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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민 Jun 10. 2019

뉴욕 피자 이야기 -뉴욕의 진짜 피자맛집을 찾아서

뉴욕여행중 꼭 들러볼만한 뉴욕맛집

뉴욕맛집을 검색하다 보면 뉴욕 3대 피자라는 단어를 자주 보게 됩니다. 피자 하면 이탈리아인데, 피자는 어떻게 뉴욕의 대표 메뉴가 된 걸까, 뉴욕에 가면 왜 피자를 꼭 먹어보라는 걸까, 뉴욕의 최초 피자집은 어디일까, 궁금한 적 없으셨나요? 그래서 오늘은 뉴욕의 피자와 피자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뉴욕에서는 한국의 떡볶이, 김밥처럼 피자를 정말 자주 먹는다. 학교나 직장에서 점심시간에 간단한 모임을 할 때면 자연스럽게 피자와 콜라를 나눠 준다.

근거있는 뉴요커의 피자부심
"피자의 원조는 나폴리지만 세계인이 먹는 (형태의) 피자는 우리가 만들었다"라는  자랑을 하기도 하고,  실제로 미국 브랜드 피자헛과 도미노피자 등의 형태와 크기는 뉴욕 피자로 부터 비롯되었다.  


뉴욕 피자의 원조 롬바르디스 피자


뉴욕 피자의 아버지 - 롬바르디스

19세기 후반, 뉴욕에 이주한 이탈리아 남부 시실리와 나폴리 출신 이민자들은 자연스럽게 이탈리아  음식문화를 뉴욕에 전파했고, 뉴욕 땅에 미국 최초의 피자 전문점을 탄생시킨 주인공도 나폴리 출신의 제나로 롬바르디(Gennaro Lombardi)였다.

'미국 최초의 피자'를 내세우는 롬바르디스

식료품 가게 주인이었던 그는 1897년 경부터 요리사 안토니오 페로(Antonio Pero - 나폴리 출신)를 고용해 가게 구석에서 피자를 팔기 시작했는데 고향의 맛에 이끌린 이민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다 보니 가게 안에 테이블까지 마련했을 정도다. 결국 1905년에 맨해튼 리틀 이탈리아의 스프링 스트리트(Spring Street)에 정식으로 피자 전문 레스토랑인 롬바르디스(Lombardi's)가 탄생한다. 이 가게는 100년을 훌쩍 넘긴 현재까지 왕성하게 영업 중! 롬바르디스의 홈페이지 주소는 그래서  www.firstpizza.com 이다.




나폴리 피자 vs 뉴욕 피자


뉴욕 피자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나폴리 피자와의 관계를 빼놓을 수 없다. 먼저 나폴리 피자(Neapolitan)와 뉴욕 피자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살펴보면 얇은 도우에 듬뿍 발라진 토마토소스, 그 위에 얹은 희고 말랑말랑한 모차렐라치즈가 기본인 것은 비슷하지만,  피자의 크기, 굽는 방법, 식감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한 손으로 잡을 수 있는 크기의 나폴리 피자

나폴리 피자는 2009년 유럽연합의 TSG(Traditional Speciality Guaranteed dish 전통요리 문화재)로 지정되었으며, 나폴리 피자 협회(VPN - Associazione Verace Pizza Napoletana)에서 정한 8가지 규정에 따라 인증 제도를 시행할 정도로 품질을 엄격하게 관리한다.

밀가루와 소금, 토마토와 이스트 같은 재료의 종류를 특정한 것은 물론이고, 화덕의 종류와 온도 또한 중요한 기준이다. 나폴리에서는 반드시 '나무' 장작을 때는 화덕에 피자를 굽도록 제한하고 있으며, 그  온도는 섭씨 485도에 맞춰야 한다. 피자 가운데 부분은 0.3cm 이하로 얇아야 하며  촉촉하고 말랑한 식감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나폴리 피자의 크기는 평균 10-12인치(25~30cm) 정도로 혼자 피자 하나를 주문해서 먹을 수 있는 1인용 피자다.  


뉴욕피자


뉴욕 피자의 탄생과 성공


1. Neapolitan에서 Neapolitan-American Pizza로
롬바르디는 장사 수완도 좋았지만 실력 있는 요리연구가이기도 했던 모양이다. 그는 1900년대 뉴욕의 현실에 맞게 나무 대신 석탄을 땔감으로 쓰는 화덕을 사용했는데 이것이 뉴욕 피자의 맛과 크기를 결정하는 요인이 되었다. 석탄 화덕의 내부는 수분을 함유한 나무를 태우는 화덕보다 훨씬 건조하며, 온도는 더 뜨겁다 보니 도우는 좀 더 두툼해지고, 피자의 크기는 커졌으며, 이를 익히는 시간이 늘어난 것이다.

저온 숙성한 뉴욕식 도우를 손으로 쭉쭉 얇게 펼치는 과정을 거치며 피자의 식감을 점점 쫄깃하게 한다.


2. 더 크게, 더 푸짐하게 "This is New York Style"
롬바르디스와 더불어 리틀 이탈리아의 피자가게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성기를 맞는다. 이탈리아에 주둔하는 동안  피자 맛에 흠뻑 빠진 군인들이 고향에 돌아와서도 이탈리아 음식을 찾게되고, 미국 경기 호황이 맞물리면서 사람들은 여러 가지 재료를 아낌없이 사용한 뉴욕 피자에 더욱 열광하게 된 것이다.




3. 반으로 접어 먹는 조각피자 "the Fold Hold"
이때부터 뉴욕 피자의 평균 크기는 14~18인치(35~45cm)로 진화한다. 조각으로 슬라이스하여 여러 명이 나눠먹을 수 있는 크기가 되어  작은 사이즈가 14인치, 큰 사이즈는 18인치로 자리잡은 것이다 . 그래서 뉴욕 피자 본연의 맛을 즐기기 위해서는 큰 사이즈로 주문하는 것이 좋다.


삼각형으로 잘라낸 커다란 조각(Slice)을 '손에 들고 반으로 접어서 (fold and hold)' 먹는 것이 뉴욕식 피자 먹는 방법이다.


4. 뉴욕 피자의 법칙 "the Pizza Connection"
피자 한 판을 혼자 다 먹기에는 부담스러운 크기다 보니 한 조각씩을 잘라 파는 피자가게들이 생겨났다. 피자 한 조각의 가격이 지하철 편도요금의 가격과 연동된다는, 이른바 Pizza Principle (Pizza connection)이라는 피자의 법칙까지 있을 정도. 문제는 지하철 요금이 피자 한 조각보다 훨씬 비싸졌다는 것인데, 현재 지하철 편도 요금은 $2.75로 올랐지만 여전히 한 조각에 1달러짜리 피자도 있고, 음료수를 포함한 $2.75짜리 메뉴를 만드는 등 피자 커넥션을 노린 마케팅은 계속되고 있다.



 5.  피자 맛의 차이는 오븐 - 브릭 오븐 vs 콜 오븐
뉴욕의 거리를 걷다 보면 Brick Oven이라는 간판을 내건 피자집이 많이 보인다. 직화로 구워내는 화덕피자임을 알리기 위한 문구인데, 이런 Brick Oven 피자가게에서는 대부분 가스 화덕을 사용한다. 가스 연료를 사용하되 화덕 안에 장작을 넣어서 나무향을 내기도 하지만(Wood Fired Brick Oven) 석탄 화덕에 비해 온도가 낮아서 콜 오븐 피자의 바삭하고 쫄깃한 식감을 따라올 수 없다.


가스화덕

가게들이 어쩔 수 없이 가스 오븐을 사용하는 이유는 환경 문제로 이미 허가된 석탄 오븐 외에는 추가적으로 석탄 화덕을 만들지 못하도록 뉴욕시에서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뉴욕 시내의 Coal Fired Oven은 더 귀해졌고 '진짜 뉴욕 피자'를 만들 수 있는 가게는 석탄 오븐을 이미 보유하고 있거나, 석탄 오븐이 설치된 건물에 입주한 극히 일부의 업체로 한정된다. 그러니까 뉴욕에서 길을 걷다가 Coal Fired Oven이라는 간판을 보게 된다면 '진짜 뉴욕 피자'를 구워내는 맛집이라고 보면 된다.


대부분 뉴욕 피자집은 사용하는 오븐 종류를  간판에 써놓는다


6. 뉴요커들이 인정하는 원조 Pizzeria
진짜 원조 뉴욕 피자를 만들어온 1세대 장인의 피자집은 네 곳이다. (1) 미국 최초의 피체리아 Lombardi's, 롬바르디스와 함께 뉴욕피자를 만들어낸 Antonio Tontonno Pero의 (2) Tontonno's 롬바르디스에서 일하던 종업원 John Sasso와 Patsy Lancieri가 각각 오픈한 (3) John's, 그리고 (4) Patsy's.


롬바르디스의 110년된 석탄화덕


블리커스트리트 존스 피자의 화덕에서 갓 구워낸 피자

각각의 본점에서는 당연히 석탄화덕을 사용하고 있으며, 그중 하나인 롬바르디스를 방문하면 110년째 사용 중인 (국보급) 화덕의 모습도 볼 수 있다. 흐르는 세월 속에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이제는 1세대 장인이 아닌 후손과 계승자들이 뉴욕 피자 문화의 명맥을 잇는 중이다.


브루클린에서 어렵게 석탄 화덕을 확보한 줄리아나스


다양한 인종과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 살기에 전 세계 모든 종류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뉴욕에서는 맛집탐방이 곧 문화탐방이 됩니다. “특별하고 맛있는 체험”을 꿈꾸는 뉴욕 여행자를 위한 맛집칼럼은 계속됩니다.


글•사진•미식의 도시 뉴욕 저자 제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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