걍생살기로 했습니다.
갓생이 아니라...
나름 치열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지만 40대를 살짝 넘긴 지금, 진지하게 나를 둘러보니 조금은 처참한 상황에 이르러 있었습니다.
직장을 다니면서는 조금 더 성장할 수 있었던 시기에 장사를 한다며 뛰쳐나왔고 장사를 하면서는 갖가지 풍파에 시달리며 두 번의 장사도전은 이렇게 막을 내리게 됐네요.
시간의 흐름에 따른 가게의 성장 곡선은 우상향으로 성공을 향해 뻗어나갈 줄 알았지만 국제적인 이슈와 그에 대비한 저의 안일한 대처는 결국 가게 문을 닫는 지경까지 이르게 됐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정성 들여 일군 식당을 프랜차이즈화 해보려고 대출까지 끌어 쓰게 됐는데 그 대출금은 사업자금이 아닌 생활비로 쓰일 수밖에 없었고 그 행동 하나가 큰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매달 갚아나가야 하는 대출금은 사실 상상을 초월합니다. 하지만 죽으라는 법은 없는 걸까요? 마침 아내는 이 시기에 맞벌이를 시작하게 됐고 경제적으로나 심적으로 큰 안도감을 얻게 됐습니다. 아내가 전하는 위로의 말은 저에게 정말이지 큰 힘이 되었습니다.(매일 업고 다녀도 모자랄 그런 아내인데 아직은 업을 힘이 부족하군요ㅎㅎ) 그리고 이 시기에 멘탈을 추스를 수 있는 책들을 많이 읽었고 아침마다 명상을 하며 제 스스로가 절망의 나락으로 빠지는 일은 없었습니다.
**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는 분들을 위해 "해피언더독 프로젝트"라는 매거진을 만들어 1인 자영업자의 멘탈 극복을 위한 글도 쓰고 있는데요. 이 역시 앞으로도 꾸준히 다루겠습니다.
이 시기에 읽었던 책 중 '부자의 그릇'이라는 책은 저에게 엄청난 질책과 위로를 동시에 안겨준 책입니다. 책에 나오는 내용이 제 상황과 무척 흡사했던 탓일까요?
주인공은 다니던 은행을 그만두고 친구의 추천으로 주먹밥 가게를 차립니다. 초반에 승승장구하던 사업은 분점을 내고 확장을 해가면서 여러 문제에 부딪히게 되고 그것을 극복하지 못하고 그만 망하고 맙니다. 그러던 중 어떤 귀인을 만나 자신의 그릇에 대해 생각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바닥으로 내려가 다시 시작하는 주인공... 자세한 내용은 책을 통해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아무튼 저는 제 인생을 돌이켜보는 소중한 시기임이 틀림없는 구간을 지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수없이 많은 위인들도 나보다 더 한 바닥을 찍고 올라간 사람들이다. 그럼 나도 이런 시기를 겪는데 혹시 나도 큰 인물이 될지도?'
혹시 모르죠. 제가 유명한 사람이 될 수도 있을 거라는 행복한 상상을 하며 이 기나긴 절망의 터널을 웃으며 지나가게 될지도요.
그런데 일단 지금은 그냥 살아가는 것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매슬로의 5단계 욕구 중 자아실현의 욕구 단계에서 내려와 다시 생존과 안전의 욕구로 들어섰기 때문입니다.
이 시기 제 친구들은 다양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금수저는 골프 치러 다니고 자수성가한 친구는 잠시 자만에 빠져있기도 하며 어떤 이유인지는 몰라도 갑작스레 이혼한 친구도 있고 저처럼 사업에 실패하여 재기를 꿈꾸는 친구도 있고 평범한 직장생활을 멋지게 버텨가는 친구도 있습니다. 그리고 먼저 하늘나라로 간 친구도 있네요.
이제 이런 친구들과의 비교는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오롯이 제 인생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30대엔 갓생 사는 것이 목표였지만 이제는 걍 살려고요. 걍생살기죠.
이 방향이 맞다면 걍생을 살며 우연을 가장한 수많은 인연이 저에게 다시 찾아오리라 확신합니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하며 물 흐르듯 인생을 맡겨 보려고요.
그리고 그 걍생살기는 가끔 쓰는 일기의 형식으로 찾아올 것 같습니다. 82년생 개띠 아재의 걍생살기 한 번 들여다 보시죠! 가끔, 아주 가끔씩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