원님"
"시원님은 지금 제 질문에 몇 개가 해당되는지 세어보세요"
"어떤 걸 먹고 싶냐는 질문에 아무거나 라고 대답한다."
"거절을 못 해 가입한 보험만 해도 몇 개가 된다"
"웃기지 않은데 주변에서 웃으니 따라 웃는다"
"돈을 비려주고 관계가 틀어질까 봐 돌려달라는 말을 못 한다"
"화가 나도 말로 표현하지 못하고, 남들이 먼저 눈치를 채도록 일부러 불편한 티를 낸다."
"시원님은 몇 개 정도 해당되시나요?"
"저는... 음... 4개 정도 해당되는 것 같네요"
시원시원의 대답에 고객을 끄덕이는 김승환 작가
"보통의 사람들은 이 질문에 4~5개 정도 해당된다고 해요"
"시원님도 착하다는 말을 듣지 않나요?"
착하다는 말에 머쓱해지는 시원시원이다.
"사실 좀 듣는 편입니다"
시원시원을 보며 미소를 짓는 김승환 작가는 말한다.
"요즘에 착하다는 말은 그렇게 좋은 건 아니랍니다. 착하다는 말을 듣지만 정작 본인은 공허하고 외롭죠"
"시원님도 아마 나보다 남을 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착한 사람', '성격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에 집착할 겁니다, 늘 남에게 맞추며 살았기 때문에 딱히 좋아하는 일도 찾기 어렵죠, 그래서 늘 '착한 사람'이라는 가면을 쓰고 살아갑니다"
김승환 작가의 말에 잠시 생각한다.
" 그럴 겁니다. 전 누구에게도 미움을 받기 원하질 않아요, 그래서 제 생각보다는 남들의 생각을 잘 따라 주는 편입니다. 또 한 거절을 잘못해 이 모임 저 모임 자주 가는 편입니다. 갔다 오면 너무 힘들고 지칩니다. 스트레스는 말할 필요도 없고요"
"그렇군요 한 가지 질문을 하겠습니다. 시원님"
"시원님은 주로 언제 착한 척이라는 가면을 쓰고 계시나요? 잘 보이고 싶은 사람에게 앞에서 가면을 쓰고, 그러지 않아도 되는 사람 앞에서는 가면을 벗나요? 그렇다면 잘 보이는 쪽은 사회생활에서 만난 사람들이고, 그렇지 않은 쪽은 가족인가요?"
자시의 마음에 정곡을 찌른 김승환 작가의 말에 시원시원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회생활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말로는 가족이 더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실상 대하는 것을 보면 남을 더 배려하고 가족은 배려받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시원시원의 얼굴에 가족에 대한 미안함이 가득하다.
"저도 그런 것 같습니다. 항상 남에게 맞추다가 집에 오면 힘든 나를 위로해 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나인데 그 정도는 가족이 해줘야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있는 것 같아요, 남보다 더 소중한 가족인데도 남을 더 생각한다는 것에 제 자신이 부끄럽네요"
김승환 작가는 웃으며 말한다.
"이제라도 아셨으면 가족에게 더 충실하시고 배려해 주세요"
"누구나 거짓이 아닌 진심을 원합니다. 자신이든 가족이든..."
"꾸미지 않는 솔직함,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움을 원한다는 걸 잊지 마세요"
김승환 작가의 말에 시원시원은 마음속에 울렁거림을 느낀다.
"시원님은 다른 사람이 시원님을 어떻게 생각하지는 지나치게 신경을 쓰는 편이신가요?"
"신경 안 쓴다면 거짓말이겠죠, 저도 다른 사람이 저를 괜찮은 사람으로 생각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 행동은 최대한 피해가 안 가게 하기 위해 모든 정신을 집중합니다. 항상 의견을 내는 쪽보다는 따르는 쪽입니다."
"시원님, 다른 사람이 시원님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 쓰지 마세요, 어차피 시원님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남의 시선 따위는 과감히 무시해 버리세요, 남에게 피해를 주어도 좋다는 것은 아닙니다. 먼저 나를 위해야 한다는 뜻이죠, 우리는 이타적이어야 한다고 배웠지만, 타인의 시선만 정답이라고 생각하면 삶이 힘들어집니다"
"단체사진을 보면 가장 누구부터 봅니까? 나부터 보죠, 언제 어디에서든 나부터 바라보아야 합니다. 눈치 보지 말고 용기 내서 내 안의 소리를 당당히 표현해야 합니다. "
"표현을 해야 상대방도 알죠, 표현을 안 하고 상대방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어리석은 믿음은 버리세요"
"듣고 보니 그렇네요 "
"저는 내 말에 상처를 받으면 어떡하지?"
"내가 이렇게 말하면 저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이런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그래서 항상 말할 때 조심하게 말하게 되고 결국은 내 생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경우가 많아요"
"단도직입적으로 시원님은 '척'하는 사람입니다. '척'하는 사람은 인간관계에서 안정을 추구하는 사람입니다, 시원님이 가장 경계하는 것 중 하나가 다른 사람이 시원님에게 부정적인 생각을 품는 것이니까요"
"'척'하는 것도 어찌 보면 모두 자기 의사 표현의 하나일 뿐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척'이 시원님을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척'이 습관이 되면 열등감으로 변합니다"
"열등감은 시기와 질투를 하게 되어 현재의 상황에 갇혀버리게 됩니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그들은 마주 보고 함께 웃고 울어야 할 대상입니다. 시기와 질투를 하면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시기와 질투는 나를 발견하고 그들을 인정하는 하나의 자연스러운 감정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
"강 폰 괴테는 "비교하면 지는 거다'라고 했습니다."
"제가 남에게 한 행동이 제 자신에게는 나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거군요"
"시원님은 남에게 한 행동이 아니라 자신에게 한 행동이라는 것이 아셔야 합니다"
"그런 시원 님의 가면인 '척을 벗는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첫째, 내 역할에 충실히 수행해야 합니다. 내 역할을 수행하면서 하는 행위들을 그대로 인정하세요"
"둘째, 내가 가면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나 감정이 올라올 때 크게 심호흡을 하시고 하실 때마다 가면이 벗겨진다고 생각하세요"
"셋째, 상대방의 말과 행동에 대한 내 생각이 진짜인지 아닌지 구별해보세요, 가령 상사가" 왜 일을 이렇게 하는 거야?"라고 했을 때 '사실'과'내 생각'을 구별해야 합니다. 내가 일을 잘 못해서 상사가 화난 것은 사실로 받아들이지만 상사가 나를 정말로 싫어하는 것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자칫 그 말 한마디로 상사가 나를 싫어한다고 생각이 들면 그때부터는 상사가 아닌 내가 나에게 상처를 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런 것을 구분해 내면 내가 나에게 주는 상처를 어느 정도 예방을 할 수 있습니다"
"시원님도 꼭 하루에 한 번 이상은 자신과 대화를 해보세요"
시원시원은 되묻는다
"자신과의 대화요?"
"처음엔 쑥스럽고 부끄러울 수 있어요 하지만 하다 보면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자신과의 대화도 부끄러운데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표현할 수가 있을까요?"
"우선 첫 단계는 자신과의 대화부터 시작하세요"
김승환 작가의 말에 시원시원은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아! 내가 그렇게 살아왔구나, 나를 나로 봐주지 못했구나"라고 생각하는 시원시원은 깊은 반성을 한다.
시원시원의 표정을 보며 김승환 작가는 말한다.
"시원님은 이제 혼자 해결하려 하지 말고 표현을 하세요"
"눈치를 보는 것은 사랑받고 싶다는 뜻입니다. 힘들 땐 눈을 감고 자신에게 말해보세요"
"괜찮아, 그동안 많이 힘들고 외로웠지, 하지만 넌 충분히 잘하고 있고 이겨낼 수 있어"
"난 너여서 소중해"
"이렇게요"
김승환 작가의 말에 자신감이 생긴다.
"네, 작가님 해보겠습니다."
나를 사랑하는 나, 나에게 관심을 주는 나, 그리고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해 줄 사람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 시원시원이다.
"시원님 자신을 안다는 것이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우리는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힘들다', '못하겠어'라는 말을 왜 못 할까요?"
"시원님도 분명히 힘들일 이 있었는데 가족에게 힘들다는 소리를 못했을 겁니다."
"저도 예전엔 그랬습니다"
"힘들면 힘든 것이고, 우울하면 우울한 것입니다. 힘들 때 힘들다는 말을 한다는 것은 '포기하겠다'가 아니라 '계속하겠다'라는 뜻입니다.
"모르겠으니깐 모르겠다는 말을 하면 '저 사람이 날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생각 때문에 거짓말로 회피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솔직하게 표현을 못 하는 이유는 나중에 찾아올 상처 나 불쾌감을 방지하려는 방어기제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런 솔직하게 표현을 못 하면 나중에 더 큰 상처가 찾아올 뿐입니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세요"
"자신의 감정을 받아들이세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세요"
"그래야 상대방도 나의 감정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껏 저는 제 감정을 다른 사람이나 가족에게 표현을 안 했습니다. 힘들거나 지칠 때도 저만 아프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혼자 고민하고 혼자 다 감내했습니다. 전 그렇게 하는 게 좋다고 믿었거든요. 하지만 그럴수록 마음은 답답하고 무언가가 제 마음속을 짓누르는 느낌이 계속 들었습니다"
"그게 바로 시원 님의 감정을 억누르고 외면해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나를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을 하면 남보다 자기 자신을 보게 됩니다. 그러면 사람뿐 아니라 사물에도 애정이 가지요, 순간순간 새로운 의미를 느낍니다. 그러다 보면 내 안에 작은 변화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런 변화들이 시원 님의 시련이 크게 와도 이겨내고 버텨낼 수 있는 힘이 됩니다.
"정말 좋은 말씀이네요 이제야 제 가슴에 남아있는 응어리를 풀 수 있을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하하 별말씀을요, 시원님이 받아들여 주셨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그럼 여기서 자존감 거인이 되는 3가지 방법을 알려드릴까 합니다."
"첫째, 감정을 표현하세요, 이건 방금 제가 말했던 것처럼 솔직한 자기감정을 표현하세요"
"둘째, 나를 인정하고 타인과 비교하지 마세요"
"건강한 자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존감과 자신을 긍정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자존감이 떨어지는 이유는 남과 비교하고 자신을 낮출 때 자존감이 낮아집니다. 자존감이란 바로 내가 나를 인정하고 사랑해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셋째, 자신감부터 챙기세요"
"자신에게 관심과 사랑을 주지 않으면 자존감이 점점 낮아집니다. 그런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 자신감부터 챙기시기 바랍니다"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 자존감도 높다는 사실을 꼭 알아두세요"
"오늘부터 실행하겠습니다."
"오늘 제가 너무 좋은 말씀을 많이 듣고 위로가 많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더 감사합니다, 저의 말에 귀를 기울여 주시고, 위로가 됐는다는 그 말이 저는 너무 고맙습니다"
김승환 작가와 시원시원은 서로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