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지난 삶을 돌이켜보면 정말 눈 한 번 깜짝하는 순간에 흘러간 것 같았습니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스무 살 때의 '패기 어린 열정'과 '근거 없는 자신감'은 인생이라는 관문을 하나씩 지날 때마다 비싼 통행료로 지불해버리고 말았습니다.
대출은 돈에만 있는 것도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잘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마셔대느라 다음 날에 움직이지도 못하게 될 때에는 금과도 같은 내 미래의 시간도 높은 이자를 내고 써버린 것이죠.
그렇게 비싼 대가를 치른 내 인생은 정말이지 빨리 지나가고 있습니다.
반면 직장 생활을 다시 시작하게 되면서 하루하루, 한 시간 한 시간은 정말 더디게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반복되는 일에 번복되는 일이 겹치니 머리에 김이 날 것 같이 과부하가 걸리는 때가 있었습니다. 하루가 다 지나간 느낌이 들어 문득 시계를 바라보면 겨우 한 시간이 지나있는 느낌을 아는가요?
시간이라는 개념을 어느 누가 제일 처음 만들었는지는 모르지만 나 자신을 기준으로 봐서는 결코 균등하게 내 인생에 배분되어 있지는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몰입'이라는 책에서는 어떤 일에 몰입을 하게 될 경우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른다고 했는데 거기서 큰 희열과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몰입의 순간을 내가 언제 느껴봤을까? 아마도 학창 시절 사조영웅전이라는 무협소설을 볼 때였나? 그랬을 것입니다.
시간이 더디게 간다는 것은 지금 내 삶이 몰입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는 의미일까?
인생이 짧다고 느끼는 것은 지난 삶을 돌이켜봤을 때 후회 없는 삶을 살지 못했다는 의미일까?
머릿속이 조금 복잡해집니다. 조금 더 생각을 이어 나가보려 했지만 예민한 내 귀 덕에 이내 포기했습니다. 대신 인생과 시간에 대한 생각을 반대로 가져볼까 싶습니다.
이젠 그냥 살아보기로 한 삶이지만 '지금 보내는 시간은 순삭이었는데 돌이켜보니 내 인생 멋지게 산 것 같다'라고 느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