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헐적 왼손잡이

by 김주원

최근 왼손을 다친 뒤로 저는 왼손으로 하던걸 오른손으로 하려니 답답해 미치겠더군요. 저는 원래 오른손잡이이긴 하지만 특정 행동에선 간헐적 왼손잡이이기도 하기 때문인데요. 특히나 양치질과 면도는 도저히 오른손으로 못하겠더라고요.


언제부터 간헐적 왼손잡이가 됐는지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 양손 다 사용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칫솔과 면도기를 쥐는 손이 마치 태어날 때부터 왼손에 배정된 것처럼 오른손으로 사용하기가 여간 불편한 게 아니네요.


평소에 밥 먹고 휴지 쥐는 손이 오른손이라 왼손을 다친 게 그나마 다행이라 여기지만, 사소한 불편을 겪을 때마다 왼손의 소중함은 더욱 커지더라고요.


어젠 양치를 하면서 칫솔을 콧구멍에 쑤셔봤고요. 오늘 아침엔 면도를 하면서 결국 인중에 피를 봤습니다. 한심한 듯 쳐다보는 아내의 시선은 덤이네요.


왼손 하나 다쳤을 뿐인데 세수 하나 제대로 못하겠더군요. 잘 쓰지 않는 것 같은 신체 부위를 다칠 때마다 항상 뼈저리게 후회하곤 합니다.


그 어떤 누군가는 저에게 왼손 같은 존재가 있을 수 있겠죠. 모두 같은 내 몸이고 소중한 존재인데 다치고 아파봐야 소중함을 느끼게 되는...


오늘은 엄마한테 전화 한 통 넣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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