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안작데이 퍼레이드
호주인들에게 상당히 큰 의미를 지닌 기념일,
4월 25일 안작데이(앤잭데이)
호주-뉴질랜드 연합군(Australian and New Zealand Army Corps)을 뜻하는 ANZAC의 역사는 제1차 세계대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15년 4월 25일은 안작군이 최초로 조직되어 ‘갈리폴리'에 상륙한 날인데, 이 전투에서 무려 1만 명의 전사자가 발생합니다. 갓 출범한 국가인 호주 연방의 당시 인구는 채 500만 명에 미치지 못했지만 1914년-1919년의 기간 동안 약 42만 명이 참전하면서, 6만 명이 전사, 15만여 명이 부상을 입게 된 것입니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이들의 희생을 잊지 않기 위해 참전일을 '안작데이'로 지정하고,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을 위한 추모행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매년 호주에서는 상당히 큰 규모의 행사를 진행하는데요. 올해도 같은 순서대로 열릴 시드니 안작데이의 작년 풍경을 사진과 함께 소개합니다.
시드니 안작데이 행사의 시작과 끝은 마틴 플레이스의 '세노타프'입니다. '빈 묘지'라는 뜻의 세노타프는 시내 한복판에 있는 전몰장병 기념비인데, 그 앞에서 사람들이 헌화와 함께 추모의 마음을 표시합니다.
이어서 오전 9시부터 12시 30분 사이 하이드파크의 코너에서 안작데이 퍼레이드가 시작됩니다.
마틴 플레이스 쪽에서 하이드파크 서쪽의 길, 엘리자베스 스트리트를 따라 꽤 큰 규모로 진행되었는데요. 부슬부슬 내리는 빗줄기도 이들의 결연한 표정을 감추지는 못합니다.
함께 비를 맞으며 끊임없는 환호와 갈채로 화답하는 시민들
곧이어 하이드파크 안에 있는 전쟁기념관 앞에서 추모제가 거행됩니다.
시드니를 비롯한 호주의 주요 도시와 소도시의 중심지에는 어김없이 ANZAC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전쟁기념비가 눈에 띕니다. 호주를 여행하면서, 호주인들에게 ANZAC이란 뭘까라는 생각을 무척 많이 했었는데, 하나의 '국가'로서의 세계사에 족적을 남긴 호주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또 다른 이름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날 행사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을 소방서 앞에서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나란히 도열하여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습의 소방관들.
잠시 후 저쪽에서 힘차게 행진해오는 이들이 보였습니다. 뉴사우스웨일스의 퇴역 소방관들이었습니다.
두 대열이 교차하는 순간, 존경의 눈빛을 교환하는 이들. 그 진심 어린 표정과 몸짓에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엄숙하기만 추모일 같지만, 사실 안작데이는 축제일이기도 합니다. 퍼레이드를 마친 군·경·생도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서 먹고 마시고.. 대낮부터 근처 펍(술집)은 퍼레이드에 참가한 사람들로 하루 종일 북적거립니다. 중심가는 물론이고, 시드니 여행 중에 꼭 가봐야 하는 '록스'지역-특히 1824년 오픈한 '오스트레일리안 헤리티지 호텔'을 비롯한 유서 깊은 펍(호텔)에서도 특별 메뉴와 행사를 준비하고 사람들을 기다립니다.
밤에는 취객도 많아서 약간은 조심해야 하는 날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경건하게 시작하여 즐겁게 '호주'인임을 축하하며 마무리하는 축제와 같은 하루, 안작데이. 앞으로 이틀 남았네요! 지금 호주여행 또는 시드니여행 중이라면 꼭 한번 경험해보시기를 권합니다.
글•사진•호주100배즐기기 저자 제이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