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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LIKETRIP Sep 15. 2015

그냥 좋은 가을

올림픽공원 들꽃마루




청명한 하늘과 살랑살랑 불어오는 가을바람이 부는걸 보니 정말 가을인가 보다. 내 마음은 겨울이고 한낮은 아직 가을을 시샘하는 여름이 심술을 부리고 있고 기적이라도 일어나 봄바람처럼 당신이 와줬으면 하는 생각 중이고 사계절을 전부 느끼고 생각하고 있는 요즘인 듯하다.秋來夏身冬心春風 한문으로도 써지네.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아직은 서툴고 낯설 기만하다. 왕성하게는 아니지만 활동 중인 카페에서 본 사진 한 장 때문에 잡생각도 잊을겸 사진 찍으러 올림픽공원 들꽃마루에 다녀왔다. 잡생각이라기보단 그냥 잠시 생각을 안 하기 위해서. 차 창문을 활짝 열어 팔을 내밀고 달렸다. 창문을 닫고 에어컨 바람을 쐬기엔 가을에게 미안하니까.





장미향기 가득한 길을 따라 얼마나 걸었을까 사진으로 봤던 들꽃마루가 보인다.




햇살이 가득 담긴 계단을 따라 오르면




이렇게 나무들로 둘러 쌓인 곳에 평상과 벤치가 몇 개 있다.




웨딩촬영을 나온 예비 신혼부부를 비롯해 연인, 친구 등 사람 참 많다. 다들 누군가와  함께하고 있다.  원치 않았지만 어느새 가을을 타 버렸다. 늦여름만 해도 올 가을은 이렇게 보내지 않을 것 같았는데...




가운데 길을 따라 오르면 언덕 위 원두막까지 갈 수 있다.



가볼까?




에이 뭐야 부럽게.  '혼자는 들어가지 마세요' 아니 '혼자선 들어올 수 없습니다'라고 쓰여있는 것 같아 그냥 다시 나와 옆에 나있는 길을 따라 올랐다.




선생님이 앞장서 걷고 있지만 다들 겁먹은 표정들이다. 전쟁터로 가자는 말을 하는 거 보니 아이들에게 코스모스 밭은 그냥 밀림 숲을 헤쳐 나가는 느낌인가 보다. 코스모스보다 조금 더 자라면 그땐 괜찮아질 거야. 다른 세상이 보일 거야.












원두막에 올라 잠시 숨을 고르고 여기저기 사진을 찍고 있는데 요 녀석이 뷰파인더 속 오른쪽 속에서 스윽 나타났다. 즐겁게 웃어본 기억이 언제인지 가물가물 했는데 요 녀석 때문에 한참을 웃었다. 고맙다.







생각을 않기 위해 나왔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꽃들을 보니 또 당신 생각이 난다.  어떤 가을꽃보다 예쁠 당신을 찍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작금의 현실이 싫고 그렇게 만든 내 자신이 싫다. 




당신만큼 예쁘고 그냥 좋은 가을이다.  우리 지난 여름 여행처럼 짧아서 아쉽고 안타까운 가을이다. 당신이 보고 싶은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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