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다 보면 지루한 일을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시간은 정말 더디게 가죠. 회사에서는 구성원들 대부분이 비슷한 일을 하기 때문에 쉬는 시간에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이구동성으로 시간 안 간다는 말을 많이 하곤 합니다.
"아, 오늘 너무 지겹다."
"점심 식사 시간까지 아직 한 시간 넘게 남았어요."
"그럼 오늘 퇴근 시간은 6시간이나 넘게 남았다는 말이야?"
긍정적인 사람도 살짝 부정적인 쪽으로 흔들릴 법할 만큼, 지겨움은 절대적인 시간보다 상대적으로 더디게 흘러가도록 느끼게 뇌를 조종하나 봅니다.
긍정적인 사람과 부정적인 사람을 비교할 때 물이 반쯤 들어있는 컵을 예로 많이 드는 걸 보셨죠? 긍정적인 사람은 '아직 컵에 물이 반이나 남았네?'라 생각하고 부정적인 사람은 '컵에 물이 반 밖에 없구나!'라고요.
세상 풍파에 시달리다 보니 이제 저는 그런 긍정과 부정의 한가운데 그 어디쯤(그래도 사람인지라 감정의 기복이 있는 만큼 정도의 차이는 있습니다만)에서 감정의 변화가 별로 일어나지 않더군요.
'아, 컵에 물이 있네.'
딱 이 정도랄까요?
그래서 시간이 안 간다고 주변에서 푸념을 해도 그냥 그러려니 하게 됩니다. 그냥 지루한 일을 하고 있으면 머릿속에서 제 나름의 플레이리스트가 재생이 됩니다. 다음은 최근의 제 머릿속 플레이리스트입니다.
1. 오아시스 - Don't look back in anger
2. 서태지 - 시대유감(최근에 에스파가 리메이크해서 어찌나 반갑던지)
3. 핑크 플로이드 - Another brick in the wall
4. 트러블 메이커 - 트러블 메이커(이상하게도 휘파람만 불라치면 이 노래가 튀어나옵니다.)
5. 닐 영 - Down by the river
뭐, 이거 말고도 수십 곡이 머릿속에서 재생되는데요. 심지어 90년대 홍콩 영화 OST(중경삼림 같은...)까지 흥얼거리기도 합니다.
퇴근 한 시간 전에도 '아직 한 시간이나 남았어?', '벌써 한 시간밖에 안 남았네?'가 아니라 '음, 한 시간 남았군.'의 마음이 생깁니다. 그렇게 그저 제 할 일을 하고 나면 한 시간이 지나가 있더군요.
나이 마흔이 넘어서 삶을 대하는 자세도 자연스럽게 이와 비슷하게 바뀐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마흔을 불혹이라고 하는가 봅니다. 부정보다는 긍정이 좋을 테지만 저는 제 앞에 일어나는 일들을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마음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힘들다 생각하면 힘든 일이 눈앞에 닥치게 되고 좋은 일만 생각하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말도 어느 정도 공감은 합니다만 힘들 때 힘들다 말도 못 하면 조금 억울한 마음이 들지 않나요?
그냥 힘들 때 힘들다 한 마디하고 한숨 한 번 크게 쉬고 그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계획을 세워서 탈출하면 그뿐이라는 생각으로 저는 지금의 상황을 극복해 나가고 있습니다. 좋은 일이 생긴다면 역시 기뻐하고 즐기면 되는 거고요.
끝이 보일 것 같지 않은 터널도 언젠가는 출구가 나올 테고 얼마나 길고 어두울지 모르는 또 다른 터널도 눈앞에 계속 나타났다 지나가리란 걸 인지하고 있다면 삶을 대하는 자세도 조금은 마음 편하게 받아들이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지금은 퇴근하고 집에 왔는데 운동하러 체육관에 가야겠습니다. 한 시간 남았네요. 모두들 행복하고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