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은 친구들과 만나면 어떤 주제로 대화를 나누시나요?
저는 각자의 일상 이야기를 주고받고 나면 항상 흥미진진한 가십거리로 빠지곤 하는데요,
가십거리는 '뜬 소문, 근거 없는 이야기'라는 뜻을 지니고 있지만
인류의 '언어' 진화 과정 중
가십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이러한 이야기를 포함해 수만 년에 걸친 인류의 놀라운 진화를 한눈에 정리한 빅 히스토리《사피엔솔로지》에서 우리는 '정보 전달'보다 가십을 활용해 사회적 그루밍을 해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말하는 즐거움: 가십의 시작
한때 언어는 정보교환을 위해 시작됐을 것이라 봤다. 이를 ‘사실적 정보교환 가설’이라 한다. 정보 같은 가치 있는 것을 담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왜 그토록 복잡한 언어를 진화시켜야 했겠는가? 그런데 미슨과 던바의 이론은 모두 언어가 집단의 결속을 다지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주장한다. 이것이 최근 주류로 부상한 언어의 ‘사회적 용도 진화설’이다.
언어는 화석을 남기지 않는다. 지금 사람들이 사용하는 말이 유일한 화석이다. 어떤 전문가들은 지금 우리가 무엇을 잘하는지 관찰하면 언어가 무엇을 위해 진화했는지 추측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반문할 수 있으리라.
우리는 듣는 것을 더 좋아하는가? 말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가?
만약 언어 진화의 목적이 정보 전달이었다면 우리는 듣는 것을 좋아해야 한다. 들어야 정보를 더 확보하기 때문이다. 말하는 것은 오히려 손해다. 그런데 우리는 말하는 쪽을 훨씬 더 좋아한다. 사람들은 술자리에서 한마디라도 더 하려다 싸운다. 자신이 말을 많이 해야 좋은 대화였다고 느낀다. 소통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공감의 비법은 들어주는 것이라 가르치며 미국의 한 병원에서는 “Oh(오)”, “Yes(네)”, “Really?(정말요?)” 세 단어 외에는 영어를 말하지 못하는 여성이 최고 도우미 상을 받았다는 유명한 이야기를 인용한다. 진화적 관점에서도 인간은 청각기관은 점점 퇴보하고 발화기관은 점점 진화해왔다.
결론은 우리는 말하는 쪽으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즉, 우리 언어는 모여 앉아 수다를 떠는 것이 목적인 셈이다. 이야기의 내용도 정보교환과는 관계없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던바는 런던대학교 교내 카페테리아에서 오가는 대화를 체크해 보았는데, 그 결과 대화의 70% 이상이 신변 잡담이었고, 그중 절반은 그 자리에 없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였다는 것을 확인했다.
학문의 전당인 대학 내에서도 교수와 학생들은 학문적 정보는 거의 나누지 않았다. 제3자를 둘러싼 뒷말과 수다로 서로 결속을 다졌다. 이처럼 우리는 하루 대화의 64%를 실생활 정보와 관계없는 가십에 사용하면서 사회적 그루밍을 한다.
이것을 ‘가십 가설 (Gossip theory, 소문 가설, 뒷소리 가설)’이라 부른다.
*인류 진화와 관련해 더 자세하고 재밌는 이야기가 궁금하다면?