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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겨울 아침 일상
오늘의 아침
by
시원시원
Dec 9. 2020
© anniespratt, 출처 Unsplash
어제 새로 산 이불 때문일까?
새 이불의 까스러움 속에서 한없이 정신을 잃었다.
새벽 4시 30분, 시끄럽게 쫑알대는 삐약이는 어김없이 내 귓속으로 들어와 일어나라고 재촉한다.
확 던져버릴까 생각하다가 행운 님의(아내) 화난 얼굴이 떠올라 참았다.
간신히 몸을 일으키고 검지로 삐약이의 주둥이를 그었다.
그러고는 다시 새로 산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몇 분이 흘렀을까?
무의식적인 내 정신이 깜짝 놀라서 일어난다.
주위를 둘러본다.
사방이 어둡다.
삐약이의 얼굴에 그려진 시계를 보았다.
허걱 5시라니...
말도 안 된다.
눈만 감았다 떼었는데, 30분이 흐르다니 이해할 수 없었다.
누군가 몰래 와서 시계의 바늘을 움직였을 거라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은 해본다.
무거운 몸을 일으켜 세우고 늘 아침마다 나를 반기는 욕실로 향했다.
밤새 비염 때문에 고생한 입에 상쾌한 치약을 발라주었다.
그리고 차가운 물로 얼굴을 닦았더니 정신이 번쩍 든다.
역시 잠을 깨는 방법은 찬물로 세수가 최고다.
방안에 불을 켜고 어제 못다 읽은 리얼리티 트랜 서핑을 읽었다.
리얼리티 트랜 서핑은 요즘 내가 정독하는 책이다.
얼마 전에 블로그에 사제 타프티에 서평을 했는데 같은 저자가 쓴 책이다.
초반에는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많았지만 그 의미를 정하고 나니 이제는 수월하게 읽힌다.
열심히 문장에 색을 입히고 나니 30분이 흘렀다.
"역시 넌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어"라는 눈빛을 보내고 책을 덮었다.
거실로 나오니 행운님은 벌써 일어나 명상을 하고 있었다.
난 조용히 그 옆에 가서 팔굽혀 펴기를 했다.
하나, 둘, 셋 ...... 숫자를 머릿속으로 세어가면서 행운 님의 명상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심했다.
하지만 숫자가 올라갈수록 신음소리는 커져갔다.
"아흑, 으~~~, 헉~~~파샤~~~학~~"
명상을 하고 있던 행운님이 쳐다본다.
움찔한 나는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밸런스를 잃어버려 쓰러졌다.
그리고 한껏 힘든 표정을 행운님에게 보여줬다.
마치 "이렇게 대견하게 운동했으니 용서해 줘"라는 무언에 메시지를 보냈다.
행운님은 아무 일 없다는 듯 욕실로 향한다.
방 안에서 곱게 자고 있는 아들과 딸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너희들이 엄마에게 무사히 넘겼을 때 그 심정을 오늘 아빠도 알았단다"
아침 200개의 팔굽혀펴기를 마무리하고 행운님과 함께 아침 산행을 나갈 준비를 하였다.
그때, 행운님은 나에게 오늘의 날을 상기시켜준다.
생일일까? 아님 결혼기념일? 아님 부모님 생일?
혹시 이런 거라 생각하면 날 너무 무시하는 거다
그 정도는 기억한다.
바로, 오늘은 일주일에 한번 있는 분리수거 날이다.
현관 옆 창고에 일주일 동안 쌓은 껍데기들을 청소하는 날이다.
때마침 일요일에 챙겨온 큰 빈 박스가 있어 수월하게 껍데기들을 이동시킬 수 있었다.
행운님과 함께 분리수거를 하고 곧장 산행을 시작했다.
오늘 산행은 묵언 수행이다.
둘은 아무 말도 없이 각자 산행의 여유를 즐겼다.
50분간의 산행에 축축이 젖은 마스크만이 느껴지는 산행이었다.
혹시 싸웠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글쎄....
생각은 자유롭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내 머리에 밤새 새가 만들고 간 주인잃은 새집을 없앴다.
그리고 행운님이 차려준 맛있는 아침밥을 먹고 감사한 인사를 건넸다.
신발을 신고 매장에 나가려는데 행운 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잘 다녀와"
난 시크하게
"오케이"
지하주차장에 주차해 놓은 차디찬 나의 애마를 타고 매장으로 향했다.
화요일이지만 요즘 차가 많이 줄어든 느낌이다.
"다들 코로나로 재택근무를 다시 하나?"
아무튼 차가 막히지 않으니 기분은 좋다.
매장에 거의 다 왔을 때 매장 앞에 주차 자리가 하나 비어있었다.
"이게 웬 떡이냐?"
제비보다도 제리(톰과 제리)보다도 더 빠르게 움직여 그 자리를 탈환했다.
아침에 조금 늦게 출근하다 보니 좀 떨어진 곳에 주차를 해두었기에 오늘의 자리는 더 특별했다.
차 문을 열고 매장 앞까지는 일곱 발걸음이면 도달한다.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여섯 걸음, 일곱 걸음, 야호 !" 도착했다.
이런 느낌이다.
내 매장 문을 열기 위해 우선 밤새 지켜준 사이버경찰을 해제시켜야 한다.
그리고 위에는 키로 열리는 자물쇠와 번호로 열리는 디지털도어록을 해제해야 한다.
내 옷에 숨긴 기능이 있는 곳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어라! 여긴 없네,,,, 그럼 다른 곳으로,,,,, 어라! 여기도 없네,,,, 그럼 또 다른 곳으로,,,, 어라~~"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진다.
이때부터는 손이 이성을 잃어 아무 곳이나 쑤셔댄다
없다. 아무리 찾아봐도 내 아름다운 매장의 비밀의 문을 열 수 있는 마법의 키가 안 보였다.
매일 나에게 "열려라 참깨"와 같은 선물을 주었던 키가 사라졌다.
아마도 매장키는 옷을 입으면서 베란다에 떨어뜨린것 같다.
어떡하지? , 다시 집에 갔다올수도 없는데...
고민했다.
"별일 아닐 거야? , 오늘 아침 정말 괜찮았잖아 , 이번에도 잘 해결될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
라는 생각은 이미 우주 저 멀리 날아가 버린 지 오래다.
첫 끗발이 개 끗발인가?
아차차 미안하다 개들이여 너희들은 빗대서 한건 아니니 오해 말기 바란다.
자 생각하자!
"사이버경찰은 매장 안에서 해제할 수 있으니까, 오케이"
"디지털 도어록은 번호를 알고 있으니 그것도 오케이"
문제는 키로 여는 자물쇠인데, 3년 된 친구다.
드디어 떠나보낼 때가 되었나 보다.
차 트렁크 문을 열고 공구가방을 꺼냈다.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 것 중에 가장 강력한 회오리 기능이 있는 충천 드릴을 꺼냈다.
거기에 원형을 그릴 수 있는 놈을 골라 장착했다.
"잘 가! 나의 친구여"
외마디 인사를 하고 친구의 몸에 원형을 그렸다.
"웅~~~드르륵~~위 잉~~~"
"끼기긱~~~드륵, 드르륵~"
서둘러야 한다. 누가 보면 도둑인 줄 알 것이다.
옆집 사장님이 나오기 전에 해야 한다.
쪽팔리니까.
순식간에 친구의 몸에 원형이 생겼다.
그 속으로 드라이버를 집어넣어 문을 열었다.
디지털도어록도 해제하고 문을 여니 사이버경찰이 울부짖는다
"침입자가 발생했습니다"
"침입자가 발생했습니다"
나보고 침입자란다.
"젠장, 주인도 못 알아보는 놈 같으니라고"
책상에 있는 비상카드를 가지고 사이버경찰의 입을 막았다.
곧이어 경비업체 상황실에서 전화가 왔다.
"지금 비상상황이 접수돼서요"
사이버경찰이 그새를 못 참고 일러바치다니.... 못된 녀석 같으니라고!
난 정중히 말했다.
"제가 오늘 키를 안 가져와서요"
"지금 해제했습니다"
"수고하세요"
이렇게 내 아침 상황은 마무리가 되었다.
마음은 추스르고 자물쇠의 잔해를 치웠다.
지금 시각은 오후 4시 15분
자물쇠를 떼어내고 새로운 자물쇠로 달아야 하는데 귀찮다.
그냥 내버려 둘까?
아무튼 나의 오늘 아침 일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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