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를 하던 시절에는 크리스마스 기간이 대목이라 가게 문을 더 오래 열어뒀었는데요. 이제 장사를 하지 않게 되니 크리스마스 연휴기간에 모처럼 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연말연시에 가족끼리 지낼만한 숙소, 놀거리, 먹을거리 전부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에 고개를 숙이게 됐네요. 어디 유명한 곳에 놀러 가기에는 형편이 넉넉지 않은 것이 가슴 아팠습니다.
그래도 연휴는 연휴! 우리 가족은 첫날에 양가 부모님을 모시고 시골 분위기 물씬 느껴지는 식당에 가서 함께 식사를 했습니다. 사돈관계가 서먹하지 않고 양가 부모님과 함께 종종 만나 식사를 하는 것을 신기해하는 친구들도 있더군요. 어찌 보면 사돈 사이는 어색한 관계가 많지 않나 생각할 수 있지만 이런 건 자녀 입장에서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운전해 주시는 분들이 많은 덕분에 오랜만에 낮술도 하게 됐고요.
크리스마스이브에는 장모님의 친정이자 아내의 외가인 울주군 서생면에서 처남 식구와 우리 식구, 장인, 장모님, 이렇게 한데 모여 놀았습니다. 비록 크리스마스 분위기와는 거리가 먼 느낌이었지만 비싼 숙소비를 내지 않아도 되고 아이들이 근처 명산초등학교에서 신나게 노니까 저 역시도 어린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았습니다.
참고로 명산초등학교가 규모는 작아도 제법 큰 놀이터와 지붕이 있는 트램펄린이 설치되어 있어서 정말이지 야외 키즈카페라고 할 만큼 재미있게 놀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의 탄신일에 온 가족이 한데 모여 먹고 마시고 즐기는 것이 오랜만이라 어색하긴 했지만 이내 그 분위기에 동화되니 참 소소한 듯하면서도 행복하더군요.
모든 것을 내려놓게 된 저는 이제 작은 행복을 하나씩 찾아가는 중입니다. 거창한 건 아닙니다. 그냥 아침마다 눈을 뜰 수 있는 것에도 감사하는 마음이 들만큼 하루하루가 소중하다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냥' 산다는 것, '평범하게 '산다는 것이 인생의 가장 크고 어려운 미션이 될 수도 있겠죠.
운명의 흐름에 수동적으로 몸을 맡기는 삶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선은 하루하루 주어진 삶을 감사해하며 살아보려 합니다. 빅터 프랭클은 2차 세계 대전 당시 포로수용소에 수감되어 가족이 죽어가는 모습을 무기력하게 지켜보며 자신도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삶의 의미'를 강조했습니다. 그 삶에 대한 의지야말로 인간이 가혹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그리고 자신에게 찾아오는 마법 혹은 운명과도 같은 기회는 꼭 있을 거라고 말합니다.
무언가 의미 있는 하루를 보내려 굳은 결심을 하는 것조차 집착하지 않으려 합니다. 덤덤히, 나에게 주어진 오늘, 선물 같은 내 하루를 소소하지만 행복하게 보내보려 합니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가족과 함께 보낸 것에 감사하며 행복을 느꼈습니다. 모두들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