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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J Nov 30. 2022

테마파크 계획 - 열 번 재어서, 한 번에 자른다

예비 타당성 분석 

‘하우스텐보스(Huis Ten Bosch)’ 성공과 실패의 딜레마


일본 나가사키 현의 사세보 시에 있는 테마파크 ‘하우스텐보스’는 네덜란드를 상징하는 튤립 꽃밭, 그리고 실제 하우스텐보스 궁전의 복제 건물과 정원을 비롯한 유럽 풍의 건축물로 채워져 있다. ‘숲 속의 집’이라는 뜻을 가진 하우스텐보스(Hausu Ten Bosu: House in the Woods)는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실제 왕궁(1981년부터 2014년 퇴위할 때까지 베아트릭스 여왕의 거주지)의 이름이다. 


네덜란드 마을 그대로 떠다 놓았지만 

일본 하우스텐보스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은 이색적이다. 아니 그냥 네덜란드 자체로 보인다. 처음 방문했을 당시의 기억을 되살려보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색색의 튤립 정원에 자리잡은 풍차와 유럽풍의(네덜란드 풍의 특징은 잘 모르니, 처음 보는 사람에겐 그저 유럽풍으로 보이는) 건축물이다. 이곳의 건축물은 그럴듯하게 만든 장식물이 아닌 진짜 건축물이다. 게다가 152헥타르, 여의도 절반 면적 규모의 공원 전체를 감아 돌면서 바다와 이어지고 있는 운하와, 실제와 똑같이 바람의 힘으로 작동되는 풍차라니.


하우스텐보스 테마파크의 디자인 컨셉은 실제 네덜란드 바닷가 마을의 환경을 똑같이 체험하는 상황을 만든 것이다. 그렇게 만들기 위해 위치부터 바닷가에 자리잡았다. 무엇보다 네덜란드의 특징인 풍차가 인상적이다. 풍차는 해수면과 거의 같은 높이인 육지에 흐르는 운하의 물을 퍼서 바다로 내보내는 상황까지 재현하고 있다. 컨셉과 연결되는 컨텐츠는 거의 완벽하게 구현한 모습이다. 

화룡점정은 따로 있다. 개장 초 첫 해에 실제 네덜란드 사람들을 운영 직원으로 채용해서 일하게 한 것이다. 컨텍스트 디자인의 핵심인 오퍼레이션 인력까지 최선의 방법으로 구현했으니, 그 이상의 것을 더 기대하면 과욕일 것이다. 다만, 오래 가지 못하고 다시 현지 직원으로 교체되었다. 


지나치게 잘 만든 테마파크 

왜 ‘지나치게’ 잘 만들었다고 하는가? 건물을 너무 잘 지었기 때문? 아니면 완벽한 테마의 구현을 위해 외국인 운영직원 까지 도입해서? 이런 이유도 상당 부분 작용한다. 그러나 개장 후 3년이 지나면서 사업이 어려워진 이유는 테마파크 건설에 사용된 자금에 대한 원리금을 지급하기 어려울 정도로 방문객 수가 늘어나지 않은 탓이 제일 크다. 초기 예측에 미치지 못하는 방문객 숫자도 문제지만, 그 배경에는 지나치게 잘 만든 컨텐츠와 운영상의 과다한 비용이 있다. 그 배후에는 모든 건물을 실제로 만들어야 했던 과정도 있다. 지진 대비를 위한 건축 비용이 많이 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모든 이유에도 불구하고, 초기 계획 과정에서 분명히 타당성 분석을 했을 것이니, 얼마를 투자하면 만들 수 있고 그 투자비를 회수하기 위해 얼마의 관광객이 방문해야 하며, 그들이 얼마를 소비해야 운영이 가능한지를 계산했을 것은 자명하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방문객은 예상보다 적게 방문했다. 그래서 결국 몇 년간 운영하다가 파산 지경에 이른 것이다.


타산지석 

요즘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레고랜드 사태 역시 비슷한 경우다. 크게 보자면, 투자 대비 수익 분석이 예측을 벗어났고 결국엔 그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아서 일어난 것이다. 공사 과정에서 발견된 선사시대 유적으로 야기된 공사일정 지연은 전체 그림에서는 소소한 사안이다. 


사업 자체만 보았을 때, 예측이 틀린 제일 큰 이유는 레고 자체가 2020년대의 어린이들에게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따라서 초기의 예측만큼 방문객이 오지 않았다는 추론이 합리적으로 생각된다. 예측이 틀렸거나, 의도적으로 과장되었거나.. 정확한 내막은 알 수 없다. 


예비 타당성 분석

앞으로 우리나라에 또 어떤 테마파크 시설이 등장할지 모르지만, 특히 관공서에서 추진하는 사업은 매우 신중하기를 바란다. 공공기관이 추진하는 테마파크를 비롯한 방문객 위주의 사업에서는, 가능하다면 기획단계에서부터, 사업의 적정 규모 산출과 사업성을 판단하는 예비 타당성 분석이 권장된다. 적정 수요 및 규모를 분석하지 않고 주어진 예산에 따른 경제적 타당성 분석만 하게 되면, 자칫 형식에 내용을 끼워 맞추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자문하고 있는 모 기관의 사업도 그런 상황에 놓여 있어서 안타깝다.) 


열 번 재어서 한 번에 자른다

열 번 재어서 한 번에 자른다는 재단사의 격언이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특히 공공기관에서 추진하는 테마파크 사업은 계획, 분석, 설계 과정에 더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입하기를 기대한다.


김세진 / 넥스텝디자인  한국대표  www.nextepdesign.com  

https://vime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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