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흥미로운 사람인가요?
뉴질랜드에서 개발자라는 직종은 상당히 수요가 높은 직종이다. 중급 이상 개발자가 되면 종종 헤드헌터로부터 연락을 받고 스카우트되는 경우도 많다. 중급 개발자나 상급 개발자는 수요가 높지만, 어디서나 그렇듯 초급 개발자는 수요보다 공급이 훨씬 높기 때문에 개발자로 처음 취업이 되는 과정은 짧을 수도, 혹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뉴질랜드에서 취업을 할 때에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의 이력서를 준비해야 하는데, 하나는 우리나라의 이력서와 비슷한 CV이고, 다른 하나는 커버레터(Cover letter)라는 자기 PR문이다.
CV는 필수이다. 정해진 규칙은 없고 자기가 직접 만들어야 한다. 보통, 내용으로는 이름, 연락처, 짧은 자기소개, 학력 및 경력 등을 적고 어떤 사람들은 취미 활동이나 본인의 사진을 추가하기도 하는데 필수는 아니다. 개발자로서 지원을 할 때에는 보통 CV에 자신이 다룰 수 있는 프로그래밍 언어와 숙련도, 자신의 Github 계정, 자신의 프로젝트나 웹사이트의 온라인 링크 등을 적어 면접관이 인터넷에서 지원자의 프로그래밍 프로젝트를 직접 찾아서 볼 수 있도록 한다. 분량은 A4용지 1-2페이지 정도가 적당하다.
커버레터는 필수는 아니지만 웬만하면 함께 제출하는 것을 추천한다. A4용지 1페이지 정도의 분량으로 자신이 이 직무에 어떻게 적합한지에 대해서 면접관에게 일종의 편지를 쓰는 것이다. 보통 CV는 지원하는 직종이 같으면 한 개의 CV를 재활용해서 여러 곳에 지원해 볼 수 있지만, 커버레터는 지원하는 회사의 성향에 맞추어서 그때그때 새로 다시 쓰는 것이 좋다.
이제 4년 차의 개발자로서 나는 지원자의 입장도 되어봤고 면접관의 입장도 되어보았다. 좋은 이력서란 사실 면접관의 성향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내가 들었던 말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은 이력서는 마치 영화의 예고편 같아야 한다는 말이었다. 영화의 예고편처럼 대략 영화의 분위기와 내용을 짐작할 수 있으면서도 관객들이 다음 내용이 궁금해 영화관에 올 수 있게끔 유도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즉, 좋은 이력서는 면접관들이 나에 대해 더욱더 궁금하게끔 만들어야 하고 면접에서 면접관들이 나에게 질문할 수 있는 흥미로운 거리들을 제공해야 한다.
좋은 이력서는 영화의 예고편 같아야 한다. 영화의 예고편처럼 대략 영화의 분위기와 내용을 짐작할 수 있으면서도 관객들이 다음 내용이 궁금해 영화관에 올 수 있게끔 유도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즉, 좋은 이력서는 면접관들이 나에 대해 더욱더 궁금하게끔 만들어야 하고 면접에서 면접관들이 나에게 질문할 수 있는 거리들을 제공해야 한다.
뉴질랜드에서는 주로 Seek, Trade me Jobs, Indeed, LinkedIn 등의 웹사이트를 통해서 구직을 하고 각각의 웹사이트를 통해 CV와 커버레터를 제출한다. 제출하고 나서 만약 이력서가 통과가 된다면 첫 번째 면접에 지원자를 초대하기 위해 전화나 이메일로 연락이 오는데 보통 1-2주 혹은 드물지만 1달까지 걸리기도 한다.
1. 면접관들이 이력서를 통해 Github이나 개인 웹사이트에서 나의 코딩 프로젝트들을 볼 수 있으니 프로젝트들을 잘 검토하고 최신 트렌드에 맞는 프로젝트들을 꾸준히 업데이트한다.
2. 지원하는 회사의 소프트웨어를 다운로드하여서 사용해보고 장단점을 나열해 본다. "우리 회사에 들어와서 코딩을 한다면 어떤 부분을 고쳐 보시겠어요?"는 면접의 단골 질문이다. 혹시 이 질문을 받지 않더라도 회사의 소프트웨어에 관한 내용을 면접 중에 은근히 언급할 수 있고 이로써 내가 이 회사에 대해 관심이 많고 소프트웨어를 이 정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3. 구글에 "Technical interview questions(기술면접 질문)"를 검색하고 나오는 기술면접 질문에 대해 스스로 대답해 본다. 내가 어떠한 기술에 대해 이해를 하고 능수능란하게 이용을 하는 것과 다른 사람에게 그 기술의 필요도나 사용법에 대해서 말로 설명하는 건 꽤 어렵기 때문에 미리 연습을 해보는 것이다. 보통 일반 면접을 거치고 기술 면접을 보지만, 일반 면접과 기술 면접을 같이 보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면접을 하기 전에 미리 준비를 해 두는 것이 좋다.
면접은 보통 1대 1(면접관 1 지원자 1)이나 2대 1(면접관 2 지원자 1)로 보는데, 각 면접마다 대략 한 시간 정도 소요된다.
기술 면접과 같이 보는 경우도 있고 따로 보는 경우도 있다. 만약에 따로 보는 경우라면, 일반 면접 때에는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라고 보면 된다. 만약에 기술 면접을 따로 보는 경우라면 일반 면접 때는 주로 협동심, 팀워크, 전에 했던 업무나 프로젝트, 지원동기 등에 대해서 얘기한다. 중요한 점은 이 면접은 회사만 나를 인터뷰하는 것이 아니라 나도 회사를 인터뷰하는 자리라는 것이다. 면접관의 질문에 대해 답변만 하는 식의 대화보다 중간중간에 농담도 하고 회사에 대한 질문도 하면서 상호적으로 오가는 대화를 하는 것이 보다 더 프로페셔널하다.
기술 면접을 하는 방식은 회사마다 다르고, 드물지만 기술 면접을 아예 안 하는 회사도 있다. 프로그래밍 과제를 내주고 기간 안에 완료해서 제출하라고 하는 경우도 있고, 회사의 미팅룸에서 따로 프로그래밍을 하고 바로 제출하라고 하는 경우도 있고, 면접관 앞에서 프로그래밍을 시키는 경우도 있고, 구술로만 프로그래밍 콘셉트, 기술에 대해 질문하고 대답해야 경우도 있다.
만약 프로그래밍 과제를 하게 된다면, 다른 개발자 혹은 3달 뒤의 내가 보았을 때 빠르게 이해가 될 수 있도록 가독성이 좋은 코딩을 하는데 주의해야 한다. 회사에서 개발을 할 때에는 다른 개발자들과 함께 코딩을 하기 때문에, 내가 팀워크를 얼마나 잘하는지는 면접에서 매우 긴요한 요소이다. 따라서, 빠르고 효율적인 코딩을 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가독성이 좋은 코딩을 하는 것 또한 팀워크와 직결된 굉장히 중요한 문제이다.
본인이 프로그래밍한 코드를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는 연습을 미리 해보는 것도 매우 추천한다. 만약에 프로그래밍 과제를 하게 된다면 면접관이 과제 제출 후에, 왜 이 부분은 이렇게 코딩을 했는지, 이 부분을 다른 방법으로 대체한다면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등의 추가 질문을 물어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성격 면접은 안 하는 회사도 굉장히 많다. 이 단계쯤 오면 어느정도는 합격이라고 볼 수 있다. 성격 면접을 하는 이유는 지원자의 성격에 특출나게 모난 점이 있는지, 회사의 사람들이랑 잘 어울릴 수 있을지 등을 보는 것뿐만 아니라 회사에서 일을 시작하기 전에 몇 명의 다른 회사 사람들과 어울림으로서 회사에서 일을 시작하기 쉽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주로 회사의 다른 몇 명 직원들과 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 하거나, 회사의 저녁 모임에 초대받아서 함께 저녁을 먹거나, 혹은 회사의 파티에 참가해 직원들과 어울리기도 한다. 성격 면접 중에는 공적인 대화보다 본인이 사적으로 얼마나 괜찮고 재미있는 사람 인지를 어필하는 것이 좋다.
앞서 적은 면접을 모두 합격하면 회사에서는 마지막으로 레퍼런스 리스트를 요청한다. "레퍼런스"란, 추천인으로 본인에 대해 잘 말해줄 수 있는 전에 함께 일했던 직장동료나 매니저를 말한다. 이메일이나 워드 파일로 추천인 두 세명의 이름, 직업, 관계, 이메일, 그리고 전화번호를 적어서 내면 된다.
다른 사람을 추천인으로 제출할 때에는 추천인에게 내가 당신을 추천인으로 적어서 내도 되는지 허락을 받고, 내가 지원한 직종과 회사에 대해 간결하게 알려주는 것이 예의이다. 나도 추천인으로서 전화를 받아본 적이 몇 번 있었는데 지원자에 대해서 생각했던 것보다 상당히 자세한 질문과 에피소드 등을 물어봐서 놀란 적이 있었다, 예를 들어, 함께 했던 프로젝트가 어땠었는지, 거기서 지원자는 어떤 업무를 수행했는지, 지원자는 어떤 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지, 지원자의 팀워크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얘기해 줄 수 있는지 등을 물어보았다. 따라서 나에 대해 자세하게 얘기를 해 줄 수 있을 정도로 함께 일을 자주 했던 사람들을 추천인으로 적어서 제출하기를 권한다.
보통 매 면접 과정마다 다음 단계의 면접을 공지해주는 데 까지 1-2주, 혹은 1달까지도 걸리기도 하며, 면접이 끝나고 회사에서 언제쯤 결과를 알려줄지 미리 귀띔해주는 경우도 많다. 연봉에 관해서는 한 두세 번째 면접쯤이나 혹은 면접에 다 붙어서 계약서를 써야 할 때에 회사에서 말해 준다. 회사에서는 자기들이 생각하는 연봉을 알려주기 전에, 지원자에게 본인이 생각하는 연봉이 얼마쯤인지 물어보기도 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미리 시장조사를 해 놓고, 기대하는 최저 연봉과 최고 연봉의 범위를 미리 생각해 놓는 것이 좋다.
만약에 면접에 모두 통과하고 레퍼런스 체크까지 끝났다면, 회사에서 지원자를 채용하고 싶다고 전화나 이메일로 연락이 온다. 면접이 몇 차례 진행된 단계에서 만약 채용이 안 된다면 역시 예의상 전화나 이메일로 채용이 성사되지 않았음을 알려준다. 이때, 지원자가 채용되지 않은 이유를 말해주는 회사도 있지만 회사에서 말해주지 않는다면 직접 물어보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나의 부족한 점을 채용자의 입장에서 들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회사에서 채용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면, 이제 회사와 함께 연봉 및 근무 조건 등을 협상하고, 계약서를 쓰고, 첫 출근 날짜 등을 조정한다. 계약서를 쓰고 나면 최종적으로 채용 과정이 완료된 것이다.
Photo by Alejandro Escamilla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